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서 9단이 제24회 LG배 결승3번기에서 난적 박정환 9단을 2-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2012년 입단 후 첫 메이저 우승이다.
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3번기
박정환을 2-0으로 누르고 첫 메이저 우승
'큰산'을 넘었다. 국내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는 2000년생 강자 신진서 9단이 드디어 세계 바둑계의 최정상으로 올라섰다.
신진서 9단은 경기도 광명시 라까사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3번기에서 랭킹 2위 박정환 9단를 2-0으로 꺾고 우승했다. 2012년 7월 프로 무대에 입문한 지 7년 7개월 만에 이룬 첫 메이저 제패다.
이틀 전의 결승1국을 역전, 재역전을 주고 받는 엄청난 접전 끝에 가까스로 선취점을 올렸던 신진서 9단은 12일 속행된 결승2국에서 161수 만의 불계승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종료 시각은 오후 1시 28분. 이례적으로 이른 종국이 됐다.
▲ 결승3번기의 첫째 판은 6시 23분간 236수를, 둘째 판은 4시간 28분간 161수를 두었다.
전반적으로 신진서가 자기 스타일로 이끈 반면 박정환의 행마는 무거웠다. 좌하귀에서 느슨한 수가 나오면서 불리를 초래한 박정환은 그 후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최후는 중앙의 백 넉점과 하변의 백일단을 전부 살려야 하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지 못했다. 대역전패한 1국 후유증 탓인지 허무하게 패했다.
신진서에게 있어 박정환은 난공불락의 존재였다. 결승전을 앞두고 상대전적에서 4승15패(승률 21%)로 크게 뒤져 있었다. 더군다나 9연패 중이었다. 최근 2년 동안에는 박정환을 한 번도 이겨 보지 못했다.
랭킹으로는 1위 자리에 올랐어도 '일인자'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메이저 최고 성적은 두 차례 준우승에 그쳤다. 2018년 12월 제1회 천부배 결승에서 천야오예 9단에게, 2019년 1월 제4회 백령배 결승에서 커제 9단에게 패했다.
▲ 신진서 9단은 국후 인터뷰에서 "공부하면서 인공지능 '한돌'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랭킹시드를 받아 출전한 신진서 9단은 본선 32강부터 랴오위안허, 미위팅, 쉬자양, 커제를 연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이름난 네 명의 중국기사를 차례로 꺾었다. 통산 우승 횟수는 12회(국제대회 3회, 국내대회 9회)로 늘어났다.
-입단한 지 7년 7개월 만의 메이저 우승
-10명째 10대 우승자 반열에 이름 올려
2000년대생의 메이저 제패는 신진서가 처음이다. 1993년생 박정환을 잇는 후속 우승자가 나오지 않던 한국바둑은 7살 후배 신진서에 의해 비로소 숨통을 열었다(중국은 일찍이 1995~1998년생 우승자를 여러 명 배출했다). 우승시 나이 19세 10개월 27일은 역대 10명째 10대 기사의 메이저 우승으로 기록됐다.
▲ 복기는 승부처를 중심으로 24분간 진행됐다.
국후 신진서 9단은 "첫 판을 운 좋게 이긴 게 컸던 것 같디. 최근 인터넷에서 중국 강자들을 상대로 성적이 좋아서 기대를 했지만 5대5 승부 이상으로 보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커제ㆍ박정환 9단을 이기고 우승해 자신에게 칭찬해 주고 싶다"면서 "첫 메이저 우승인 만큼 이제 시작이다. 더 많이 우승해 세계 최고가 되는 게 목표이고 이세돌ㆍ커제 9단처럼 영향력 있는 기사로 기억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350명이 참가한 통합예선을 거친 16명과 시드 16명이 32강 본선 토너먼트로 우승 경쟁을 벌인 제24회 LG배의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이다. 나라별 우승 횟수는 한국 10회, 중국 11회, 일본 2회, 대만 1회.
▲ 두 기사 모두 제한시간을 남긴 가운데 신진서는 1시간 50분을, 박정환은 2시간 50분을 사용했다.
▲ 나이로는 19세 10개월 27일, 프로 입단 후로부터는 7년 7개월 만에 거둔 첫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이다.
▲ 그동안 9연승을 달리는 등 상대전적에서 신진서를 압도해 왔으나 결승 시리즈에서 첫 패배를 당했다.
▲ '형제결승'과 함께 한국은 LG배에서 4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았으며, 통산 10번째 우승을 이뤘다.
▲ 만 20세가 되기 전에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10명째 기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