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날 시네마스코프
수연 김성순
빨려들 듯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아 배부른 달
그 어느 인기스타보다도 많은 갈채를 받고
커다란 거울처럼 모든 세상 비추어 보이고
특히나 지난 세월의 파노라마가 무한대로 펼치어지는
시네마스코프로 시간을 돌린다
어릴 적 기억 속에 지금쯤
대바구니나 함박을 들고
집집마다 오곡밥을 얻으러 다녔을 터
엄마가 시킨 대로 나이만큼 밥을 얻어
대야에 물 떠놓고 절구통에 걸터앉아
만삭된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었지
온 집안을 불 밝히고
동네마당에서 밤 늦도록 쥐불놀이하다가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는 속설에
내려오는 눈꺼풀을 치뜨면서 잠을 쫓다가
지쳐 잠든 동생 눈썹에 밀가루를 바르는 형을
저 달은 빙그레 지켜보고 있었지
이른 새벽 친구 불러 더위를 팔고
부럼 깨뜨려 질병잡귀 쫓아내고
화려한 고깔모자 오색 띠를 두른 농악대가
온 동네 요란하게 지신밟기를 시작하면
흥에 겨운 어깨춤 덩실덩실
집집마다 문을 열고 정을 나눴었지
너른 집 마당엔 멍석이 펼쳐지고
춤추는 윷 따라 말이 달려 나가고
막걸리 사발 주거니 받거니 축제가 열렸는데
도심에서 뜨는 보름달
회색 빌딩 사이로 노오랗게
빛바랜 미소만 짓고.
시집 『사랑, 아직 시작도 아니 한』 중에서
첫댓글 환생을 한다고 해도 겪어보지 못할
어릴 적 풍습, 풍경이 눈에 선합니다.
어린 시절을 시골 풍경을 반추하는 멋진시 음미합니다.
세상은 이렇게 발전했는데도 왜 인간미는 그리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