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퍼진 수퍼박테리아는 MRSA다. 미국에서만 연간 10만 명 이상이 감염돼 이 중 2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미 보건당국은 추산한다. 이는 미국에서 한 해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으로 사망하는 환자 숫자보다 많은 것이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에서도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로 인한 희생자가 매년 2만5000명에 이른다. 갈수록 맹위를 떨치고 있는 수퍼박테리아에 대한 궁금증을 BBC 등 외신 보도를 토대로 Q&A로 정리했다.
대표적인 수퍼박테리아로 불리는 MRSA란 무엇인가.
“MRSA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의 약자다. 통상 한 개 또는 여러 개의 기존 항생제에 저항을 갖는 황색포도상구균을 말한다. 변종까지 포함한 명칭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17개의 MRSA 변종을 찾아냈다. 이들 변종은 제각기 여러 항생물질에 약간씩 다른 내성을 보인다. 이 가운데 두 개의 ‘변종 EMRSA15’와 ‘EMRSA16’의 전파력이 가장 강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목·코·피부에 MRSA를 갖고 있다. 그래서 이 균은 ‘건강한 환자’에게는 여드름 같은 가벼운 감염증세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이따금씩 피부를 뚫고 들어가 패혈증(혈액 감염)이나 폐렴, 심장 내막염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MRSA는 다른 균보다 공격성이 강하지는 않다. 치료물질에 내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MRSA는 어떻게 무서운 세균이 됐나.
“MRSA는 진화의 기본 원칙인 적자생존의 결과로 만들어진 세균이다. 박테리아는 우리 인간들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그래서 진화에도 능하다. 단일 형태의 박테리아에서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변종이 생겨났다. 그리고 이들 각각의 변종은 미묘한 유전자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각각의 박테리아 유전자는 그 자체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몇몇 변종의 유전적 구성은 그들이 항생제 공격을 받았을 때 버틸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그래서 자연적으로 내성을 갖춘 변종들은 박멸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는 우리가 다음 번에 황색포도상구균을 만났을 때는, 그 균이 항생제 공격을 이겨낸 강한 균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때는 상당한 내성을 갖췄을 거라는 얘기다. 이렇게 해서 변종 박테리아는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된다. 일반적으로 병원이 항생제 내성을 갖춘 수퍼박테리아의 온상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그곳에 여러 가지 변종 박테리아와 항생제가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은 자연적인 적자생존 과정을 극도로 가속화시킨다.”
MRSA는 사람에게 어떻게 감염되나.
“병원에서 주로 감염된다. 병실에서 환자들이 포도상구균에 감염될 위험이 커졌다는 사실은 아주 중요한 문제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우선, 병원에 있는 사람들은 일반인들보다 대체로 나이도 많고, 허약한 사람들이다. 감염에 취약하다는 뜻이다. 둘째, 병원에서는 의료진과 환자·보호자들이 근접거리에서 생활하고 활동한다. 다시 말해 방금 다른 환자를 접촉하고 온 의사와 간호사들로부터 검진을 받는데, 이는 모든 종류의 전염이 일어날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이다. 병실에 들어갈 때나 나올 때, 환자들을 진찰하는 사이사이에 손 씻기 등 엄격한 위생규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만 수퍼박테리아의 전염을 막을 수 있다. 항생제에 내성을 갖고 있는 수퍼박테리아에 감염됐다면 허약한 환자에겐 치명적이다. 대부분의 항생제에 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다.”
MRSA에 감염되면 증상은 어떤가.
“MRSA에 감염되면 감염된 신체 부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주로 외과적 상처나 화상·눈·피부·피 등에 감염 증상이 나타난다. 감염 부위는 종종 붉은 색으로 변하고 종기가 나면서 물러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MRSA 보균자라 할지라도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예방은 어떻게 하며 감염됐을 경우 치료 방법은.
“MRSA라 하더라도 항생제가 완전히 무용지물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퍼박테리아에 감염되면 훨씬 더 강한 항생제를 오랜 기간 투여해야 한다. 아니면 수퍼박테리아가 내성을 덜 갖춘 새로운 항생제를 써야 하는데, 이는 종종 정맥주사로 투여해야 하고 부작용도 크다.”
신종 수퍼박테리아는 어떤 게 있나.
“현재 쓰고 있는 대부분의 항생제에 내성을 갖춘 무서운 수퍼박테리아가 출현했다. 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상구균(VRSA)이 그것이다. ‘최후의 방어선’이라 여겨져온 항생제에도 내성을 보인 무서운 박테리아다. 영국에서는 ‘당펩타이드-중간 내성 황색포도상구균(GISA)’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GISA는 MRSA와 VRSA 사이의 ‘중간체’로 VRSA보다는 내성이 덜하지만 반코마이신계 항생제에 점점 더 내성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한 영국에서 팬톤-발렌틴 류코시딘(PVL)이라 불리는 새로운 독소를 갖춘 수퍼박테리아가 출현한 데 대해 걱정하고 있다. PVL은 백혈구를 파괴하고 광범위한 조직 괴사를 일으키는 독소다. PVL 독소를 만드는 모든 포도상구균이 다 위험한 것은 아니다. 또한 일부 균이 메티실린(페니실린이 듣지 않는 감염에 대해 사용하는 합성 페니실린)에 취약성을 보이기 때문에 치료하기가 어렵지 않은 것도 있다. 하지만 PVL 독소를 갖고 있는 수퍼박테리아는 한 번 감염되면 PVL 독성 때문에 병의 진행 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건강한 사람도 사망률이 40%가 넘는다.”
조만간 수퍼박테리아가 될 가능성이 있는 박테리아도 있나.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 하나가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이다. 인체의 장(腸)에서 존재하면서 장염을 일으키는 이 균은 현재 영국 병원에서 검출되고 있다. 많은 사람의 장에서 해를 끼치지 않고 살고 있는데, 장염이 발생했을 때도 비교적 쉽게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박테리아는 아주 튼튼한 포자(spore·식물의 씨에 해당)를 형성할 수 있다. 이 포자는 물과 영양분이 없는 환경에서도 휴면 상태로 생존한다. 마룻바닥이나 화장실 근처에서 오랜 기간 생존할 수 있다. 공기로도 잘 전파된다. 그러다 사람 몸속과 같은 영양분이 있는 곳에 들어가면 다시 번식을 시작한다.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은 어떤 항생물질이 장 내의 ‘정상적인’ 박테리아의 균형을 무너뜨리면 병을 일으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병원 종사자들의 손과 오염된 환경에서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 포자를 제거하기 위해 뜨거운 물과 세제로 꼼꼼하게 청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수퍼박테리아를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각국 정부는 박테리아의 가차없는 행진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전파 속도를 늦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테리아들이 수퍼박테리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여러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항생제 남용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에 투여하는 항생제도 마찬가지다. 항생제 사용을 줄여야 한다. 위생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도 검증된 예방법 중 하나다. 이는 가장 위험한 변종 박테리아로부터 가장 취약한 환자들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효과가 있다. 의사나 간호사들이 한 명의 환자를 진찰하고 나서 다음 환자를 보기 전에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그리고 의사뿐 아니라 모든 병원 종사자들과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잠재적으로 세균이 묻어 있는 곳에 접촉하거나 이를 옮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철저히 위생규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