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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전통의 태교사상과 실천방법 연구
결론
이상에서 인도전통의 태교이론과 실천방법을 중국ㆍ한국과 대비하여 고찰하였다. 요가를 통한 태교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요가 학적인 전거 마련을 목적으로, 각국의 신화ㆍ전설에서부터 태교의 기원에 유의하면서 그 역사적 흐름을 밝히고 고전을 통한 구체적인 분석을 시도한 것이다. 인도에서는 아유르베다의 세 가지 경전 CarakaSaṃhitā(P.V. Sharma, 2010), SuśrutaSaṃhitā(K. K. Bhishagratna, 2000; P.V. Sharma, 2010), Aṣṭāñga Hṛdaya(K. R. Shrikantha Murthy, 2009; Shri Kanta Murthy, 1991), 중국은 산과학서인 염순새의 『태산심법』(1730), 한국은 전통태교서인 사주당이씨(1739-1821)의 『태교신기』(1801)를 채택하였다. 인도전통의학의 세 가지 문헌에서는 임신과 출산에 관련한 부분을 뽑아 자료로 사용하였다.
연구의 중점은 인도를 중심으로 하여 세 나라의 전통사유 속에서 태교의 기원ㆍ이론ㆍ실천방법, 그리고 그 근본동인을 살피는 데에 두었다. 연구의 결과를 몇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신화 특히 여신신화 속에서 태교의 원형을 찾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인도나 중국ㆍ한국은 공통적으로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한 모계사회였고 자연스럽게 지모신ㆍ태모신ㆍ농경신이 창세신ㆍ주신으로서 창조의 중심에 있었다. 여신은 철학사조나 종법제 등의 정치사회질서, 혹은 종교적 지배층의 변화로 본래의 창조성과 모성성을 유지하면서 시대마다 변형되어 제의나 축제에서 다산과 풍요에 따른 기자의례(祈子儀禮) 등의 기원대상이 되어 왔다. 여신의 독립적인 창조력은 남신배우자와 함께 생식을 통한 모성성을 지닌 여신 혹은 혼인을 주관하는 고매신(高媒神)으로서 임신과 출산과 관련한 풍요와 다산의 축제를 통해서 전승되어 오기도 하였다. 엘리아데가 말한 것처럼 "제의속의 원형 ", 즉 변화된 원형 또한 축제와 제의의 형태로 수용되어 전해진 것이다. 임신과 출산과 관련한 의례는 자연의 생산물이든 인간의 잉태든지 의례의 형태로 나타났고, 각 나라의 문화에서 기자의례의 원초가 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태교 또한 여신숭배의 과정에서 나타난 금기나 의례이며 오늘날까지 제사와 축제 즉 인도의 여신들의 축제, 중국의 여와축제(人祖廟會), 한국의 삼신할미 제사 등을 통해 전승되고 있음도 관찰되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사회정치와 종교적인 전개에서 신화의 변형 혹은 의례의 변화된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인도의 경우 독자적인 여신들이 남신들의 배우자로 규정되거나 의례에서 여신숭배의 의례의 모습에서 피에 대한 혐오터부, 남아선호적인 기자의례와 태교의 모범이 되는 여성의 등장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여신신화의 재해석의 필요성과 신화에서 여성들이 태교원형을 지향해 가는 가치를 여신의 창조력을 통해 원형을 의미를 찾아볼 수 있었다.
여성은 임신과 출산을 통해 여성에서 모성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겪는다. 여신들 혹은 신화에서의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오히려 독립적인 자기정체성 강화, 긍정적 모(母)-아(兒) 애착형성, 모-아 관계지향적인 인격으로의 돌봄의 원형을 스스로 찾아갔다. 신화에서 여신ㆍ여성들은 그들의 삶에서 겪는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았고 무너져 구멍난 하늘을 메우거나(중국의 여와), 자신의 생명이 위급한 중에도 자녀를 돌보고 모성을 잃지 않고 자녀를 돌보는 인격(한국의 당금애기 등)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으로 생명중심적 원형인 모-아 관계지향적인 태교원형으로서 여성이 남아를 출산해야 하는 사회적으로 규정된 태교 전범(典範)을 따르는 태교가 형성되기 이전의 원형적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신화는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모-태아 애착(maternal-fetal attachment)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이것은 건강한 심신형성에도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과정은 출산 후 영아기에서도 모-아의 관계지향성으로 이어져 태아의 가장 기초적 인격에 토대가 형성되고, 이후 일생을 살아가는데 타인과의 관계형성에도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은 신화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법 중에서 여신신화의 모성간호학과 심리학적 해석방법이며, 이러한 태교원형의 의미를 해석하여 태교에 대한 기원을 찾는데 다양한 학문적 접근법이 유용하다 볼 수 있다.
