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쯤 되면 해대에는 겨울이 성큼 다가온다. 새벽에는 생활관에 난방이 공급이 된다. 세찬 바다바람이 코끝을 시리게 하는 계절이 시작된 것이다. 생활관 유리창 틈새로 휘파람 소리가 무지 많이 난다. 그래서 꼬불쳐논 신문지를 꺼내어 틈새를 막는다. 조상님들의 지혜..문풍지가 여기서 이렇게 활용된다.
지난해 쓰던 침낭을 꺼내어 먼지를 턴다. 곰팡이 냄새를 없애려고 옥상에 가져다 널어논다. 침낭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자고 그걸 몇달간 그러다 세탁도 안하고 그대로 쳐박아두었다 1년만에 다시 꺼내니 온전할 리가 없다.
학교에서는 관급품으로 국방부 모포2장 주는게 전부 다이다. 하나는 매트위에 깔고 하나는 이불로 쓰니 새벽에 안 추울 수가 없다.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꼴랑 2시간 스팀 넣어주는데 그때 외에는 항상 바들바들 떨며 잔다. 내복입고 생활복 입고 그위에 학교잠바 입고 모포 뒤집어 쓰고 자도 세찬 바닷바람이 창을 뚫고 벽을 뚫고 몰아치니 콧구멍 위에는 고드름이 길게 뻗치기 일쑤다. 고향에 두고 온 순이 생각하랴 해대생들의 잠은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주욱 이어진다.
어느날 아침 백두선배의 방에 가니 이 냥반 아침밥도 안묵고 계속 이불 뒤집어쓰고 자고 있다.
"선배님..식사하셔야죠? 지금 1학년 식사 끝나가는데.."
이불을 들쳐보니 이 선배 두리뭉실한 부인을 하나 끌어안고 자고 있었다. 헉... 이 금녀의 집에 웬 부인????
죽부인을 안고 무슨 꿈을 꾸는지 헤롱헤롱한다. 아마 이 여인을 꿈꾸고 있었던 건 아닐까?
+
이 선배님 놀라 일어나더니 쓰레빠 끌고 바케스 들고 세면장 가서 물을 한통 받아오더니 이내 케비닛에서 꼬부랑 구리코일이 달린 전기선을 꺼내 물통에 넣고 전기를 꽂는다. 좀 있으니 바케스에서 하얀 기포가 일기 시작한다. 내가 뭔일인가 하고 손을 살짝 넣어본다. 찌르르르르르....섬찟한 스파크가 내 어깨까지 찔러댄다. 놀라서 얼른 손을 뺐다.
"야..임마야!!!.임마가 죽을라꼬 환장했나? 전기가 100 볼트라서 산 줄 알아!"
"선배님? 이게 뭡니껴?"
"오리발 아니냐 임마야! 항해과라꼬 너 넘너무 무식하다잉. 전기공학의 기본중의 기본..전기분해의 원리도 모른단 말야? 하여간 무식한 항해과 이눔들 믿고 배에서 엔진 돌릴 생각하니 불안혀 미치겠네. 너야 해대2학년 팔팔한 청춘이니께 이 겨울에 찬물로 세수해도 되지만, 내 나이 돼봐라 찬물에 손 담그기가 힘들다. 물 좀 팔팔 끓여봐라!"
생활관내에서 무단으로 전열기, 난방기 사용하다 걸리면 퇴관 및 귀가조치 당하는 중과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영원한 꿈 - 백두 4학년들은 알게 모르게 이렇게 따뜻한 겨울을 나고 있었다. 저학년들은 꿈도 못꿀 일이다. 가끔 몸이 안좋아 찬물로 세수하기가 힘겨울땐 고교선배 4학년방에 가서 따뜻한 온수를 얻어 세수를 하기도 한다. 물론 4학년도 지도관에게 걸리면 큰일이지만 지도관이 4학년은 크게 터치 안한다. 목포시장보다 부산시장보다 더 좋은 4학년 백두이니까..
겨울철에 해대생들은 일주일 2번 공동 목욕탕을 사용한다.
