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귀나무 수피를 본다. 그냥 보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수피의 기본 생리에 대해 이미 썼기에 반복해 쓰기가 싫어진다. 그보다 더 무엇이 있나 하고 보지만 역시 어둔 색, 오돌토돌 튀어나온 좁쌀 모양의 것들만 보인다. 그러면 결국 도감이나 인터넷 검색에 의존한다.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다. 그래서 하나 얻는다. 자귀나무 수피에는 피목이 유난히 많다는 것을. 그렇다면 왜 많을까? 잘 모르겠다. 그냥 상상해 써본다. 숨구멍이 많다는 것은 숨을 많이 쉰다는 것이겠지. 그것은 안에 열이 많다는 것이겠지. 늘 뜨겁다는 것이겠지. 그것은 밤이 되면 복엽이 붙어서 잠을 자기 때문에 밤에도 열을 빼앗기지 않아 그렇다는 것이겠지. 그 모습이 잠자는 귀신같다고 해서 자귀나무라고 하는데, 그보다 잎이 포개지는 모습을 보고 합혼목(合婚木)이라고 한다지. 그래서 부부금슬을 상징한다고 하지. 그럼 모든 부부가 밤에 합해서 잔다는 것인데, 그건 꼭 아니지. 19금용 해설 소재로 재미는 있겠는데, 아차 하면 상황만 나빠질 수도 있겠지. 생리적으로 자귀나무에 왜 피목이 많은지 그걸 염두에 두고 자료를 찾아봐야겠다. 그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