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인산 연화봉에 세워진 <민족의 시련과 영광의 탑>
2019년
3월 16일 토요일 영인산
나홀로 산행
산행코스 : 39번 국도변에
주차 – 제2매표소 – 식물원
– 상투봉 – 닫자봉 – 상봉
– 깃대봉 –
연화봉 – 산림박물관 – 주차장
https://www.ramblr.com/web/mymap/trip/371711/1421601
산행거리 및 시간 : 약 11 km 이동시간 약 5시간
거리 11.7 km
소요 시간 5h 45m 7s
이동 시간 4h 50m 42s
휴식 시간 54m 25s
평균 속도 2.4 km/h
최고점 389 m
총 획득고도 539 m
난이도 쉬움
영인산 수목원에 핀 매화

지난주 내변산에 가서 변산바람꽃을 비롯하여 봄꽃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이번에는 확실하게 야행화 탐방을 할 수 있는 풍도행 일정을 잡았다. 그곳에는 변산바람꽃 뿐만 아니라
복수초와 노루귀 그리고 그 섬에서만 볼 수 있는 대극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까마귀밥나무 - 작년에 달린 열매가 아직 달려 있는데 가지에서는 새잎이 나온다.

개암나무꽃

산길을 오르면서 여러 형태의 무덤을 만난다. - 이런 고전적인 봉분이 있는 무덤도 있고 가족납골당도 보인다.

산악회를 통해 풍도에 가는 비용은 약 5만원
정도로 꽤 비싼 편이다. 충남 당진군 삼길포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갔다가 나오는 뱃삯만 해도 28,000 원을 내야 한다. 난 마침 시골 엄니한테 다니러 가는 일정이
있어 풍도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유구에 갈 계획이었다. 오전 9시
30분에 들어갔다가 오후 3시 30분에 나와서 유구에 가면 시간적으로도 잘 맞는다.
9시 전에 삼길포에 도착할 심산으로 7시
집을 나서면서 산행정보를 공유하는 지인에게 카톡으로 연락하니 출발 전 미리 배가 출항하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알려준 번호로 연락을 하니 오늘 2대가 들어가는데 이미 예약이 꽉
찼기 때문에 더 이상 예약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생겨났다. 아마 유명 산악회에서 전체 좌석을 예매했나 보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풍도행을 결정하기전에 원래 가려고 생각했던 영인산에 가기로 했다. 이 산도 등산선배인 고인돌님과 사니조은님이 추천해 준 산이다. 영인산은
충남 아산에 있는 산이니 유구에 가는 길에 잠시 들러 산행하기에 아주 적당하다. 전에도 여러 번 지나쳐간
적이 있었는데 산의 높이가 낮은데다 자연휴양림이 있어 너무 자연미가 결여된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그 곳에 가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는데 두
명이 이구동성으로 추천하는 것을 보고 이번에는 꼭 가 봐야겠다고 마음을 바꾸었다.
39번 국도쪽에서 오르는 길은 완만한 숲속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이다.

이 길에는 등산객도 가끔씩 보이지만 꽃과 새가 있는 풍경이 좋다.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바라본 영인산 상봉과 연화봉

영인산 (靈仁山 363.6 m )은 산정상 부위에 연못이 있어 가뭄이 들면 이 산에 올라 기우제를 지내면 효험이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아산만이 바로 내려다 보이며 주위에 아산시와 평택시가 위치하고 있으며 예산도 멀지 않다. 옛부터 전략적 요충지로서 백제초기에 쌓은 것으로 보이는 영인산성이 있으며 청일전쟁시에 싸웠던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후 일제시대에는 일본군이 영인산에 부대를 주둔시켰으며 해방후에는 미군이 1980년대까지 약 37년간 차지하다가 최근에야 반환하여 아산시에서
대대적인 시설공사를 추진하여 휴양림과 수목원으로 전환하였다.
산이 낮은데다 마을에서 가까이 위치하고 있으며 오랫동안 군부대가 주둔했던
산이라서 그런지 산길에 나무가 크지 않다. 대부분 우리나라 중부지방에 흔히 자라는 참나무와 소나무인데
특이한 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금요일 오후에 서울에서는 비가 내렸는데 아침에는 맑게 개었고 미세먼지도
그리 심하지 않은 듯하다. 낙엽고 흙이 축축하게 젖어 있는데 그늘진 곳에 눈이 조금 보인다.
능선 끄트머리에 제2 매표소가 있다. - 입장료 2천원

영인산 수목원 뒤로 상투봉이 보인다.

