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를 애도함(悼亾 五首) 수촌 오시수
깨진 거울이 다시 둥글기는 쉽게 기약할 수 없는 것
빈 침실에서 길이 소식 늦은 것만 한탄했네
누가 알았으랴 관새(關塞)에서 삼추(三秋)에 이별한 것이
문득 황천(黃泉)의 만겁(萬劫. 劫은 가장 긴 시간을 뜻하는 梵語임) 동안 슬픔이 될 줄을
노래 끝나고 분(鼓盆. 莊子가 아내가 죽었을 때 두 다리를 뻗고 사발을 두드리면서 노래한 故事에서 인용함)을 두드리니 마음이 끊어지는 것 같고
꿈이 밥 짓는 방아소리에 놀라니 눈물이 먼저 떨어지네
유명(幽明. 저승과 이승)의 무엇보다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위로 홀로 계신 어머니요 아래에는 어린 자식들이 있는 것
늘그막 궁한 길에 만 가지 일이 모두 그른데
근심스런 구름 컴컴하고 해도 빛을 잃었네
부엌 안에서 갑자기 바람이 먼저 급한 것 알리고
상여 노래는 풀 위 이슬 쉽게 마르듯 함에 더욱 놀라네
어린아이들 잔약하여 부탁(付託)할 곳도 없고
계집애는 외로이 다시 누구를 의지해야 되나?
살아서 이별하고 죽어서 헤어진 것 이내 한(恨)이 되어
홀로 관하(關下)에 서서 눈물이 옷깃에 가득하기만 하여라
신검(神劒)과 연평(延平)은 다시 합하기 어려운 법
옛일 이제 생각하니 눈물만이 앞을 가리네
이천리(二千里) 밖에서 어찌 못하고 회문(回文)을 받는 한(恨)이요
삼십 년 동안 금슬(琴瑟)의 즐거움 누림이 하루아침이네
오늘날 갑자기 바람이 부엌으로 들어가는 것에 놀라고
차가운 밤에 달이 난간을 엿보는 것 어이 참으리
한잔 술로 영결(永訣)하자니 슬픔이 서로 막히는데
지하(地下)나 인간세상(人間世上) 그 한(恨)스러움은 마찬가지일세
생각이 이별의 한(恨)에 미치니 이미 눈물 흘러 말랐는데
그 누가 흉한 부음(訃音)을 가져다 이때에 전하는가?
병은 화액(禍厄)으로 인하여 응당 빌미가 되었겠고
하늘이 재앙과 근심을 내리기를 어찌 나에게만 이리 혹독한가?
늙은 나의 슬픈 회포야 무엇을 족히 말해야 하는가
약한 자식이 쫓아가서 우니 온전하기 바랄 수 없네
영구(靈柩)에 의지하고 장례 나가는 것도 모두 저버리고서
만리(萬里) 밖에서 외로이 읊으면서 끊어진 줄만 어루만지네
관하(關下) 만리에서 홀로 울음을 삼키니
땅은 검고 하늘은 창창하게 햇빛도 잃었어라
내 스스로 충성을 꾀했으나 이리 죽음에 취할 게고
그대 지금 화를 근심해서 심지어 사는 것도 잊었었구려
은하수(銀河水)를 기울이지 않으면 원통함을 씻기 어렵고
창상(滄桑. 滄海가 변하여 桑田이 된다는 뜻으로 세상이 변하는 것)이 변하지 않는다면 한(恨)이 어이 평탄해지리
멀리 고향 산(公州 月窟 선산) 생각하니 시들은 풀 속에
금강(錦江)의 차가운 비가 붉은 명정을 적시리
破鏡重圓未易期 空閨長恨雁書遲 誰知關塞三秋別 便作泉臺萬劫悲 歌罷鼓盆心欲絶 夢驚炊日淚先垂 幽明最是難堪處 上爲偏親下稚兒
垂老窮途萬事非 愁雲慘慘日無暉 竈中忽報風先急 薤上還驚露易晞 弱子煢煢迷所託 嬌兒孑孑更何依 生離死別仍成恨 獨立關河淚滿衣
神劍延平再合難 追思疇昔淚汍瀾 二千里外回文恨 三十年間鼓瑟歡 今日忽驚風入竈 寒宵何耐月窺欄 單杯永訣嗟相阻 地下人間恨一般
念及分離已泫然 誰將匈訃此時傳 病因禍厄應爲祟 天降災憂又獨偏 老我悲懷何足說 弱兒奔哭不望全 憑輀臨窆皆相負 萬里孤吟撫斷絃
關河萬里獨呑聲 地黑天蒼日掩晶 我自謀忠應取死 卿今憂禍至忘生 不傾河漢冤難洗 未變滄桑恨豈平 遙憶故山衰草裏 錦江寒雨濕丹旌
첫댓글 문득 사별을 한 친구들의 심정이 떠 오른다. 혼자가 된다는 것 누구나 그 날이 온다.
오시수(吳始壽 1632~1680) 본관은 동복(同福). 자는 덕이(德而), 호는 수촌(水邨). 관찰사 오백령(吳百齡)의 증손으로, 할아버지는 관찰사 오단(吳端)이고, 아버지는 관찰사 오정원(吳挺垣)이다. 어머니는 좌참찬 윤의립(尹毅立)의 딸이다.
조선후기 호조판서, 예조판서, 우의정등을 역임한 문신으로 만퇴당 정익공(휘 만조)과 동서지간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