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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돌>
일대에서는 이미 소문난 맛집이다. 코로나 여파에도 손님이 줄선다. 그득하게 차려지는 한상 밥상에 걱정도 잠시 잊고 먹는 데 몰두한다. 게장의 화려한 멋과 특별한 맛 덕분에 세상을 잊는다.
1. 식당얼개
상호 : 호박돌
주소 : 경기도 화선시 서신면 제부로 289
전화 : 031) 356-6867
주요음식 : 꽃게장, 꽃게탕, 영양굴밥, 칼국수
2. 먹은날 : 2020.6.3.점심
먹은음식 : 돌솥꽃게장 28,000원
3. 맛보기
화려한 색감에 우선 침이 고인다. 꽃게알의 주황과 게딱지 내장의 도화와 다리와 배로 튀어나온 투명살과 꽃게발의 알록알록 점박이 암자와 진한 간장의 검정에 고명으로 놓인 빨간 파란 고추는 화려한 색깔 요리에 정점을 찍는다. 도대체 이렇게 화려한 음식은 어떤 맛을 담고 있을까.
너무 이쁘고 화려해 먹는 것이 주저될 정도지만, 이면에는 화려한 외양으로 강렬하게 돋구어진 식욕이 부딪쳐 잠시 혼돈을 일으킨다. 의외로 맛은 화려하다기보다 안정된 느낌이다. 우선 게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호박과 한약재로 비린내도 잡고 맛을 더 낸다는데, 구체적인 식재료 맛보다 깔끔하다는 느낌, 편안하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알을 잔뜩 물고 있는 꽃게, 알을 품은 꽃게는 요즘이 제철이다. 요즘은 냉동게를 쓰지 않고도 맛있는 꽃게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데 의외로 제철의 탱탱한 육질 맛은 덜하다. 입에는 감기지만 식감은 조금은 섭섭하다.
꽃게는 봄에는 암케, 가을에는 수케를 먹는다. 가을에 암케는 산란을 하고나서 살이 물러지고, 반대로 수컷은 살이 차오르기 때문이다. 지금 암컷이 제철이라 기대했던 탄탄함이 보기좋은 화려함만 못해서 섭섭하지만, 냄새없고 맛있어 식사는 충분히 즐겁다.
상차림도 화려하다. 메밀부추전까지 방금 부쳐낸 것이다. 다른 찬들도 저마다 제맛을 품고 있다.
오징어까지 넣고 부추를 주재료로 한 메밀부추전이 꽃게로 밥 양이 차지 않는 섭섭함을 메워준다. 제법 거섶을 많이 넣으려한 성의도 읽힌다.
반찬중 가장 맛이 돋보이는 것은 사실 이 달래장아찌다. 야생 식재료인지 달래향이 그대로 살아 있다. 어릴 때 기억으로 채소가게에서 자꾸 집어드는 달래, 하지만 여지없이 추억을 배반하며 그냥 풀처럼 섬유질만 남은 거같은 달래를 먹어오던 터라 눈이 번쩍 뜨였다.
달래장 한 종지면 밥 한 그릇, 끝까지 향긋하게 먹을 수 있었던 그 기억이 그대로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적당한 단맛과 그리 짜지 않은 맛, 촉촉한 육질까지 몇 젓갈의 달래장아찌가 밥상의 품격을 대번에 높였다.
뱅어포도 좋다. 맛도 좋고 식탁 짜임도 좋다. 딱딱하지도 않고, 짜지도 않다. 뱅어는 하얀 생선이라는 백어에서 유래했다는 이름이다. 칼슘이 많아 녹차와 함께 먹는 것은 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뱅어는 실치라고도 하며 충남 당진 장고항에서 4월에 실치축제를 한다.
돌솥밥은 역시 다른 것인가. 이천쌀밥집의 밥맛 비결을 물으니 다른 거 없고, 이천쌀을 쓰되 단지 도정만 그때끄때 해서 쓴다 하였다. 그랬는데도 천상의 쌀밥맛을 내었다.
