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책을 사랑한다.
교사 학생 할 것 없이 매일 아침, 책을 읽으며 매달 동일한 1권의 책을 읽고 그 생각을 나눈다.
학교 브랜드 네임 역시 “인문향기 당연지사”이다.
지사에는 현재 다섯 개의 서원(書院)이 있다.
또 예로부터 학자를 많이 배출한 선비의 고장이다.
“인문지사”는 우리 지사중학교가 이런 지역 문화를 이어 인문학을 중시하는 교육으로 나가려 함을 의미한다.
‘인문향기’가 ‘당연지사’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전주에서 독서 대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한 선생님들은 학생들과 함께 참가하자는 만장일치의 뜻을 모았다.
책에 관한 행사에는 어떻게든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하는 선생님들의 의지는 강력하다.
올 독서 대전에 많은 작가님들이 참석하여 북토크를 진행하는데 우리는 이준호, 김동식 작가님의 강연에 참여하기로 하고 사전 신청을 했다.
실은 그 전부터 매일 아침 이준호 작가님의 책 ‘조선 사람 히라야마 히데오’와 김동식 작가님의 책 ‘지하 주물 공장에서 세상으로의 연결’을 읽어오고 있었다.
10월 전주 독서 대전을 염두에 두고 아침 독서 책을 선정한 국어 선생님의 깊은 뜻을 독서 대전에 참여해서야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두 작가님의 책을 읽어와서 그런지, 참석했던 북토크에서는 평소 학생들의 수업 태도와는 다르게 집중과 공감을 잘하였다.
대체 수업 시간에는 왜 그리 집중을 하지 못하는 거야? ㅋㅋㅋ
궁금한 내용들은 사전 질문을 통해 물어볼 수 있었고 구입한 책에는 작가님의 친필 사인에, 사진까지 찍을 수 있었다.
우리가 어디 가서 이런 책을 쓰신 작가님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을까?
전주 독서 대전이 아니었다면.
독서 대전에서 훌륭하고 유명하신 작가님들을 만나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 학생들이 작가가 되어보면 어떨까?
아니, 그런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면서부터 작가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좋은 기회에 좋은 우연을 만나 작가에 대한 꿈을 꾸고 매일 조금씩 써 내려가다 보니 작가가 되었던 건 아닐까?
우리 학생들에게도 그런 기회를 줘 보면 어떨까?
무엇이든 써보는 것이다.
가깝게는 자신의 일상을 일기로 써보면 어떨까?
책을 읽고 그 감상을 글로 남겨보면 어떨까?
교내 시험에 서술형 평가 문항을 더 넣어 자기 생각을 글의 형태를 통해 표현해 보면 어떨까?
수행평가를 논술형으로 만들어 자꾸 써보는 기회를 더 주면 어떨까?
학생들이 싫어하려나?
처음에는 어렵겠지.
하지만 쓰다 보면 한 줄이 두 줄이 되고 두 줄이 석 줄이 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우리 학생들은 작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
오늘의 만남을 통해 우리 학생들의 마음속에 그런 작은 씨앗 하나가 심어지기를 바란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학생들...
다양한 씨앗이 심어져 있는 가능성의 집합체인 학생들...
그 씨앗을 발견하고 잘 가꾸어 씨앗이 발아하기를 열심히 돕는 것은 우리 교사 그리고 어른들의 몫이다.
오늘 만나 뵌 작가분들도 학창 시절이 있었겠지.
그 학창 시절 지금의 우리 학생들처럼 어느 훌륭한 작가의 북콘서트에 참가했을까?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작가로 서 있는 건 아닐까?
미래의 우리 학생들의 삶에 오늘의 만남이 큰 의미로 기억에 남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