둘째, 각국의 태교이론과 실천은 철학적ㆍ의학적인 흐름을 가지고 전승되어 왔다는 점이다. 인도는 종교철학적인 면이 강하여 아리안민족 침입 이후 힌두교의 체계화를 배경으로 신화와 서사시와 법전의 체계화, 그리고 6파철학 중 요가와 요가의 생리학을 통하여 태교와 관련된 철학과 의학이 발달되었다. 아유르베다의 관점에서 본 태교는 "부모의 부조화된 상태와 태아의 전생의 모든 행동들과 같은 라자스와 따마스적 요소가 신체발육과 영혼에 병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있을 때, 요가를 포함하여 아유르베다의 치료요법 등을 통해 이를 최소화하고 신체와 감각의 균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는 일찍부터 주나라태임을 태교의 전범으로 내세워 종법제 등 왕권강화의 지배질서에 맞춰 왕실 중심으로 태교가 이루어졌다. 유교의 태교론에는 『한시외전(韓詩外傳)』의 맹모태교, 『신서』 「태교」의 '신시론(愼始論)', 『열녀전』 「주실삼모(周室三母)」에서의 '신감론(愼感論)' 등이 전하고, 도가적 태교론에는 『회남자』 「정신훈」의 '외상내감설', 그 밖의 『논형』의 '품기론'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서진의 장화란 학자의 『박물지』에서는 민간풍속과 금기사항들을 전하고 있다. 교훈서에는 남북조시대 안지추의 『안씨가훈』, 송나라 주희의 『소학』, 청대의 하상경의 『허운촌이모』와 장백행의 『소학집해』가 남아 있다. 그 외 여성저작에서는 여성이 지켜야 할 덕행의 실천으로 태교의 당위성이 언급되었다.
의학에서는 음양오행설과 도가 양생설이 의학적 태교론을 형성하여 전개되었다. 서지재의 '외상내감설'의 관점은 수나라 소원방에서 손사막으로 이어져 내려와 개월에 따른 태아의 발달이론을 상세히 적고 있으며 송대 주진형의 '모자동체설'로 이어진다. 다양한 의파(醫派)를 형성하며 발달해 온 중의학은 산과학도 일찍이 부인과에서 독립해 1237년 남송대에 진자명 『부인대전랑방』을 계기로 더욱 발전하였다. 청대에 와서 1730년에 염순새가 『태산심법』을 저술한 것은 이러한 흐름을 망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태산심법』에서는 임신과 출산이 집안의 대를 잇는 일이며 그 중요성과 함께 태아와 임산부의 안녕을 고려한 것으로, "임신과 분만을 다루는 분야는 집안의 대를 잇는 것과 연관이 있고, 두 목숨이 관련된 일이라 더욱이 의도(醫道)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라고 적고 있다.
한국에 있어서 태교의 최초 문헌자료는 고려 정몽주 어머니 이씨부인의 『태중훈문』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후 특히 성리학자들의 문집에 다양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 가운데 조선시대 허준에 의해 의학서 『동의보감』이 저술되어 임신과 출산에 관계된 「부인」 「소아」 부분에서 태교의 실천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조선후기까지 한의학과 교훈서에서 부분적으로 다루어 오던 것이 사주당 이씨의 『태교신기』에 와서 한 권으로 집필되었다. 저자 사주당 이씨는 독창적인 인식을 가지고 태교의 구체적 실천과 유용성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 사주당은 '하늘에서 받은 도덕적 품성인 성(性)을 부모가 노력하여 그 성이 잘 발현되도록 하는 것'을 태교로 보고 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을 조절하려는 일련의 유교적인 자기수양법인 수신(修身)을 통한 태교실천을 기술하고 있다.
