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해)
(마태 28,16-20)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선교활동>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8ㄴ-20).”
우리 교회는, 선교활동은 교회의 ‘존재 이유’이고,
신앙인들의 ‘기본 의무’ 라고 가르칩니다.
그리고 모든 신앙인들이 선교활동에(복음 선포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대체 왜, 선교활동을 해야 하는가?
“예수님의 명령이니까.” 라고 대답하는 것으로 그치면 그만인가?
그냥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믿다가,
각자 알아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고 구원받으면 되지 않은가?
다른 사람들에게 신앙을 권고하는 활동을 꼭 해야 하는가?
요한복음서 저자가 복음서에 기록해 놓은 다음 말이
그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들을 기록한 목적은 예수님께서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여러분이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20,31).”
이 말은, “여러분이 생명을 얻기를 바라기 때문에
예수님을 알려 준다.” 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불치병에 걸려서 죽어가는 사람을 가엾게 여겨서,
그 병을 고칠 수 있는 명약을 병자에게 소개해 주는 것과
같은 심정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 심정은 바로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신 것은, 또 오셔서 모든 사람들에게
복음을 선포하신 것은, 인간들을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선교활동을 하는 것도 사람들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이고 핵심입니다.
만일에 사랑이 없다면, 그 신앙은 신앙이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립니다.
“내가 인간의 여러 언어와 천사의 언어로 말한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요란한 징이나 소란한 꽹과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고, 모든 신비와 모든
지식을 깨닫고, 산을 옮길 수 있는 큰 믿음이 있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1코린 13,1-2).”
<사랑이 없으면 예언은 예언이 아니라 거짓 예언이고,
산을 옮기는 기적은 그냥 속임수일 뿐입니다.>
따라서 “남들이야 망하든지 말든지 나만 구원받으면 그만이지.”
라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혼자서만 신앙생활을 한다면,
그것은 신앙생활이 아닌 것이고, 그렇게 해서 받는 구원은
구원이 아닌 것이 됩니다.
다른 사람들 없이 자기 혼자만 들어가서,
혼자서만 지내는 나라가 하느님 나라일 수는 없습니다.
사도행전에 기록되어 있는 다음 이야기와 대화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간수가) 그들을(바오로와 실라스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두 분 선생님, 제가 구원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물었다. 그들이 대답하였다. ‘주 예수님을 믿으시오.
그러면 그대와 그대의 집안이 구원을 받을 것이오.’
그리고 간수와 그 집의 모든 사람에게 주님의 말씀을
들려주었다. 간수는 그날 밤 그 시간에 그들을 데리고 가서
상처를 씻어 주고, 그 자리에서 그와 온 가족이 세례를 받았다.
이어서 그들을 자기 집안으로 데려다가 음식을 대접하고,
하느님을 믿게 된 것을 온 집안과 더불어
기뻐하였다(사도 16,30-34).”
죄수들을 지키고 감시하는 간수가 감옥에 갇혀 있는 죄수들에게
‘구원’을 받는 방법을 묻는 상황 자체가 대단히 상징적입니다.
바오로와 실라스는, 몸은 감옥에 갇혀 있어도 영혼은 참된
평화와 자유를 누리고 있었고, 간수는, 몸은 감옥의 밖에
있어도 그 영혼은 평화도 자유도 안식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선교활동은 그 간수처럼 구원받기를 갈망하지만 그 길을 모르는
사람에게 ‘구원의 길’을 알려주는 활동입니다.
또 현세적인 일만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허무하게 사라질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 길은 ‘멸망의 길’이라는 것을
깨우쳐 주는 것도 선교활동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에서,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라는 말씀은, 예수님이 모든 사람들에 대한
‘생살여탈권’을 가지고 계신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생살여탈권’은 사람들을 구원하거나
구원하지 않을 권한입니다.
예수님이 바로 그 권한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믿으면 안 되고, ‘예수님만’ 믿어야 하고,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야 합니다.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라는 말씀은, ‘모든 곳’으로
가서, ‘모든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해 주라는 뜻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가지 못하는 국가와 지역이 있긴 합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그 국가와 지역의 문이 열리기를
기도하면서 기다려야 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라는 말씀은,
신앙인이 되는 것과 구원을 받는 것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사랑에 참여하는 일이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그 참여는 곧 구원과 생명을 얻어 누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라는
말씀은, 믿고 세례를 받는 것만으로 구원과 생명을 얻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라는 말씀은, 선교활동은 예수님께서 함께 하시는
활동이라는 것을 나타내는데, 우리가 하는 일을
예수님께서 도와주시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하시는 일을
우리가 도와드리는 것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