완만한 경사길로 오르다 보니 중간에 제 2 매표소를 설치하여 이렇게 우회로를 통해 입장하는 사람들에게 산 능선길에서 입장료 2천원을 징수한다. 아산시민이나 경로자에게는 입장료를 면제하는지 신분증을
제시하자 그냥 통과시킨다.
영인산 수목원
입장료를 내고 상투봉 방향으로 한발짝 내려서자 광활하게 펼쳐진 수목원이
나타난다. 매화꽃이 활짝 피기 시작했다. 넓은 잔디밭은 아직
겨울의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그 아래 습지 연못 가에는 여름에 애기반딧불이가 자란다는 푯말이 서 있다. 하나
하나 다 살펴볼 수는 없지만 수많은 나무와 꽃이 심어져 있어 계절마다 찾아 오면 좋은 학습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길가에 노랑에 가까운 미색 히어리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상투봉으로 오르는 경사면에는
복숭아나무를 심어 놓아 4월 복사꽃이 필 때 오면 정말 멋진 풍경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영인산의 봉우리는 오르내리기가 편하지 않다. 암봉으로 이뤄져 있어 조심해서 올라야 하지만 휴양림 측에서 안전시설을 잘 갖춰놓아 가파른 곳에는 나무계단이
잘 설치되어 있다. 약간의 미세먼지 때문에 멀리까지 시야기 미치지는 않지만 동서남북 대략적으로 큰 건물이나
지명을 살펴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수목원의 습지 - 이곳에 반딧불이가 서식한다

메타세콰이어숲

수목원 길가에 히어리가 피고 있다.

상투봉에서 바라본 닫자봉(앞쪽)과 상봉

약간의 미세먼지가 있어 시야가 조금 흐릿하다.

상투봉 정상에 오르는 길에는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정상데크도 널찍하여 여유있게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상투봉에서 또 다시 급경사길을 내려갔다가 다시 닫자봉으로 급경사 암봉을
오르는데 길가 양지쪽에 진달래가 막 피고 있다. 아직 몇 송이 안되지만 아직 멀었을 것으로 여겨졌던
진달래꽃 피는 것을 보니 반가움이 앞선다. 뭐든지 귀할 때 태어나면 대접을 받는 법이다. 정성들여 카메라에 사진을 담았다. 봉오리 맺은 것과 만개한 것, 진달래 꽃 색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짙은 부분은 보라색 같기도 하고 옅은 부분은 약간 흰빛이 도는 핑크색이다.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 스펙트럼에 비치는 색만을 열거할 수 있다. 뜻하지
않게 만난 진달래꽃과 대면하고 있는데 지나가는 선녀가 아는 체를 한다. 자신은 이 산에 거의 매일 올라오는데
이 양지쪽에 봄꽃이 제일 먼저 피어난다고 한다.
가파른 암봉을 오르니 작은 대리석 기둥에 ‘닫자봉’이라는 봉우리 이름이 새겨져 있고 그 앞에 넓은 평상이 놓여
있다. 배도 고프지 않고 목도 마르지 않지만 잠시 자리에 앉아 간식을 먹고 있자니 세월을 짊어진 중노인이
숨을 헐떡이며 올라 와 자리에 앉는다. 배낭에서 한라봉을 꺼내 나눠주기에 나도 빵을 권했다.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편안하게 상대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상투봉에서 내려와 작은 연못을 지난다.

이어서 가파르게 돌길이 이어지고

길가에 봄이 기다리고 있었다.

올 봄 처음으로 만난 진달래꽃 - 지금 이 순간 막 피어나고 있다.