셋째, 삼국의 태교관련 서적을 통해 태교실천의 측면에서 확인되는 유사점은 합리적인 진단과 처방이라는 점이다. 인도의 전통의학서인 아유르베다 경전은 중국의 『태산심법』과 한국의 『태교신기』에 나타나는 태교에 관한 시기별ㆍ주체별 5가지 범주를 포함하고 있었다. 즉 임신 전ㆍ임신 중ㆍ임신 후, 부성ㆍ가족의 태교로, 중국태교가 부성과 가족태교의 언급이 없고 한국이 임신 중 태교만을 중점적으로 다룬 점에 비해 인도전통의학에서는 다섯 가지 범주 모두에 해당하는 내용이 있으며, 특히 인도 전통의학 자체가 요가의 정화법 등 요가의 수련법을 통해 이들을 실천하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공통적 견해는 '출생과정에서 임산부와 태아의 신체적ㆍ정신적ㆍ정서적ㆍ영적인 면을 최적화하고, 여러 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정의되고 있었으며 이에 관한 일련의 노력이 임신 전부터 예방적 차원에서 실천되고 있었다.
『태산심법』에서는 상상임신에 대해 귀신과 합방을 했다는 등의 인식의 오류가 있음을 밝히고, 여성이 아이, 특히 남아를 출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것으로 진단하고 처방한다. 또한 산모가 출산 시 산도의 개 폐력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평소 운동을 하도록 권하고 있다. 아유르베다의 경우 출산 시 산모에게 절구공이질을 하게하는 관습에 대해 반대하며 마시지를 하든지 간단한 운동을 하라고 권한다. 음식의 금기나 맛에 대한 절제도 그 내용은 다르지만 근본적인 처방 동기는 유사하다. 즉 과도한 맛, 과도한 감정을 조절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의 차이점은 태아적출에 대한 것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인도는 외과적 처치(제왕절개) 또는 사망한 임산부에서 태아를 꺼내는 수술까지를 언급한다. 수술 후 사태아(死胎兒)의 상태에 따라, 또는 개월 수에 따라 임산부에게 섭생법을 적용한다. 이에 대하여 중국의 『태산심법』은 약물을 통한 불임치료ㆍ약물을 통한 태아배출을 하게 한다. 또한 산전교육으로 분만과정ㆍ분만 징후 등에 대해서 알고 있을 때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어서 난산을 피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현대의 산전교육의 목표와 같은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넷째, 요가와 태교와의 공통된 원리를 도출할 수 있었는데, 요가를 통한 태교는 수행자의 마음조절을 위한 수행법이며, 한국의 전통태교는 수신(修身)을 통한 임산부의 마음가짐을 중시하는 실천법이라는 특징이라는 점이다. 인도의 『요가수뜨라』와 한국의 『태교신기』에서 태교덕목과 의미가 부합되는 점은 두 문헌 모두 '마음'에 대한 심리학적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마음(citta)ㆍ마음작용(citta vṛtti)ㆍ마음작용조절(citta vṛtti nirodhaḥ)은 요가 수행자가 추구하는 목표이며, 임산부는 마음가짐(姙婦存心)을 조절하여 임신기간 동안 공경하는 마음(敬以存心)을 잃지 않는 수신을 목표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공통원리에 기초한 태교덕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Yama와 전통태교의 공통된 대인관계와 관계되는 덕목은 '1.모든 생명과 사람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다, 2.거짓말을 하지 않고, 말을 전하지 않는다, 3.도둑질하지 않는다, 4.금욕한다, 5.탐욕을 버린다'의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Niyama와 전통태교의 공통된 임산부 개인덕목은 '1.심신의 청결을 유지한다, 2.모든 것에 감사 ‧ 만족한다, 3.모든 일에 절제하며 인내한다, 4.예비 부모로서 공부를 한다, 5.모든 생명에 대한 공경심을 갖는다'의 다섯 가지로 모두 10가지 덕목을 갖는다 하겠다.
