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오세아니아의 스페인어
아시아에서는 스페인 제국의 식민지였던 필리핀의 공식 보조언어이자 지역 공식어로 정해져 있으며 일부 지역에선 차바카노어 같은 스페인어 크레올이 쓰이고 있다.
차바카노어라는 크리올어가 민다나오 섬 삼보앙가를 중심으로 일부 쓰이고 있으며, 제2외국어로서 인기는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세부의 세부아노어도 스페인어의 영향이 많은 언어이다.
아직까지 스페인어가 잘 쓰이는 곳은 민다나오와 세부 정도이다. 이 중 특히 세부에서 잘 쓰인다. 마닐라는 미국 점령 후 미국물이 들어서 스페인어가 거의 쓰이지 않는 것과 달리 세부에는 스페인 혈통의 필리핀인도 많이 남고 해서 오히려 마닐라에 비해 스페인어가 널리 쓰인다. 이쪽은 영어 발음도 마닐라보다 좋아서 미국식 영어를 아예 그대로 쓴다.
또한 필리핀은 역사적인 이유로 스페인의 지배를 받아서 가톨릭, 지방 언어, 인명, 지명 등에 스페인과 스페인어의 영향이 많이 남아있다. 스페인에서 독립 선언하여 세워진 필리핀 제1공화국의 헌법도 스페인어로 쓰여진 것이었다. 그러나 필리핀은 다른 스페인 제국의 식민지와는 달리 스페인어가 공용어가 아니며스페인어를 쓰는 사람도 인구에 비해 많지 않다. 특히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에서 스페인이 패배하여 미국이 필리핀을 지배한 이후 공용어의 역할은 영어로넘어갔고 스페인어로 나왔던 수많은 공문서, 신문 등은 영어로 대체되었다.
스페인어 사용자들은 이에 반발해 스페인어 사용 대학을 세우기도 하는 등 스페인어 보존 운동을 펼쳤지만, 미국이 스페인 지배 시절을 암흑기로 치부하도록 교육하고, 더불어 필리핀 민족주의자들이 필리핀 토착 언어를 밀어주기 시작하면서 필리핀의 스페인어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러한 조치들은 결국 필리핀 내 스페인어 사용자들이 스페인과 멕시코로 이주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날 멕시코의 캘리포니아 반도는 필리핀 이주민이 많이 산다.
1946년에 독립한 필리핀 공화국은 영어, 타갈로그어, 스페인어를 공용어로 지정했지만 이 시점에서 이미 스페인어 공용어 지정은 명목적인 것에 불과했고 결국 1987년에 민주화와 더불어 새 헌법이 제정되면서 스페인어는 공용어의 지위를 잃어버렸다. 또한 타갈로그어를 표준 타갈로그어, 즉 필리핀어로서 공용어로 지정한 것도 이 때이며 그 전에는 그냥 타갈로그어라고 불렸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여전히 필리핀 헌법에서 스페인어는 '"자발적이고 선택적인 기조에서(voluntary and optional basis)'" 장려되는 언어이며, 스페인 본국과 칠레 등 남아메리카 국가의 지원으로 제2외국어로서 스페인어를 배우는 필리핀인들은 늘고 있고 1990년대 초에 세부 등에 사는 몇 천 명에 불과했던 필리핀 내 스페인어 사용자가 21세기에 들어서는 3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동티모르와 함께 단 둘이 라틴 연합에 가입했다. 2008년에는 아예 스페인 한림원과 협정을 맺어서 2008년부터는 스페인어가 필리핀에서 주요 외국어로 다시 지정되었다.
필리핀에서 쓰이는 스페인어는 라틴아메리카식 스페인어, 특히 멕시코식 스페인어와 비슷한 점이 많다. 그리고 필리핀에서도 한림원이 존재해 있다.
그리고 필리핀은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을 당시에 타갈로그어를 비롯한 필리핀 내 여러 언어들에도 영향을 많이 주면서 타갈로그어, 세부아노어 등의 필리핀 내의 대부분의 언어들은 스페인어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다. 필리핀 언어들이 스페인어의 영향을 받으면서 본래 스페인어의 뜻에서 완전히 달라지게 된 어휘도 있는 편이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서양 국가들과 교류한 경우가 많은 편이라서 생각보다 스페인어가 친숙해서 스페인어 교육이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게다가 일본 내 스페인어 사용자들의 경우에는 브라질에서 일본계 브라질인들이 많이 오는 것처럼 라틴아메리카에서 오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일본 내에서 가르치는 스페인어는 한국이 스페인 본토쪽의 표현으로 가르치는 것에 비해 멕시코식으로 가르치는 경우가 많고 발음도 멕시코 쪽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반대로 한국은 유럽과 교류도 좀 있는지라 스페인 본국의 한림원을 따르고 있다.
중국도 역사적으로 스페인, 포르투갈과 투닥거렸다. 명나라가 불랑기포와 조총을 들여온 루트도 이들 국가들이었다. 현재 중화인민공화국이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교류가 많은 편이라서 스페인어 교육이 역시 활발한 편이다. 그리고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가르치는 스페인어는 멕시코식 스페인어로 가르치는 경우가 많고, 발음도 멕시코 쪽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홍콩은 한국보다 스페인어 교육이 활발한 편이다. 홍콩에 거주하는 스페인인들도 꽤 많고 이들 대부분은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편이며 그 다음으로는 캐나다를 거쳐 오거나 미국 유학파 출신의 멕시코인들이 많다. 캐세이패시픽항공은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에 직항을 취항 중이며 뉴욕, 로스앤젤레스 경유로 라틴아메리카 각국 행 비행편을 띄운다. 보통 로스앤젤레스로 들어오고 뉴욕에서 나가는 방식이다. 그래서 홍콩의 스페인어는 영국 식민지 때는 같은 유럽 국가인 스페인 한림원을 따르다가 1997년 중국에 홍콩 특별행정구로 반환되자 중국 정부의 라틴아메리카 중시 정책으로 멕시코식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것으로 바뀌었다. 현재도 오래된 스페인어 교재는 유럽식이지만 최근에 나오는 교재는 미국에서 직접 수입한 멕시코식이다.
한편 홍콩과 가까운 마카오는 포르투갈어가 광동어, 표준중국어와 함께 널리 쓰이며 1949년 이후 건너온 광동인이 아닌 마카오 원주민[22]들 중 홍콩에 건너와 사는 사람들도 많고 이들은 비슷한 언어라 스페인어를 이해한다. 마카오는 홍콩과 달리 포르투갈이라는 같은 이베리아 반도의 통치권에 있었기에 유럽식 스페인어를 주로 가르친다.
스페인과 그다지 인연이 없어 보이는 오세아니아 쪽은 칠레 영토인 이스터 섬에서 스페인어가 쓰이고 있다.
괌과 북마리아나 제도는 과거에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다가 이후, 미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스페인어 사용은 현저하게 줄어들었지만, 차모로어에는 스페인어에서 유래된 어휘가 많은 편이고 스페인어의 영향이 아직도 남아 있다. 차모로어 자체가 사실상 스페인어와 현지 토착언어의 크레올처럼 되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스페인 혈통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일부 남아 있다.
또한, 팔라우도 예전에 스페인의 영토였던 적이 있어서 팔라우어도 스페인어에서 유래된 어휘가 많은 편이다.
이들 모두 인명이나 지명 등이 스페인식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로메로, 카마초, 곤잘레스, 모레노, 사모라노, 히메네스, 페르난데스 등 스페인 성씨들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