닫자봉 정상에서

1947년생 서울 금호동에 살다가 4년
전에 평택에 내려와 살고 있다고 한다. 원래 고향은 나주인데 그 곳은 대부분 넓은 들판이라서 산과 가까이
할 수 없었다. 서울에 살면서 북한산과 도봉산에 갈 기회가 많았고 동네 산악회 회장을 하면서 선거철이면
정치인들의 후원도 받으면서 산행을 즐기게 되었다 한다. 20년 전에 장만한 비박 장비를 여전히 소중하게
쓰고 있는데 항상 비싸더라도 항상 좋은 것을 사기 때문이라 한다. 땀을 배출하고 외부 물기를 막아주는
고어텍스, 버너와 코펠은 코베아 제품이고 등산화는 세무가죽으로 된 것인 것 창갈이를 하면서 계속 신고
있다 한다. 우리나라 나이로 72세이니 할아버지 소리를 듣는데
실제로 손자 손녀에게 용돈이라도 주려고 아직 회사에 적을 두고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영인산 오르는 길에서 멀리 아름다운 CC가 내려다 보인다.

높은 곳에 오르려면 가파른 암릉길을 기어올라야 한다.

영인산 정상

47년생 산객님과 서로 사진도 찍어주면서 동반한다.

정상에서 깃대봉을 지나 연화봉까지 3개의 봉우리가 고만 고만한 높이로 이어져 있다.

그 분과 서로 많은 말은 하지 않아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같은 코스를 걷게
된다. 완연한 봄날이다. 산 길가에 양지꽃도 잎을 피우고
곧 꽃도 필 것처럼 보인다. 닫자봉에서 내려와 다시 영인산 최고봉인 상봉에 오르는 길도 제법 가파르다. 아무래도 세월의 무게를 지탱하기에 힘이 부치는지 47년 생 노객은
숨이 거칠어지면서 쉬기를 반복한다. 상당히 긴 세월 척박한 산림에 제대로 자라지 못한 소나무와 신갈나무
등 키가 커야할 교목들도 동네 뒷산에 자라는 나무같이 작고 가늘다.
민족의 시련과 영광의 탑 - 영인산이 수천년 겪어온 영욕의 역사를 잘 대변하는 것 같다.

연화봉에서 휴양림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포장도로다.

산림박물관에는 갖가지 나무와 동식물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청소년들에게 아주 유익한 정보가 담겨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주변 시야가 활짝 열리고 산 아래 골프장도 보인다. 몇 년 전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골프를 쳤던 아름다운 CC 다. 이 영인산은 주변에서 제일 높이 우뚝 솟아 있어 일기가 좋은 날이면 아산만을 비롯하여 삽교, 아산 등 아주 먼 곳까지 시야가 끝없이 펼쳐진다. 어쩌면 그런 조건을
갖추었기에 저 멀리 삼한시대부터 그리고 조선시대까지 군사적 요충지로 사용되어 왔으며 청일전쟁 이후 일본군의 주둔지로서 그리고 해방이후에는 미군의
주둔지로 이용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연화봉 – 시련과 영광의 탑
전체적으로 영인산은 고만 고만한 높이의 여러 봉우리로 이어져 있어 산행하기에
지루하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다. 산봉우리에 올라서면 항상 멋진 조망이 펼쳐진다. 상봉에 이어 깃대봉을 거쳐 연화봉으로 연결되면서 주위 풍경은 자연미가 사라지고 인공적인 조형물과 포장도로 등이
나타난다 연화봉에는 높은 첨탑 모양으로 두 개의 대리석장식의 탑이 세워져 있는데 이름하여 <시련과
영광의 탑>이다.
휴양림과 이어지는 길은 노약자들도 쉽게 다닐 수 있겠다.

주차장에 도착하여 47년생 산객님과 작별하고 산행을 마쳤다.

일핏 보기에 옛날 경부고속도로 추풍령 휴게소에 세워져 있던 희생자 추모비와
비슷하다. 그런 추모비에는 대부분 위정자들의 이름만 나열되어 있고 그럴싸한 의미를 가진 글은 없다. 이 <시련과 영광의 탑>도
그런 조형물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미리 단정하고 나와 47년생 산객은 그 탑 앞에 서서 인증사진만 한
장 찍고 하산길에 들어섰다.
느린 걸음으로 도중에 산림박물관에 들른 후 포장도로를 걸어 하산했다. 47년생 산객은 큰길에서 버스를 타면 집앞까지 닿는다고 하여 우리는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나자는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산행 중에 자유인 백두대간 22기 팀 회원들이
보낸 사진을 보니 경기북부 감악산과 강원도 정선의 민둔산에 많은 눈이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