이집의 비결은 무엇인가. 마치 밥전문점같이 밥이 맛있다. 잡곡은 노란 좁쌀 정도만 보이는데 노르스름한 빛깔에 하얀 쌀알은 낟알마다 흠집이 없고 반짝반짝 윤이 나고 고르다. 혀에 한 알 한 알, 그 차지고 탱글거리는 맛이 그대로 느껴졌다. 밥 좋아하는 것은 일본사람에 비견할 수 있다. 주 메뉴가 밥인 경우가 허다하다. TV에도 웬 밥요리가 그리 많은지.
식민통치 시절, 우리에게 수탈해간 쌀을 많이 먹은 일본 군인들이 각기병이 걸렸다는 말도 있다. 쌀중심의 식습관과 쌀을 좋아하는 식성이 함께 만든 부작용인 셈이다.
일본 사람은 오니기리(주먹밥) 등 밥을 주메뉴로 한 요리가 많은데, 우리는 밥을 모든 반찬과 함께 먹는 독특한 식탁구성이다. 이런 식탁 구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것도 반찬이 여러가지여서 거의 모든 반찬과 밥이 짝을 이루어야 한다. 주메뉴는 아니어도 어느 반찬에도 밥을 짝해 먹어야 하니 밥사랑의 형식은 일본과 달라도 사랑 자체만은 그에 못지 않다.
그래서 밥이 맛나야 한다. 밥이 맛있으면 찬이 어지간해도 만족스럽게 한끼를 때울 수 있다. 게장은 원래 밥도둑으로 알려진 반찬이다. 밥을 많이 먹어야 하는 찬이다. 다행히 요즘은 발효를 흉내만 내는 게장이어서 짜지 않으므로 밥을 아주 많이는 먹지 않아도 된다.
냉장 시설이 좋지 않았던 시절에는 신선한 게 구하기도 힘들었고, 발효를 제대로 해놓지 않으면 두고 먹기도 힘들어서 진짜 밥도둑이 되게 짜게 만들었지만, 요즘은 게 살을 맛있게 먹을 정도로 간장이 배이게 만들려고 발효를 흉내만 낼 따름이어서 짜지 않고 맛있다. 덕분에 간장게장 집이 전국 도처에 있다. 하다못해 해외에도 지점을 내고 있다.
전보다는 훨씬 덜 짠 게장이어도 여전히 밥은 필수적인 짝궁이다. 밥이 맛있어야 게장 맛도 더하다. 이 돌솥밥은 그러기에 너무나 훌륭하다. 게 등딱지에 비빈 밥알이 깨지지 않고 장을 적당히만 머금는다. 밥도 게장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밥을 돌솥밥으로 하는 이유도 제대로 알겠다. 맛있는 밥, 제대로 찾아 먹는 셈이다.
게장은 판매도 한다. 이곳은 제부도 들어가는 입구 언저리인지라 이곳에서 밥을 먹고 제부도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손님을 위해 제부도 물때도 써 놓았다. 오늘은 12시 52분까지는 모세길로 들어서야 한다. 서둘러 밥을 먹었다.
4. 먹은 후
1) 꽃게 '국민음식 꽃게장'
게는 전 세계에 4,500여종, 우리나라에는 150여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에서도 많이 생산되는 꽃게는 양식 게가 없고 모두 자연산이다. 꽃게는 동해 일부 지역을 뺀 전 연안에 분포하는 국민 게다. 실제로 많이 생산되는 곳은 서해안, 그중에서 연평도 꽃게가 유명하다.
꽃게는 한자어로는 유모(䗜蛑), 발도(撥棹), 시해(矢蟹), 화해(花蟹)라 하였다. 곶(串)게가 변형된 말이라고도 하나, 한자어 화해(花蟹)가 있는 것으로 보아 ‘꽃+게’에서 유래한 말로 보는 것이 적절할 거 같다. 꽃의 옛말 표기 중 하나가 ‘곶’이다.
정약전이 귀양가 있던 흑산도에서 쓴 <자산어보>(1814)에는 게[蟹]의 종류 17개가 제시되어 있다. 벌덕게[舞蟹]/살게[矢蟹]/농게[籠蟹]/돌장게[蟛蟹]/삼게[小蟹]/노랑게[黃小蟹]/흰게[白蟹]/화랑게[花郞蟹]/몸살게[蛛腹蟹]/참게[川蟹]/뱀게[蛇蟹]/콩게[豆蟹]/꽃게[花蟹]/밤게[栗蟹]/동게[鼓蟹]/가제[石蟹]/흰돌게[白石蟹] 등인데 여기에도 꽃게[花蟹]로 표기되어 있다.
