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폰토 베키오>
<꿈과 동경의 다리 -피렌체 폰토 베키오 >
피렌체에서 머문 길지않은 시간 내내 줄곧 비가 내렸다. 도시의 아이콘 같은 아르노강은 이미 흙탕물로 변해 있다 두오모성당 주변이나 넓다란 광장 그리고 구석진 작은 골목들에도 겨울비가 세차게 훑고 지나갔다 비에 젖은 르네상스의 유서깊은 이 도시는 고혹적인 자태로 변신을 꾀하면서 나그네들을 유혹한다. 아르노강의 명물 ‘폰토 베키오’(오래된 다리란 뜻)에는 지금도 수많은 인파로 북적거린다 셔터를 누르는 소리 거리의 악사들의 연주 여기에 아르노강의 제법 센 물줄기 소리가 더해져 마치 16세기경의 원전악기로 연주하는 듯한 고풍스런 맛이 배어난다 .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는 그의 오페라 ‘쟌니 스키키’ 가운데 나오는 아름다운 아리아 한 곡으로 이 다리를 세계적 명물로 만들어 버렸다. 르네상스시대의 위대한 문호 단테는 이 다리를 배경으로 신곡(divine comedy)이란 불후의 걸작을 남겼다. 그가 그토록 열망한 애인 베아트리체를 만나 불같은 사랑의 열정을 평생토록 타오르게 만든 장소 또한 여기 폰토 베키오 다리가 아니었던가?
베네치아는 운하들로 연결된 수 백개의 인공섬들의 도시다 작은 운하들을 사이에 두고 각 섬 과 섬을 이어주기 위해서는 크고 작은 다리들을 건설해야만 했다. 그 가운데 리알토 다리와 탄식의 다리가 베네치아의 대표적인 풍물로 꼽힌다. 리알토 다리를 유명하게 만든 배경에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이 있다. 그 놀라운 걸작은 그렇지 않아도 황홀하고 매혹적인 도시 베네치아를 낭만과 꿈의 장소로 자리매김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이다. 탄식의 다리는 베네치아 광장을 지나서 죄수들이 감옥으로 갈 때 통과하는 곳으로서 그들이 이 다리를 건넌 후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거라는 비탄의 심정으로 탄식한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런 사연을 듣고 이 곳을 건너는 오늘날의 여행객들은 이 다리가 부여하는 슬픈 메시지 때문인지 숙연한 묵상에 젖어 보기도 한다.
영화 애수(원제목: Waterloo Bridge)는 짙은 스모그와 가랑비로 해뜰 날을 보기 어려운 런던의 분위기를 얼마나 로맨틱한 사랑의 도시로 변모시켰던가? 영화속의 두 주인공 비비안 리의 청초한 아름다움과 로버트 테일러의 중후한 매력은 사람들로 하여금 2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현실을 잊게 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그 무대의 중심이 워털루 브리지였다 사람들은 런던의 이 명물 다리 위에 서서 레인 코트의 옷깃을 세우고 연인을 기다리는 로버트 테일러가 되기를 상상한다 아름답게 건설된 다리는 야곱과 라헬이 만나 로맨스를 불러 일으킨 언약의 장소와 같다 오랜 세월이 지난후 사람들은 늙어가도 그 장소는 그대로 남아 그들을 기다려 준다.
낭만과 지성의 도시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에는 칼 테오도어다리가 있다. 하이델베르크의 폐허의 고성과 마인강변 건너편 언덕에 자리잡은 ‘철학자의 길’을 연결해 주는 유서 깊은 이 다리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철학자들, 문인들, 예술가들의 마음을 설래이게 하였는가? 아름다운 낭만의 도시 하이델베르크에 꽃 처럼 수 놓아진 다리 위에 서서 노을에 비낀 황혼녘의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철학자가 된다. 중세의 시간으로 아름답게 반짝이는 도시 체코의 프라하에는 카를교가 서 있다. 코발트 빛 하늘에 해가 기울고 높다란 언덕에 자리한 고성이 달빛을 받을 때면 유유히 흐르던 블타바강의 카를교는 신비의 마법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사랑의 약속은 여기서 이 시간에 이루어지고 사람들은 다시 한번 이 다리를 찾아올 것을 맹세하고 떠난다. 폰토 베키오 다리는 피렌체의 얼굴이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고풍스런 그 장소, 피렌체의 얼굴이 마음 속에서 속살거린다. 내면 속에 들어온 여행 중의 환상이 내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첫댓글 목사님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