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은 도전에 대한 응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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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글 사진이 들어가지 않아 주소 공유합니다. ^^
https://docs.google.com/document/d/1BQUJuORbSTRA3SBqIeZjzbpiJ5GbqMGIT2MFI5MqxKM/edit?usp=sh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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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교직 첫발은 가평 설악고등학교이다. 지금은 고속도로가 있어 빨리 갈 수 있지만, 발령 당시에는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성남~서울 상봉역을 거쳐 거의 3시간이 걸렸다.
이후 성남에서만 20여년을 근무하며 도심지 아이들에게 완전히 적응이 되었다.
그런데, 올해 여행지로만 다녔던 양평으로 좌천을 당했다.
한번도 본적이 없는 새로운 교사들, 학생들, 지역사회가 모두 낯설게만 느껴졌다. 한가지, 위로가 되는 것은 관사가 있어 아침에 늦잠을 자도 5분만에는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업 첫날, 직업반 아이들이 실습을 위해 하얀 가운을 입고, 골뱅이 소스를 만들고 있다며 진지한 모습을 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는데, 도심지 학교에만 근무한 내게는 너무도 신선한 장면이었고, 한편으로는는 자신의 꿈을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첫 수업시간, 아이들의 손에는 모두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었다. 이전 학교 모두 휴대폰을 수거하는 규정이 있었으므로 수업 중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는 학생들의 모습은 또 다른 적응해야할 숙제처럼 느껴졌다.
이왕 이렇게 된 것, 휴대폰 및 크롬북을 활용한 수업을 하고자 수업 설계를 하게 되었다.포노사피엔스답게 아이들은 온라인으로 제시되는 과제에 흥미를 갖고 잘 참여하였다.
첫번째 시도는는 학생들의 발음 실력을 중국의 시력표 형식으로 제시하는 형태를 취하였다. 쉬운 발음일 수록 위쪽에 크게 제시하고, 밑으로 갈수록 작고 헤깔리기 쉬운 발음들을 제시하였다. (티처메이드 이용)
다음 차시 수업에서는 학생들 스스로 시력표의 빈칸을 채워가며 쉽고 어려운 발음들을 시력표 개념으로 적어 보게 하였다. 위 사진처럼 어떤 학생의 발음 시력은 0.6인 경우도 있었다.
학생들의 안좋은 발음 시력을 확인한 이상, 안과 의사처럼 처방과 치료를 해해주고자 하였다.
처음에는 수업 후, <티처메이드>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의 오류에 대해 일일히, 피드백을 달아주었는데, 제법시간이 걸렸다. 방법을 찾던 중 이번에는 구글 설문을 이용하게 되었다.
학생들의 응답에 따라, 곧바로 통계 그래프가 한눈에 보여 우리 학교 학생들의 실시간, 발음에 대한 피드백이 가능했다. 학생들도 수시로 변화되는 그래프를 보며 중국어 발음에 대한 자신의 이해와 다른 학생들의 결과를 비교하며 정확한 개념을 찾아갈 수 있었다.
gen 은 어떻게 읽을까? 수업 후 우리학교 학생들의 46%는 [건], 35%는 [겐]으로 읽었다. 정답은 [건]이다. 표의문자인 중국어는 전 민중이 문맹이 되지 않도록 하지 않기 위해 알파벳을 발음기호로 채용하였다. 중국어에서는 e 는 모음이 자신만 있을 때는 [어], 다른 모음과 함께 있을 경우에는 [에]라는 읽는다. gei 는 [게이]라고 읽는 규칙이 있다. 학생들은 이런 간단한 규칙에 대해 절반 가량은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그래프를 이용하니, 한눈에 학생들의 오류의 경향이 보였고, 그들이 힘들어 하는 것들에 대해 집중 지도해 줄 수 있었다.
크롬북이나 스마트 폰을 이용한 수업, 효과가 만점이었다. 그런데, 수업 때 마다, 뜻하지 않는 변수가 생겼다. 그것은 모든 학생들이 와이파이를 이용할 때, 교사인 제 자신의 pc 역시, 연결이 끊기는 경우가 발생했다. 미러링이 중지되어, tv 화면은 먹통이 되어 버렸다. 어떤 날은 그것 정비하느라 15분 가량을 허비하기도 했다. 아이들한테 어찌나 미안하던지….
교육청에서 이런 사실 알고, 더욱 빵빵하게 와이파이 환경 지원해 주었으면 한다.