냉장 시설이 없던 시절에는 그야말로 꽃게장을 담가 발효를 시켜 꽃게도 먹고, 간장도 먹었는데 양념으로 다른 반찬의 간을 하는 데도 썼다. 그러나 이제는 간장을 거의 양념 수준으로 사용하여 잠깐 절였다가 바로 먹거나 하루 이틀만에 먹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실상 발효식품으로서의 의미는 거의 상실하였다.
식당에서 상품으로 내놓는 게장 또한 거의 발효를 거치지 않는다. 발효를 거치지 않아 짜지 않게 담글 수 있는 데다 잡은 지 오래지 않은 게의 싱싱한 살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되어 식당 음식으로 가치가 높아지면서 전국에 게장집이 생겨났다. 게가 나지 않는 철에는 급속냉동시킨 게를 쓰므로 맛에 큰 차이 없이 사철 즐길 수가 있게 된 것도 식당 증가의 배경이다.
꽃게장 인기는 갈수록 높아져서 일부 음식점의 매출은 중소기업 수준이라 한다. 더구나 중요한 활어수출품목이라 하니 식재료 상품으로서의 비중이 얼마나 높고 소비가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갈수록 꽃게 수확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올해는 더욱 줄어들어서 어부들 시름이 크다. 연평도도 진도도 꽃게가 사라져서 꽃게가 금게가 되었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과 환경오염이 큰 이유라 한다.
요즘 오징어 어획이 줄어 울릉도에 가서도 비싼 값에 먹어야 하고 오징어 물일하는 곳이 한산하여 오징어산지로서의 활기가 사라졌다. 이제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의미만 남지 않을까 걱정일 정도다.
꽃게로 유명한 연평도는 우리나라 전체 생산중 8%를 차지한다. 생산량도 많지만 수심이 깊지 않아 물이 들고 날 때 물살이 세어서 꽃게의 살이 더 단단하고 맛있어서 품질에서도 최고로 친다. 연평도 또한 꽃게도 먹고 아름다운 풍광도 즐길 수 있는 관광지로서도 알려져 있는데, 울릉도처럼 어획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지 않기 바란다.
게는 세계 각지에서 생산되므로 여러 곳에서 맛볼 수 있다. 밴쿠버가 게의 산지로 유명한데, 그곳 게는 팔뚝만한 크기의 대게다. 그러나 막상 적당한 요리법은 개발하지 못한 듯하다. 굴소스로 요리한 중국식 요리를 많이 먹는다. 그런데 왜 그렇게 비싼지, 서너 가족이 나가 먹으려면 2,30만원은 줘야 한다.
중국 상해에 가면 털게가 유명하다. 상해 일대에서 다 즐길 수 있는데, 그또한 값이 만만치 않다. 크기가 작고 몸에 온통 털로 덮여 있는데 제대로 된 요리를 시키면 우리돈 5만원이 넘는 거 같다. 광동 지역의 게는 고해, 기름게다. 맛은 우리 꽃게보다 좀 더 퍽퍽한 느낌이 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여기도 값이 너무 비싸다. 결코 서민음식이 될 수 없는 게다.
거기 비해 우리는 매우 저렴한 값에 싱싱하고 맛있는 게를 즐길 수 있다. 아마 이처럼 저렴하고 맛있는 게는 다른 나라 어디서도 찾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덕분에 국민 음식이 된 꽃게는 대부분 황금 알이 가득하여 입맛도 돋구고 영양가도 높인다. 하지만 어획량 감소가 염려되는 지금, 알찬 꽃게를 이렇게 전국에서 다 소비해버리면 나중에도 꽃게를 먹을 수 있을지, 전국 가득한 꽃게장집이 영업은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게 관련 속담을 몇 개 많이 쓰이는 것으로 소개한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 듯한다.
게 거품을 문다.
게도 구럭도 다 놓쳤다.
