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12일 목요일
엄마와 여행을
김미순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이 곽민지 작가의 <걸어서 환장속으로> 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스페인을 자유여행하고 쓴 여행기록지다. 아버지의 은퇴를 기념하기 위해 나선 여행이다. 페키지 여행에 익숙한 두 분과 자유여행을 하면서 가이드인 비혼주의자 딸과 겪는 황당하기도 하고 재미있는 장면들이 웃게하기도 하고 눈물이 고이게도 한다. 부모님 모시고 여행을 가는 작가를 보며 나는 과연 한번이라도 부모님과 같이 여행을 하였는지, 참으로 착잡하다.
여행이란 삶의 활력을 주는 비타민 같은 존재다. 일상에 지칠 때, 더 힘들지 말라고 영양제를 주고 싶을 때 훨훨 날아다니는 새와 같다. 대부분 사람들은 주말에, 일년에 서너 번씩 집을 나선다. 최소한 여름, 겨울 휴가 때 2박 3일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명절 때 식구들 모두 해외로 떠나는 사람도 많다. 나도 그랬다. 여행계를 두 개나 만들어 방학 때는 어김없이 무거운 여행 가방을 싸곤 했다. 국내 여행보다 해외 여행이 많았다. 거기에 시댁에서 식구들 모두 국내여행과 해외여행을 뻔질나게 다녔으니, 여행을 못 가 본 사람들께 위화감을 줄 것 같아 후기를 말하기도 좀 어려웠다. 밥먹고 살기 급해서 여행은 끔도 못 꾸는 사람들에게 잘난체 하는 것 같아서~
나는 결혼하고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못 간 것 때문에 토요일마다 국내여행이 기본이었다. 영광 불갑사, 해남 대흥사, 내장사, 선암사, 목포, 신안~~ 아이가 태어나서는 박물관, 미술관을 다니면서 모르는 걸 채워넣기에 바빴다. 아이가 글을 알고부터는 해외 여행을 주로 다녔다. 일본과 중국은 시간날 때마다 짐을 쌌다. 제주도는 이웃집 가듯 자주 갔다, 몇 해 전에는 아픈 몸을 이끌고 휠체어를 동원하여 고여있는 내 생활을 떨쳐냈다. 지난 해에는 남편 휴가가 어중간해서 시어머니와 함께 신안 엘도라도에 다녀오기도 했다. 다녀와서 엄청 아프기는 했지만~~
그러나 내가 여행을 다녀와서 정말 좋았다고 말하지 못 할 때가 많다. 친정엄마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여행은 꿈꾸지 못 하는 살림이었고, 결혼하고서는 내 생각이 먼저였다. 친정엄마보다 시어머니를 먼저 챙겼다. 시어머니는 혼자였고, 친정엄마에게는 아버지가 계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엄마를 오빠에게 떠넘겼다. 그래서 엄마가 돌아가시고나서야 아차, 후회를 했다. 가까이 오동도도 같이 안 가봤다. 시어머니와는 멀리 안가면 자산공원과 오동도는 기본이었는데, 친정엄마는 아버지와 티격태격하면서 지루한 날들을 보내야 했다. 오빠는 교회 때문에 일요일엔 시간을 낼 수 없었다. 우리는 토요일 특전미사를 드리면 일요일이 가능했다. 나는 시어머니와 하는 여행의 마지막은 외식으로 맛있는 음식으로 거나하게 배와 입을 달게 만들었다.
세월이 지나 내가 나이를 먹으니까 자주 친정엄마 생각을 한다. 일요일 잠깐이라도 오동도라도 같이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동백꽃이 어우러진 푸르고 붉은 동백나무 밑에서 사진도 찍고, 친구가 운영하는 매점의 벤취에 앉아 동백차도 마시고, 한숨 돌리고 전망대에 올라 훤히 펼쳐진 바다를 보며 갇혔던 마음을 날려버렸으면 얼마나 좋았으랴? 친정엄마가 빨리 돌아가신 게 아마 쌓인 삶의 우울증을 떨쳐내지 못한 홧병 때문같다.
요즘 가까운 사람들이 2박 3일, 3박 4일 정도의 여행을 하였다. 부럽다. 그동안 많은 여행을 하였지만 지금도 생각만 해도 엉덩이가 들썩들썩 한다. 매일 집에서만 버티니 갇혀있는 수인같이 느껴진다. 나는 비교적 늦게까지 살고싶다. 가능할 때 가까운 여수라도 다녀와야 힐것 같다. 안 되면 친정엄마가 계시는 여수 영락공원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