방해 받지 않고, 학생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함께 확인하고, 즉시 피드백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것, 저것 검색하다가 플리커스 카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카드는 60명까지 번호별로 정렬되어 인쇄가 된다. 각각의 카드 안에 abcd 4가지 답안을 상황에 따라 들어주면, 교사는 휴대폰에 찍어 실시간 참여자와 정답자, 오답자, 미참여자를 구별해 낼 수가 있었다. 이 카드를 인쇄하여 학생들에게 교과서 뒷면에 붙이게 하였고, 학생들은 과제에 따라 스스로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이 카드를 들어 정답을 표시하였다. 이 카드를 붙이고 나니, 학생들의 휴대폰이 없어도 온라인 피드백이 효율적으로 가능해졌다.
위 장면은 학생들이 교과서에 붙인 카드를 들어 정답을 표시하는 장면이고, 본인이 휴대폰으로 카드를 일괄적으로 읽고 있는 장면이다.
휴대폰으로 학생들의 카드를 읽으면 정답표시자는 초록색으로, 오답자는 붉은색으로 한눈에 표시가 된다. 교사 휴대폰에만 보이므로 학생들은 누가 맞고 틀리는 지는 알 수 없다.
윗 그림을 보면 정답은 b인데, a로 제시한 학생들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오답자가 있는 경우 직접 말하기 보다 그가 속한 모둠내에 오류 답안이 있음을 안내한 후 모둠 협의를 통해, 스스로 피드백 하고 다시 정답을 찾아가게 하였다.
그럼, 여기서, 학생들도 자신의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지 알아야 하기에 pc 화면으로로 학생들과 함께 공유를 한다. 교사 휴대폰과는 별도로 pc 화면에는 아래처럼 표시된다. 카드를 들어 답에 대한 의사표시를 한 후 이름표에 스티커가 붙게 된다. 실시간 참여를 하지 못한 학생들은 구별이 되므로 한명도 소외된 없이 즉각적인 학습 참여 독려가 가능하였다.
플리커스 카드를 접한지는 2주 밖에 안된다. 운명처럼 만난 이 카드는 크롬북 동시 접속시, 네트워크가 마비되어 수업이 방해를 받게 되는 상황 때문에 만나게 된 것이다. 일년 내낸 이카드를 활용할 것이다. 학생들의 네트워크 기기 없이도 즉각적인 학습 상황 파악과 학생들의 생각을 한번에 읽고, 오류가 있을 경우 모둠별 자체 피드백을 진행하게 할 수 있으며, 교사의 실시간 최종적 피드백으로 학생들의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기때문이다.
좌천받은 양평땅에서 이제 50일이 지났다 낯선 환경에서 아직도 적응해야 할 것들이 많다. 특히, 포노사이피엔스들인 학생들과의 수업에서는 뜻밖의 수업을 방해하는 도전들이 많을 것이다. 그때마다, 학생들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연구로 응전하리라 각오해 본다.
수업 중 뜻밖의 상황에 절망하지 말자.
수업은 도전에 대한 응전이다.
첫댓글 우와~ 이름 뜨는 거 너무 신기해요!! 댁에서 멀리 학교 되셔서 여러모로 불편하고 힘드시겠지만, 그 지역 학생들과 선생님들께선 양평의 아름다운 모습에 자부심 갖고 계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새로 만난 학생들과의 눈높이를 맞춰가시는 모습 보며 많이 배웁니다!
도전에 대한 응전이다 이 말씀 너무 멋져요!! 요즘 연이은 학폭사안에 행정요원이 된 것 같기도하고 감정쓰레기통이 된 것 같기도 해서 좀.. 불편한 마음이었는데 선생님 글 읽고 다시 정신 차려봅니다^^♥
시력표 아이디어 좋은데요~^^!
창의력이 부족한 저는 선생님께 많이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수석님,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기....매우 흥미롭고 또 발전해 나가는 모습에서 저도 용기를 얻습니다. 저도 플리커스는 3-4년 전에 고민성샘한테서 듣고 배워서 잠시 써 본적이 있는데 다시 학교로 가면 플리커스, 구글, 폴에버리웨어, 캔바(으...어지러워) 등 달인이 되어야겠죠? 우리 동아리 선생님들한테도 노하우 전수 바랍니다.^^
글 읽어주시고 격려해 주시고 넘넘 감사합니다. 저도 올려주시는 사례들 보며 잘 배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