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에 출근하면 컴퓨터 전원을 넣고 바로 탕비실로 가 커피 내릴 준비를 한다.
탕비실을 막 열었을 때, 오늘의 첫 번째 커피 향을 느낀다.
요즘 내리는 원두는 베트남산 로브스터이다.
더 좋은 고급스러운 원두를 사야 하는데 커피에 대해 무지하여 저렴한 것을 고르게 되었다.
어떤 분들은 별로라고 하는데 산미를 싫어하고 부드러운 커피를 즐겨 먹는 나에게는 이 커피가 참으로 제격이다.
우연히 만난 소중한 원두이다.
탕비실에 들어서면 일단 핸드폰을 열고 ‘콩’ 어플을 실행하여 클래식 FM을 튼다.
24시간 언제든 클래식이 흘러나온다.
클래식에 대해 잘 모르지만 공부하는 마음으로 클래식과 함께 아침을 시작한다.
원두가 가득 담긴 통을 열어 분쇄기에 원두들을 또르르 굴리며 담는다.
그 순간 퍼지는 원두의 향기가 내 코를 찌른다.
이때, 오늘의 두 번째 커피 향을 느낀다.
이 두 번째 향은 무척이나 강력하다.
아침에 맡는 그 원두의 냄새는 온종일 나의 코끝을 맴돈다.
분쇄기에 담아진 동그란 원두를 가늘지도 않고 두껍지도 않을 적당한 크기로 간다.
윙~ 소리를 지르며 달리는 분쇄기의 소리는 클래식 음악과 어울려 하모니를 이룬다.
참으로 듣기 좋은 소리이다.
물을 포트에 끓이고 잠시 시간을 준다.
100도에서 끓는 물보다는 약간의 시간을 주어 살짝 식힌 98도의 물이 드립을 하는데 가장 좋다는 소리를 들어서이다.
그 사이 여과지를 한 장 집어 마음을 담아 천천히 꾹 눌러 예쁘게 접는다.
여과지를 드리퍼에 잘 안착한 후, 갈아진 원두를 흘리지 않게 조심조심 담는다.
이젠 드립 할 시간...
앞이 가늘고 기다란 작은 주전자에 뜨거운 98도의 물을 담고 살살 조심스레 가느다란 물줄기를 내린다.
일단은 전체적으로 한번 적셔준다.
이젠 전체적으로 원을 만들면서 가운데부터 가장자리를 향하여 물을 내린다.
그리고 잠시 또 기다린다.
그러면 커피빵이 생긴다.
뜨거운 물이 분쇄된 커피를 지나가며 거품을 내고 사이사이 그 빈 공간을 찾아댄다.
그러면 거품을 내며 커피가 위로 솟아오른다.
마치 빵이 부푸는 것처럼.
이는 마치 색과 형태가 모카번과 같다.
한입 베어 물면 참으로 맛있을 것 같다.
이때, 오늘의 세 번째 커피 향이 흐른다.
잠시 멈추고 코를 그 위로 가까이 가져간 채 눈을 감고 이 세 번째 향을 음미한다.
커피, 뜨거운 물 그리고 시간이 만들어낸 그 결과가 한 방울 한 방울이 되어 드립 서버에 모인다.
참으로 진한 커피 원액이다.
여기에 다시 물을 끓여, 뜨거운 물을 부어 내가 먹을 만큼의 진하기로 농도를 맞춘다.
여기서는 100도까지 끓인다.
난 개인적으로 진한 커피보다는 연하고 은은하게 향이 흐르는 커피를 좋아하여 물을 생각보다 많이 붓는 편이다.
예쁜 잔에 오늘의 뜨거운 커피를 조심스레 담아 클래식 음악과 함께 한 모금하면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그 첫 모금에 오늘의 네 번째 커피 향이 흐른다.
매일 아침 나는 네 번의 커피 향을 느끼고 있다.
남은 커피는 동료들에게 행복하고 즐거운 오늘의 마음을 담아 사무실 책상에 올려놓는다.
점심시간이 되면 드립 서버에 담겨있는 커피는 어느새 텅 비어있다.
아침마다 내리는 커피는 나에게 하나의 의식과도 같다.
하루를 온전히 잘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