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4일 : 4차 사역을 모두 마치고
지난 2022년 3차 사역은 8월에 이루어졌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여전히 잔재해 있었고, 팬데믹으로 인한 쿠바의 경제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었습니다. 매일 14시간 이상의 정전이 이어졌고, 음식과 물은 구하기가 무척 어려웠으며, 유류 부족으로 인한 교통 수단의 감소로 도시간 이동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10월에 발생한 강력한 태풍은 그야말로 쿠바를 절망에 빠뜨린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귀국과 동시에 풍토병인 황열이 나타나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4차 사역부터는 여름보다 겨울에 진행할 것을 결심했습니다. 길을 걷거나 차량을 기다릴 때 내리쬐는 뙤약볕과, 모기와 진드기 등으로 인한 풍토병 등을 피하기 위해서 입니다. 또한 나이가 많은 아내의 건강을 위한 배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 아내는 다행히도 그곳의 불편한 의식주를 능히 감당할 만큼 강한 여성이었습니다.
이번 2024년 1월의 쿠바 사역을 소감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자본주의 – 쿠바는 2019년 1월 이후 법적으로 국민의 사유재산이 허용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주춤했지만, 많은 쿠바 국민들이 이제는 개인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일을 합니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개인 가정집을 상점화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기 마당이나 문 앞에서 여러 생필품 등을 팔고 있습니다. 24시간 편의점도 생기고 있으며 규모는 작지만 아울렛 매장도 생기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경제구조적 변화가 반드시 개신교의 확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을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합니다.
2. 물가 – 팬데믹은 쿠바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 중의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추세입니다만 여전히 정전이 매일 2~3시간씩 발생하고 있습니다. 밑바닥까지 내려갔던 경제가 회복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 보입니다. 특히 환율 추이를 보면 경제가 안정되기 보다는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장 경제를 살펴보면 국민소득 대비 물가가 날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3. 교회 성장 – 일반 국민 경제도 어려운 상황인데, 몇몇 교회는 교회 건물을 증축하는 놀라운 역사를 이루어 냈습니다. 비싼 건축 자재를 자발적 헌금으로 구입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도심보다 오히려 외곽 시골 지역에서 교회의 확장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4. 영적 성장의 한계 – 알마스의 Ania나 Alain이 전한 바로는, 쿠바 교회도 번영주의나 기복적 신앙이 점점 퍼져가고 있다고 합니다. 교회를 다니는 이유가 대부분 개인적인 곤란함이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6개월 정도 다니다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5. 비지니스 선교 – 대부분의 선교가 그렇듯 현지 교회를 지속적으로 돕기 위해서는 장시간 체류함에 있어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없어야 합니다. 다른 공산국가처럼 쿠바에서도 교회를 후원하기 위해서는 적법한 종교비자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종교비자도 현지 정부에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는가에 따라 발급 여부가 결정되므로, 비지니스 적인 측면이 포함되어 있으면 발급받기가 비교적 수월합니다. 교회 지원금 마련, 현지 생활비 조달, 쿠바 정부와의 협력 등 여러 차원에서 비지니스 선교는 꼭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6. 후원 물품 – 이번 사역에서 가장 고무적인 일은 항생제를 준비해갔다는 것입니다. 소독약이나 일반 진통제도 필요하지만 항생제 만큼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의약품입니다. 따라서 다음 방문에는 약품 종류를 간소화하고 항생제 양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2024년 2월 12일 귀국 후, 며칠 지나지 않아 한국과 쿠바가 수교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매우 기쁘고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진정으로 쿠바의 복음화를 이루려는 선교사님들이 좀 더 자유롭고 안전한 환경에서 사역을 감당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당장 가시적인 효과는 없을지라도 장차 한국과 쿠바 간에 일어날 많은 교류와 협조가 쿠바 교회에 큰 변혁으로 작용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