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석헌 시조 감상 】
들 국
서울은 같이 와도 들국도 않피는곳
흩어진 秋草속에 버레만 슬피울어
헤매는 나그내마음 구름인 듯 떠도네
들국이 피어 웃는 내 집을 어데두고
하늘까 구름인 듯 떠돌아 헤매느냐
지금엔 맑은 그 얼굴 향기가득 하련만
내 울땐 제가 웃고 제 눈물 내가 마셔
제 마음 내가 알고 내마음 제알더니
어데가 너를 찾느냐 내시름은 깊은데
임 잃고 아푼 마음 거친들 헤매다가
네향기 그맘같아 느품고 울었드니
너조차 여인저녁엔 임이더욱 그리워
저자꽃 없으리만 유난히 꿈인 얼굴
한없이 웃는 그꼴 더러워 볼망없고
山밑에 청초한 너만 더욱더욱 그리니
들국에 비기든 마ᅟᅣᆷ 어데가 헤매이고
이슬은 날로찬데 꽃조차 아니 피어
이마음 어데다 둘고 이 쓸쓸한 이마음
들국을 찾다못봐 南山을 바라보니
하늘은 바다같고 흰구름 섬도같고
흘러서 둥둥 떠가며 나를 오라 부르네
등 산
비를 맞고
조각구름 떠돌아도 흐리우는 이맘이오
한소내기 맞고나면 벌벌떠는 몸이건만
뜻하나 길러내과저 올라보는 이 산길
아침 찬송
찬이슬 먹은 맴이 높은 청 솟으라지고
굴아래 흐르는 물 소리도 그윽한데
늙은 솔 바위위에서 거문고 스르릉
산경치
서리맞아 시든 잎새 보잘것이 어디 있고
風雨받아 까낀바위 종달꼴은 있으리만
하나로 지은신님의 그 솜씨에 살았네
한생명에 지은신걸 뜯어보니 죽엇고나
죽었다든 돌과나무 멀리보니 또 살았네
아버지 서신 곳이란 영원인가 하노라
영원문에 서서보면 곱고미움 있을거냐
어질거니 모질거니 옅은맘의 헤아림뿐
무한한 그사랑으로 다좋고나 안았네
올 름
돌고 또 돌아서 굽이굽이 추어드니
감추고 감춘 것이 바위밑 맑은 샘물
그마음 찾아마시라 끌어드신 길인가.
오르다 내리듯 내리다 다시올라
올라온 열두고비 봉위에 앉아보니
내림도 오름이러라 그저 오른 그 길에.
오를 때 가쁜맘엔 돌아설가 하던바위
드디어 서는맘엔 더 높으면 하는고나
오르잔 그한맘에야 하늘인들 다하랴
(바라봄)
멀리서 바란모양 하늘까에 선듯더니
정작에 올라보니 땅에붙은 흙이로다
산이란 멀리다두고 바랄건가 하노라.
연주대 앉아보니 구름물 아득하고
볼수록 끝없는 마음도 끝이 없네
끝없는 임을 그리며 끝이없이 앉을까.
(돌아와서)
하루에 다녀온산 가슴속에 푸르고나
푸른산 품고 누니 산중에 산맘인 듯
三更에 벼개밑에서 들리나니 물소리
(1947. 10. 12.)
人生은 갈대
人生은 연한갈대 어린순 날카론맘
쓴바다 怒한물결 단숨에 물찌르자
꿋꿋이 뜻먹음고서 다퉈가며 서는 듯.
人生은 푸른갈대 비바람 치는날에
자라고 자란맘은 하늘에 달듯크고
떠는 잎 한데얽히어 부르짖어 우는 듯.
人生은 누른갈대 바람에 휘적휘적
거친들 저믄날에 외로운 길손보고
푸러진 머리흔들어 가지마소 하는 듯.
人生은 굽은 갈대 茫茫한 바닷까에
물소리 들어보다 쓴거품 마셔보다
다시금 하늘우러러 생각하고 서는 듯.
人生은 마른갈대 꽃지고 잎나리어
파란속 빈마음에 찬물결 밟고서서
한세상 쓰고 단맛이 다좋고나 하는 듯.
人生은 꺾인 갈대 한토막 뚫린피리
높은峰 구름위에 거룩한 숨을마시어
처량한 곡조한소리 하늘까에 부는 듯
카페 게시글
시조 강의실
60년대 한국의 철학자 함석헌 선생 시조 / 박헌오
우촌 박헌오
추천 0
조회 16
23.09.14 06:55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