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성어제 제2권 / 단종대왕(端宗大王)○시(詩)
영월군의 누각에서 지음〔寧越郡樓作〕
《노릉지(魯陵志)》에 나온다. 《노릉지》에 이르기를, “상왕(上王)이 객사(客舍)인 동헌(東軒)에 머물러 있을 때 매번 관풍매죽루(觀風梅竹樓)에 올랐는데, 밤이면 그곳에 앉아서 사람을 시켜 피리를 불게 하였으므로 그 소리가 멀리 있는 마을에까지 들렸다. 또한 누각에서 근심스럽고 적막하여 짧은 시구를 읊었으니, 나라 사람들이 그것을 듣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가 없었다.”라고 하였다.
달 밝은 밤 두견새 우는데 / 月白夜蜀魄啾1)
시름겨워 누각에 기대었네 / 含愁情倚樓頭2)
네 울음소리 슬퍼 나 듣기 괴롭구나 / 爾啼悲我聞苦3)
네 소리 없으면 내 시름없을 것을 / 無爾聲無我愁
이 세상 괴로운 이에게 말을 전하니 / 寄語世上苦勞人4)
춘삼월 자규루에는 부디 오르지 마소 / 愼莫登春三月子䂓樓5)
1) 혹은 ‘달은 지려하고 두견새 우는데〔月欲低蜀魄啼〕’라고 되어 있다.
2) 혹은 ‘시름겨워〔含愁情〕’가 ‘슬픈 생각에〔相思憶〕’라고 되어 있다.
3) 혹은 ‘네 울음소리 괴로워 내 마음 슬프구나〔爾聲苦我心哀〕’라고 되어 있다.
4) 혹은 ‘이 세상에 말을 전하니〔寄語世上〕’가 ‘천하에 알리니〔爲報天下〕’라고 되어 있다. ‘로(勞)’ 자는 ‘뇌(惱)’ 자로 되어 있다.
5) ‘자규(子䂓)’ 아래에 혹은 ‘체명월(啼明月)’ 세 글자가 있다.
또
원통한 새 한 마리 궁궐에서 나온 뒤로 / 一自寃禽出帝宮
외로운 몸 외딴 그림자 푸른 산속을 헤맨다 / 孤身隻影碧山中
밤마다 잠을 청하나 잠들 길 없고 / 假眠夜夜眠無假
해마다 한을 끝내려 하나 끝없는 한이네 / 窮恨年年恨不窮
산봉우리에 울음소리 끊어지니 새벽달이 비추고 / 聲斷曉岑殘月白
봄 골짜기에 피 흐르니 붉은 꽃이 떨어진다 / 血流春谷落花紅
하늘은 귀 먹어서 하소연 못 듣는데 / 天聾尙未聞哀訴
서러운 몸 어쩌다 귀만 홀로 밝은가 / 何奈愁人耳獨聰
경자년(庚子年, 1720, 경종 즉위년) 11월에 교정청(校正廳)에서 아뢰기를, “일찍이 간행된 《열성어제(列聖御製)》를 상고해보니, 어제(御製) 시(詩)와 문(文)이 사가(私家)에 소장된 것이라 하더라도 수합해서 기록해 넣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단종대왕(端宗大王)의 시 2편이 고(故) 장령(掌令) 신 윤순거(尹舜擧)가 편찬한 《노릉지(魯陵志)》에 기록되어 있는데, 지금 위호(位號)가 이미 회복되었으므로 《열성어제》 가운데 일체 추가하여 넣는 것이 마땅할 듯합니다. 그러므로 원래의 시 2편을 별단(別單)으로 써서 들입니다만, 아래에서는 감히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어서 이와 같이 여쭙니다.”라고 하니, 전교하기를,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
ⓒ 세종대왕기념사업회 | 강진숙 (역)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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頤齋遺藁卷之三 / 詩 / 子規詞 八絶○幷序
賤臣少讀列聖御製。至端廟寧越郡樓 作二篇。輒低徊涔淫。不自識其何爲而肰也。今適來守陵下。感愴益激。噫民生秉彜。天所同賦。凡有血氣。孰不憐之。雖相後三百餘歲。尙令人太息。彼一時北面而二心者。亦獨何哉。記十年前嘗訪六臣祠墓。髮竪膽裂。歸語人曰使爲靖難元勳遺裔者。必不生心過此。况於本陵乎。秋風漸厲。秋夜漸永。獨處多病。
無寐。敢依二篇演之。仍名子規詞。庶來者有知云爾。
華山漢水舊城池。風雨驚飛短翮垂。說到東來安用悔。悠悠天意竟難知。
淸泠浦上鐵崖層。草綠花紅怨不勝。卻羡沿籬嗚咽水。猶能西去謁英陵。
啼時白日爲無輝。竹裂江空正憶妃。怊悵刀山還劒閣。夜來猶道不如歸。
梅竹蕭森月向低。數聲長笛亦悽悽。終宵血染無人見。遮莫山村叫一鷄。
錦城消息白雲空。膓斷初寒十月中。從此越江花落盡。年年再拜只村翁。
甑山高竝鉢山靑。樵徑依微晝亦冥。不待哀鳴應有淚。美人歌曲更堪聽。
秪今休復訴幽冤。淸廟喬陵盛事存。正是梨花寒食節。天家一騎遣開門。
寂寞秋齋病未眠。經行隨處尙餘憐。他時月白風淸夜。歷歷賡歌又幾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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弘齋全書卷三十三 / 敎四 / 子規樓尋址重建後。遣禮官告由莊陵敎。
異哉異哉。豈特以一樓之繕頹。各有時存焉云爾乎哉。尋基也。火忽起。燒拓五箇蝸廬。風從以助勢。掃揚灰沙。舊礫現於土底。紋礎露於基上。甚至窮冬絶峽。大注三日雨。融盡層崖寒雪。木於是斫。石於是斲。輸致於至臘之間。正月而開基。二月而立柱。其事功之速就。可見神理之克叶人情。朝家則全然未聞這般事實。時適興想。而起感於六臣忠節。專送史臣。奉考金匱石室之藏。史臣反面之日。卽䂓樓立柱之吉辰。此可謂偶然泛然之事乎。侑祀之典。方欲別有批旨。於館閣莫記。而旣聞之後。樓役改建。豈宜令道伯捐廩經始。幷以公穀會減。樑文內閣原任提學左議政撰進。記文原任提學李判府事撰進。扁額弘文提學書之。樑文記文。道伯該倅。分書奉審。禮官之行。趁寒食祭享進去。建樓與侑祀事由兼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