월, 목 : 4학년(19-20시), 2학년(20-21시)
화, 금 : 3학년(19-20시), 1학년(20-21시)
앞에 3학년 선배들이 이용하고 떠난후 1학년들이 들어가면 그나마 나은데, 앞조 4학년들이 목욕후 2학년들이 들어가면 온탕에 건더기들이 많이 보인다. 4학년 백두들은 일주일 4번 목욕하는 사람이 많다. 월 화 목 금 모두 목욕해도 누가 뭐라구 하는 사람 없다. 지도관이 "후배들 생각해서 목욕탕 좀 깨끗이 이용해라" 잔소리 정도.
그래도 동기들끼리 발가벗고 탕속에 들어가서 장난치고 물멕이고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서로 등밀어주고 이런데서 움트는 동기애는 영원히 가게 되어있다.
언젠가 목욕탕속에서 뜨끈하게 몸 담그고 있는데 얼굴 모르는 애가 옆에 있길래 ~~~
"야..너 기관과냐? 머스마가 물건이 좀 그렇네잉..."
"학생! 이따 구관 512호에 보고해!" 하며 쓰윽 탕을 나가버린다.
읔...4학년 선배네..ㅈ됐다.
이렇게 몇주간의 힘겨운 겨울나기를 버티다 보면 방학이 다가오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부모님과 형제자매가 있고 따뜻한 구들장이 있는 나의 집으로..
춥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시절 그 친구들과의 정답던 이야기들이 아직도 뇌리를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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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군요
[퀴즈] 그때 호랑이가 피던 담배 이름은??
호랑이담배 ㅎㅎ
청자ㅋ
새마을 ㅋ
시누님 나이 들통나게 생겼네. 고건 공룡이 담배 피던 시절인데..
기북선,,선,,,솔 ,임다
300원짜리 최고급 임다
곰방대도 있는디요
음메.. 그건 암모나이트가 담배먹던 시절!!!
잎담배 말아피는것도 있고요
해보셨을듯
넘어가유
목 부러지것네요
읔.. 지구탄생전 담배를 피었네유..
시골 담배농사하는곳은
널렸는데
무신
지구탄생전이래요 ㅋ
해대생 연락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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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네 어제 우리애 친구(동네친구)도 태평양인지 인도양인지 계속 단톡방에 왔다갔다 하더라구요. 카톡이되니 얼마나 좋아요~
지금 해대생들은 상상을 못할듯요~~
진짜 저런 시절이 ㅎㅎ
지금은 천국이구만용~~~
너무 재미지네요~
죽부인 안고 자면 시원합니다.
지금 이러면 학생들이
들고 일어날듯해요
등 따시고 배 따신 세대라ㅋㅋ
잘 읽었습니다..즐오후되세요 ~~^^
호랭이 담배 피운다던 그시절 인감요? ㅋㅋ
롤리님은 정윤희 진짜 팬인가 봐요.
요즘 난방 잘되니 감사할따름이지요
그 시절 팬 아닌 사람 나와보라구 하셈!! ㅋ
여기요
시누는 어쩔수 없어.. 45정
시누 이기려 하지마세요
냅둬요
그런데 롤리님 MJ가 뭐래요? 이제사 보이네요???
넘 마니 알려고 하면 다쳐요. 구냥 궁금한채 사시어요. 45정
양균이 행님은 항상 등장하시네예.
ㅋㅋ
침낭도 그렇고 목욕탕 건데기도 그렇고 어디선가 빈대 기어나올것같은 느낌인데 잼있어요~
잘 읽었습니다~~곧 찬바람이 불어 오는데 모두 건강하게 겨울을 잘 보냈음 하는 바랍니다~~
지금이 행복하다는걸 해대생들은 알까요?
오래전일인데도 소상하게 잘 써주셨네요^^
겨울이 그렇게 흘러갔군요~^^
요즘은 좋은 시절이네요...1학년땐 각방에 욕실 있었다던데...언제적 얘긴가 하겠네요..ㅎㅎ
라떼의 전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