구운 게도 다리를 떼고 먹어라.(북한) -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게는 시조에서도 종종 보이는데, 많이 알려진 시조가 <댁들에 동난지이 사오>라는 사설시조다. 동난지이는 게장을 말한다. 잡화상, 황화장사가 게장을 팔러 다니며 외치는 소리가 그대로 시조로 정착했다. 이 시조는 충남 <당진제일꽃게장> 식당의 꽃게장을 소개할 때 함께 소개했으니 참고 바란다.
http://cafe.daum.net/koreawonderland/iVDa/17
그 오랜 전력이 있는 꽃게장을 쉽게 먹을 수 있는 이 행복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2) 제부도 소개
이곳에 와서 식사를 한 외지인이라면 대부분 제부도에 가려는 사람이거나 구경하고 나온 사람들일 것이다. 제부도 사진 소개도 함께 한다. 여행은 풍광여행과 맛여행이 대개 결합된다. 제부도를 낀 이 음식점은 그야말로 목이 좋은 집, 여행자에게는 행운의 집이다. 식당에 적어둔 물때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제부도 들고 날 때 시간 안배를 잘하길 바란다.
제부도 소개 또한 해두었으니 참고해서 함께 보면 먹고, 보고가 실속있는 하루 나들이가 될 것이다. http://cafe.daum.net/koreawonderland/jjOW/6
등대는 데크길 끝나는 곳, 혹은 도는 방향에 따라 시작하는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누구도 영화속 등장인물이 된다. 그대가 있어 더 멋있는 등대 쉼터가 될 것이다.
*바닷가 산을 낀 데크길은 그리 길지 않아 적당한 정도로 바다와 산과 새들을 즐길 수 있다. 중간에 한 두 번 이쁘게 만들어 놓은 의자, 둥지의자, 서서의자에 앉아 쉬면서 바라보면서 하면 등대를 만난다.
데크길이 끝나는 곳에 있는 커피숍. 이쁘게 꾸며놓아 쾌적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매바위. 작년 왔을 때는 앞 시설물이 한창 공사중이어서 제대로 보기가 어려웠는데 이제 깔끔하게 공사가 끝나서 구경하기 좋고, 쉬기도 좋다. 앞에는 수도 시설도 있어 먹을 물도 있다.
이곳과 등대, 데크길이 관광의 최고봉이다. 거기다 데크길이 끝나는 곳에 즐비한 횟집, 커피숍, 그곳에서 커피 한잔에 바다를 멍하게 보면 휴식도 관광도 완성된다.
*어느 새 구경이 끝나고 나가는 길이다. 멀리 육지가 보인다. 물때에 따라 바다가 갈라져 섬도 되고 육지도 되는 곳 제부도, 물때를 잘 확인하고 와야 낭패를 보지 않고 구경할 수 있다. 안에 팬션도 많으니 넉넉한 시간을 잡아 오면 숙박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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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작년 조국 사태때 우연히 육촌동생을 만나 동행하면서 주고받은 얘기 중 한 단락입니다.
육촌동생왈: "형니임! 지금도 밥 많이 드세요?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형님이 우리 집에 오시면 반찬은 놔두고 밥을 엄청 드셨었는데..."
자중왈: "맞아. 밥, 참, 많이도 먹었지. 그게 버릇이 돼서 지금도 끼니 때 밥 두 공기는 게 눈 감추듯 해치우지. 허허허! 밥 너무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하던데..."
육촌동생왈: "네, 밥을 줄이는 게 좋죠. 헌데 형님은 어려서부터 많이 드셔서 몸의 유전자가 적응이 됐을 겁니다. 너무 걱정 않으셔도 될거예요. 하하하!"
자중왈:"약사가 하는 말이니 안심이 되는구먼."
오늘 소개한 게장집은 저한테 딱 맞는 집입니다. 간이 간간하면 밥 세 공기가 필요할텐데, 간이 심심하다니 두어 공기로 족하니까요. 제부도 가게 되면 들리고 싶습니다.
네, 근처에 이만한 집도 흔하지 않은 거 같습니다. 두어 공기 비우기는 불만 없을 겁니다. 더 나은 게장을 원하시면 서산이나 군산으로 가면 좋겠지만, 이 집은 곁반찬도 어지간하니 밥을 더 맛있게 비울 수 있는 집으로 괜찮을 겁니다. 댓글이 원글보다 더 재밌고 감칠맛 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