다섯째, 삼국의 공통점은 다같이 예비태교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부모가 건강해야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비태교의 방법이 중국은 약물을 통해 불임을 치료하며 인도는 신체를 정화하는 정화법으로써 기름과 찜질ㆍ구토법ㆍ완화법을 제시한다. 예비태교의 중요성은 중국태교론에서 거론되었던 3개월, 곧 시태(始胎)라는 시기의 중요성과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배아기(8주)와 그 이후 태아기로 나누어볼 때 배아기는 태아에게 있어서 외부ㆍ내부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치명적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예비태교를 통해 준비된 임신을 반드시 해야 한다. 합방의례나 택일에 대한 것은 문화적 차이가 있으나 두 가지 모두 언급하고 있어서 준비된 임신을 중요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에서도 부모의 심신상태가 태아에게 그대로 영향을 준다는 중국의 모자동체설ㆍ외상내감설과 유사한 이론을 전개하고 있는데, 서양의 모측인상(母側印象, maternal impression)과 같은 의학적 이론이다. 배아기 때 행하는 성별전환 법인 puṃsavana의례는 '배아기'에 태아 발달의 중요시기로 인지하고 있었다. 이 의식을 통해 여아를 남아로 성을 전환할 수도 있으며, 심신형성의 장애요소 중 하나인 전생의 업도 제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유사한 성별전환법(轉女爲男法)은 중국과 한국에서도 관찰되는데 하늘의 성품을 받고 태어나는 것, 부모의 성품을 받고 태어나는 것은 조절이 불가능하나, 나쁜 환경과 부적절한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은 통제 가능한 영역이라고 보고, 부적절한 조건을 막아 바른 성품을 갖게 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금욕을 강조하는데, 예비 태교 전ㆍ임신 후 착상을 위해서, 또한 임신 중에도 절제를 하도록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산과 난산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과 한국에서는 음양론에 입각한 외상내감설의 전개로 양(陽) 성질의 영향을 받게 하여 성을 바꾸는 '전녀위남법'이 관찰되었다.
각국에서는 역사적으로 전개된 철학 등을 전승하는 전통의학체계를 발달시켜 왔음을 알 수 있는데, 인도의 경우도 태아의 신체와 정신적 발달을 도모하고 임산부의 심신의 안정을 취하기 위해서 전통의학에서 요가라는 영적인 수행체계와 수련기법 등을 적용해 온 것이다.
이 연구는 요가를 통한 태교의 당위성과 그 이론적 근거를 연구한 것이므로 이후 타학문의 태교에 관한 논의들과 함께 태교의 개념과 실천내용의 공유하며 이에 대한 검증과정이 이루어진다면 타학문분야에서 주관하는 임산부에 관한 프로그램이 아닌 요가 고유영역에서 독자적이고 일관된 연구가 진행되고 축척되는 방안이 모색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요가를 통한 태교원리 이외에 구체적인 실천법으로 임산부 아싸나(자세)ㆍ호흡(특별히 분만시 호흡법)ㆍ명상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리라 본다. 특히 인도 전통의학이 제시한 여러 다양한 실천법들, 예컨대 예비태교로서 신체정화법인 기름찜질ㆍ구토법ㆍ완화법과 분만시 아로마요법ㆍ마사지 요법ㆍ운동요법 그리고 그외 보석ㆍ색채ㆍ만뜨라요법 등과 산후에 회복을 돕는 요가 아싸나와 명상 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현대에 응용하여 적용할 수 있는 지도 연구해야 할 과제이다. 또한 이러한 인도 전통의학 체계를 바탕으로 한 체질별ㆍ계절별에 따른 임산부의 신심 상태에 따른 변별적 연구, 임신 시기별 태교의 응용프로그램 개발과 이에 대한 과학적 검증의 연구 등은 연구범위에 포함시키지 못했으므로 이후 과제로 남겨두기로 한다.
<인도전통의 태교사상과 실천방법 연구/ 조혜숙 원광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 철학박사 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