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의 효돈이라는 지역은 감귤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이 곳은 지형적 기후적 영향으로 감귤이 잘 될 수 밖에 없는 지역이라고 하네요. 워낙 감귤이 잘 되다보니 동네분위기도 조금 다른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분위기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이 곳엔 감귤말고도 나름 이름있는 중국음식점이 있다고 해서 가 보았습니다. 짬뽕국물이 남다르다는 입소문을 듣고 찾아간 곳 아서원을 소개합니다.
이곳은 찾기가 쉽습니다. 서귀포에서 성산방면으로 대로를 달리다보면 효돈이라는 마을이 나오고 큰 길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과속만 하지 않는다면 우측 길가로 바로 볼 수 있죠.
이때가 주말이었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그저 입소문이 좀 난 정도로만 알았는데 줄을 설 정도로 그리 유명한 곳인가 하는 놀라움이 생기더군요. 잠든 아이를 안고 서서 기다리며 한손으로는 메뉴판을 한 컷. 메뉴가 아주 단촐합니다.
군만두와 짬뽕, 짜장을 주문하고 나니 반찬을 주시네요.. 별다를 것 없는 찬들입니다.
흠.. 군만두가 나왔네요. 역시 별다를게 없어보이죠. 이날은 손님이 많아 아주 바빴는지 아무렇게나 담아 내주시네요.
맛이나 내용물이 직접 만든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군만두는 그냥 제쳐두죠.
자장면이 나왔네요. 역시 별다를 것 없습니다.
맛은? 흠.. 역시 별다를 것이 없습니다. 내용물도 그닥 특별할 것도 없고 평범합니다. 자장이 좀 묽다는 생각도 듭니다. 자장면도 일단 제쳐두죠.
드디어 이 집에 일부러 찾은 이유인 짬뽕이 나왔습니다. 국물이 투박하고 붉어보이지는 않습니다. 새우를 포함하여 오징어, 돼지고기도 보입니다.
면은 특별할 것은 없는데, 국물이 나름 특이합니다. 돼지육수를 사용한 듯 한데 깊은 맛이나고 깔끔하네요. 간도 잘 맞고 매콤함이 조금 다릅니다. 맛집블로거로 유명하신 조범님은 가끔 불맛에 대해 언급하는데 이 짬뽕국물을 맛본 직후 전 조범님의 '불맛'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사실 '불맛'이라는 게 뭔지 잘은 모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매콤함의 뒤끝에 약간 입안을 쏘는듯한 알싸함과 살짝 쌉싸름한 느낌의 맛, 그리고 콧등에 살짝 땀이 배어나오게 하는 이 맛이 혹시 언급된 불맛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제 추측이 맞는 건가요?
내용물도 해물위주로 다양하게 들어있습니다. 결국 이렇게 다 비워냈네요.
탕수육은 맛보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옆에서 탕수육을 주문하는데 별달라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메뉴도 단촐하지만 솔직히 짬뽕 메뉴하나 말고는 그닥 느낌이 오지 않습니다. 짬뽕의 내용물에는 조금 아쉬운 면이 있지만 국물 자체는 나름 신선하고 맛있는 느낌을 주기엔 충분합니다. 하지만 먹으면서 드는 생각은 꼭 이 집 짬뽕만을 추천할 만한 느낌, 그러니까 '아 이거야!'라는 느낌은 그닥 없더라는 거죠. 나름의 정보에 실려 들어오는 짬뽕 잘하는 집들을 돌아다니다보면 이보다 좀 더 나은 집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런 느낌이 들더라는 거죠. 그래도 서귀포나 남원을 돌다가 짬뽕이 생각나거나 출출한 기분이 든다면, 이 집 짬뽕을 맛보는 것은 나름의 보람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연일 우울한 소식들만 들려오는 때입니다. 일본지진은 몇만명의 사상자를 내고 있고 원전붕괴는 또다른 재앙을 예고하고 있고, 이땅의 위정자들은 때를 노려 방송장악, 장자연씨 성착취사건의 은폐, 대체 제정신인가 싶은 UAE방문.. 사실 맛집이니 뭐 이런 포스팅을 해야하나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하지만 임시저장해놓은 포스팅들이 시의성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기도 해서 올리지만, 이렇게 마음이 답답한 시절에는 이런 매콤한 짬뽕 국물 벌컥벌컥 마시며 속을 시원하게 달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해서 올립니다.^^ |
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
첫댓글 아.. 정말이지 저도 요새 왜이렇게 매운게 땡기나 했는데..
답답한 국내외 일들때문인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