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까지 노래를 제대로 부른 적이 한번도
없었다. 써야 할 에너지의 1/10도 쓰지 않고, 대충 소리를 내보려는 요행을 바랬고, 사기를 쳤다.
이 사실을 나는 이번 이탈리아 성악캠프를 통해
깨달았다. 몇 일간 진행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로지 노래를 위한 노래의 의한 시간이었다. 꼬모, 밀라노, 피아젠짜 3개의 지역을 오가며 느끼는 고속도로의 시원하고 깨끗한 바람과 알프스의 전경만이 이 가쁜 숨을 고를 수 있게
해 주었다.
우리가 레슨을 받은 선생님은 총 네 분이었다. 네 분 마다 레슨의 성격이 달랐고 각자의 수준에 맞는 수업을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는 소수정예의 혜택을
누렸다. 나는 이 네 분의 레슨을 모두 들었고, 각각의 정수를
뽑아 나에게 체화 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이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Schiavi선생님의 레슨이었다. 그 분의 손짓과 행동 하나 하나에서
성악의 연륜과 정통성이 느껴졌다. 90살이 넘는 연세에도 한국에서 온 아가들 (선생님의 우리에 대한 호칭이었음^^)에게 조금이라도 더 알려주시려는
모습이 너무나 고마웠다. 레슨이 시작할 때 마다 얼굴의 미간과 양 볼의 광대뼈를 가르치시며 이것이 노래를
울리게 하는 앰프이고, 호흡이 들어가 갈비 뼈가 팽창되고 그것이 흘러가 노래를 노래답게 만드는 아랫배
지점까지 도달한다며 손으로 직접 집어주셨다. 내 몸을 이렇게 뭇 남성에게 내어 준 적이 없었는데…ㅋㅋ 매번 가공할만한 강도 높은 스케일 작업을 하셨고, 우리는 이
작업이 끝나면 모두들 기진맥진을 했다. 그러고 나서 노래를 부르면 날아갈 것 같이 노래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정말 정말 최고로 감사하고 푼 선생님이다.
Francesco
Hong 선생님의 수업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핵심은 ‘기본으로 돌아가자’ 였다. “말소리에
노래 소리가 있다! 말소리 없이는 노래 소리가 없다!” 이것은
더덕더덕 붙어있는 ‘후까시’를 시급히 떼어내야 하는 나에게
정말 중요한 말씀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떼어낼 것인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해 준 레슨이었다. 만드는 소리가 아니라 생소리를 원한다.“작은 삼각형이 아닌 큰 삼각형을
만들어라”“배가 만들고 그 만듦에 의해서 성대에서 소리가 나온다.” 단순하게
하자! 이것을 경험하기 위해 1시간 가까운 레슨 시간을 횡경막을
쳐서 소리가 나오는 연습과 그 소리가 어금니에서 울리는 작업을 했다. 다 끝나고 나면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지금까지의 나의 노래는
껍데기였다는 생각이 퐉~~~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Uccello 선생님은
소프라노 선생님이고, 현재 베르디 국립 음대의 교수님이시다. 그래서
학교 스케줄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일정 조절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모든 것이 순조롭게 해결되었다.
Uccello선생님 댁의 ‘윌리’ 라는 강아지가
있었는데 우리에게 순간 순간 웃음거리를 선사해 레슨을 더욱 즐겁게 해 주었다. 선생님의 포인트는 리듬의
끝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집중하는 것과, 관객에게 말을 하듯이 명확하게 단어들이 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노래를 부르며 선생님이 틀렸다고 하시는 부분이 나오면 Schiavi 선생님과 Francesco Hong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내용을 접목해서 발성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Uccello 선생님이 잘 했다며 이렇게 부르는
거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렇구나! 리듬의 선율과 감정의 선을
살리는 것은 호흡의 건강한 떠받침을 전제로 하는 구나. 아랫배의 지지하는 힘이 뿌리이고 근본이라는 것을
또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Crovatti
선생님께서는 우리에게 음악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가사의 뜻을 정확히 알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과 숨을 쉬는 것도 음악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말씀이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특히 입의 모양과 역할에 대해서 많이 강조하셨다. 입에 힘을 주지 않고, 하나의 phrase가 끝나고 마지막까지 입을 닫지 말고 마무리를
해서 음악적 품격을 높이는 방법과 모음들을 같은 색깔을 표현하는 점 등을 말씀하셨다. 이 레슨이 특히
즐거웠던 이유는 나와 맞는 선생님의 유머감각이었다. 나의 ‘후까시’를 여전히 지적하시며 지나치게 열정적이고 표현력이 강한 나의 ‘오바’기질을‘A too much girl’이라는 닉네임으로 마무리하게 해
주셨다.
Schiavi 선생님께서
해주신 하나의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한 유명한 소프라노가 있었는데, 아랫배에
누군가가 칼을 찔렀는데, 그 소프라노는 다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다치지
않은 이유가 아랫배에 복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단다. 아랫배에 힘을 떠받치기 위해 그 가수는 복대까지
하고 노래를 불렀던 것이다. ‘세상에!! 그 만큼 많은 에너지와
힘이 필요한 것이 성악인데, 내가 지금까지 정말 대충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사용했던 것의 10배 아니면 20배가 넘는 에너지 소모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부터는 진검승부다!! 에너지의 흐름을 읽고 그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 오늘부터 운동의 강도를 2배 이상 올려야겠다. ^^
p.s.: 이번
캠프는 내가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알차고 보람된 시간이었다. 이 자리를 빌어 이 캠프를 추진해 주신
이재성 대표님과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최상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고민해 주신 윤혁진 교수님께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고 싶다.
첫댓글 정말 중요하고 많은걸 깨닫고 오신 해바님의 성악에 대한 사랑을 앞으로 더 많이 볼수 있을거라 기대합니다.
멋집니다♡♡
글도 참 잘 쓰셔서
제가 레슨 받은 느낌이^^
후기 잘 보았습니다♡♡
눈팅만 하고 있는 회원입니다.
너무 감동해서 댓글을 안 남길 수가 없네요~~~
열정도 대단하시고 레슨 후기도 감동입니다~
밀라노 가셨던 분들 모두 너무 존경스럽습니다!!!!👍👍👍👍👍👍👍
최고!
오~해바님리얼후기..필력이장난아니십니다~~ㅎㅎ얼른공연모습보고싶네용!
잘 봤습니다^^~글 내용이 참 유익하네요^^
수고하셨습니다^^~
too much가 best 로 바뀌는 순간!
담에 한번 들어봅시다.
글이 예뻐요~♡♡
후기 너무 잘써주셨어요 도움이 많이 되는군요 차후에 기회가 온다면 저도 가보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