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동차들이 앞다퉈 디지털 계기반을 달고 있다.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다

디지털 계기반을 단 최초의 자동차는 1976년 출시된 애스턴마틴 라곤다다. 당시로선 획기적인 계기반이었지만 지금의 디지털 계기반처럼 LCD 디스플레이에 다양한 정보와 화면을 제공하는 건 아니었다. 옛날 전자시계처럼 단순한 숫자와 그래픽으로 속도나 엔진회전수, 연료량 등을 알려줬다. 이후 여러 자동차 브랜드가 디지털 숫자나 그래픽을 띄우는 계기반을 유행처럼 달았다. 하지만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곳에선 계기반 정보를 알아볼 수가 없고, 아날로그 속도계처럼 속도를 즉각 알려주지 않는 데다(한 박자 늦게 표시됐다) 수리하는 데 돈도 많이 들었다. 이런 문제로 1990년대 들어서면서 전자식 계기반은 전통적인 아날로그 계기반으로 대체됐다.
그러다 LCD 패널이 등장했다. 다양한 정보는 물론 화려한 그래픽까지 띄울 수 있는 LCD 패널은 새로운 디지털 계기반 시대를 알렸다. 재규어는 2010년 출시한 5세대 XJ에 LCD 패널로 이뤄진 디지털 계기반을 달았다. 시동을 걸면 아무것도 없던 화면에 세 개의 디지털 클러스터가 나타났다. 아우디는 2014년 출시한 3세대 TT에 혁명에 가까운 디지털 계기반을 달아줬다. 아우디가 버추얼 콕핏이라고 이름 지은 이 계기반은 화면 가득 지도를 띄울 수 있는 것은 물론 운전대에 달린 버튼으로 클러스터 크기를 줄이거나 키우는 것도 가능했다.
디지털 계기반이 또다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1980~90년대와 상황이 다르다. LCD 디지털 계기반은 화면이 선명해 햇볕이 내리쬐는 곳에서도 정보를 잘 확인할 수 있고 각종 정보도 빠르게 알려준다. 지도는 물론 후방카메라나 사이드미러 카메라 등과 연동해 바깥 상황을 보여주는 것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아날로그 계기반을 만드는 것보다 돈이 적게 든다. 여러 모델이 똑같은 디지털 계기반을 돌려쓸 수 있어 개발비를 절약할 수도 있다. 첨단 자동차 같은 분위기를 내면서 돈도 절약할 수 있는데 마다할 자동차 회사가 있을까? 이미 많은 자동차가 디지털 계기반을 달고 있다. 어쩌면 아날로그 계기반이 영영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BMW 8시리즈
BMW 디지털 계기반은 모두 이렇게 생겼다. 둥근 클러스트 대신 각진 도형을 대칭되게 그려 넣고 그 안에 깨알같이 속도와 엔진회전수, 연료량, 엔진 온도, 시간 등을 표시한다. 가운데 지도도 띄울 수 있다.

DS DS3 크로스백
DS 디자이너들은 디지털 계기반도 허투루 디자인하지 않았다. LCD 패널 양옆에 세모난 형태를 만들었는데 미래적이면서 새롭고 근사하다. 바탕화면도 그러데이션된 도형이 있어 지루하지 않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람보르기니는 진작 디지털 계기반을 채용했다. 아벤타도르와 우라칸, 우루스 모두 디지털 계기반을 달고 있다. 그래픽도 화려하다. 그런데 띄우는 정보가 너무 많아 한눈에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랜드로버 뉴 디스커버리 스포츠
이달 국내에 출시되는 디스커버리 스포츠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레인지로버 형들이 돌려쓰는 깔끔한 디지털 계기반을 물려받았다. 운전대에도 터치 방식의 패널을 달았다.

렉서스 ES
ES의 디지털 계기반은 둥근 원 하나로 속도와 전기모터 활용 여부를 알려준다. 왼쪽의 네모난 디스플레이에선 에너지 모니터를 띄울 수 있다. 렉서스 모델은 모두 이 디지털 계기반을 달고 있다.

롤스로이스 컬리넌
롤스로이스도 디지털 계기반 시대에 합류했다. 하지만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처럼 커다랗고 네모난 LCD 패널을 덩그러니 붙이진 않았다. 컬리넌은 둥근 클러스터 주변을 크롬으로 장식하는 성의는 보였다.

르노 조에
2020년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르노의 소형 전기차 조에는 깔끔하고 세련된 디지털 계기반을 달았다. 그래픽이 단순하지만 입체적이라 보는 재미가 있다. 전기차라고 오른쪽 클러스터 안에 나뭇잎을 띄웠다.

링컨 에비에이터
올해 국내에 출시될 에비에이터의 디지털 계기반. 주행 모드를 바꾸면 가운데 해당 주행 모드와 독특한 이미지가 뜬다. 새로운 링컨 모델 역시 모두 이 디지털 계기반을 물려받는다.

메르세데스 벤츠 GLE
GLE는 대시보드 위에 두 개의 스크린으로 구성된 기다란 LCD 패널을 달았다. 왼쪽 디지털 계기반은 화면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 앞으로 출시되는 벤츠 모델이 이 디스플레이를 물려받는다.

벤틀리 뉴 컨티넨탈 GT
벤테이가에 이어 신형 컨티넨탈 GT도 디지털 계기반을 챙겼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위해 둥근 클러스터 안쪽에 빗살무늬를 넣었는데 컬리넌처럼 클러스터 주변을 크롬으로 장식하진 않았다.

볼보 S60
2세대 XC90부터 시작된 디지털 계기반이 신형 S60에도 얹혔다. 볼보의 최근 모델은 모두 이 디지털 계기반을 얹는다. 그래픽이 단순해 알아보긴 쉽지만 조금 밋밋해 보이는 감도 없진 않다.

쉐보레 콜벳 스팅레이
요즘은 스포츠카도 디지털 계기반 시대다. 콜벳 스팅레이는 크게 인상적이지 않은 디지털 계기반을 챙겼지만 매우 근사한 운전대를 달았다. 운전대를 보여주지 못하는 게 아쉽다.

아우디 A6
6년이 지났는데도 아우디 버추얼 콕핏은 여전히 새롭고 근사하다. 초창기 버추얼 콕핏은 그래픽으로 된 지도만 띄울 수 있었는데 요즘 버추얼 콕핏은 실제와 비슷한 구글 지도도 띄울 수 있다.

재규어 뉴 XE
새로운 XE는 계기반도 새로워졌다. 그런데 디스커버리 스포츠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달리는 디지털 계기반과 똑같다. 브랜드를 넘어 폭넓게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재규어와 랜드로버다.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
페라리 계기반은 전통적으로 가운데에 둥근 아날로그 RPM 게이지를 달고 있지만 SF90 스트라달레의 계기반은 온통 디지털이다. 다행(?)인 건 아직 SF90 스트라달레만 이렇다.

포드 익스플로러
신형 익스플로러 디지털 계기반에는 특별한 기능이 있다. ‘캄 스크린(Calm Screen)’이란 기능인데 속도계와 연료 정보 같은 필요한 정보만 남겨 눈의 피로를 덜어준다는 기능이다. 정말?

포르쉐 911
신형 911마저 디지털 계기반을 받아들였다. 가운데 둥근 RPM 게이지를 남긴 건 다행이지만 가짜 같은 네 개의 둥근 클러스터가 어색하다. 911 계기반의 핵심은 다섯 개의 아날로그 클러스터였는데…. 이젠 클러스터 안쪽 컬러를 빨간색이나 노란색으로 할 수도 없게 됐다.

폭스바겐 아테온
실내 디자인처럼 반듯하고 깔끔한 아테온 디지털 계기반. 가운데에 연비나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 다양한 주행 정보를 띄우지만 아우디처럼 화끈하게 지도를 띄우진 못한다.

푸조 508
508은 대시보드 위에 디지털 계기반을 달았다. 주행 모드에 따라 클러스트 디자인이 달라진다. 개인적으로는 속도와 엔진회전수 눈금이 있는 얇은 원통 두 개가 양쪽으로 비스듬하게 놓인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출처 : 모터 트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