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49. 더욱 예뻐진 누나 십팔 명의 소림 승려와 위소보, 그리고 쌍아 등은 금수봉에서 내려왔 다. 징심은 경서를 위소보에게 되돌려 주며 물었다. [시주는 즉시 북경으로 돌아갈 참이오?] 위소보는 말했다. [네.] 징심은 말햇다. [우리들은 옥림대사로부터 시주를 편안히 북경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호송하라는 부탁을 받았소이다.] 위소보는 기뻐서 말했다. [그것 참 잘되었군요. 그렇잖아도 그 대나무같이 비쩍 마른 두타가 단 념하지 못하고 다시 귀찮게 둘까봐 걱정하던 참이었지요. 그러나 여러 분들이 저와 동행하게 된다면 행치대사를 보호할 사람이 따로 있읍니 까?] 징심은 말했다. [시주는 안심하시오. 옥림대사에게는 따로이 안배가 되어 있소이다.] 위소보는 이때 옥림 노화상에 대해서 매우 탄복하고 있었다. 사실 옥림 대사는 눈을 감고 가부좌하고 있으면 하늘이 무너져도 아랑곳 하지 않 을 것 같았다. 그롸 같이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적절하게 해 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 소림사의 십팔나한이 호송을 하게 되자 길에서는 아무런 위험한 일도 없었다. 그 키가 크고 비쩍 마른 반두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 만 아니라 다른 무림의인물도 한 사람 만날 수가 없었다. 드디어 북경성 밖에 이르게 되었다. 십팔 소림승과 위소보는 절을 하고 작별을 했다. 징심은 말했다. [시주는 이미 경성에 도달했으니 노승등은 이만 작별하고 절로돌아갈까 합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여러 대사들께서 수고스럽게도 저를 이곳까지 전송해 주셨으니 저로서 는...... 저는 정말 너무 고마워 인사말을 드릴 수가 없군요. 저의 절 이나 받도록 하십시오.] 그러면서 그는 땅에 엎드려 큰절을 했다. 징심은 재빨리 손을 뻗쳐 그 를 부축해 일으키며 말했다. [시주는 길을 오면서 우리들을 잘 대접해 주었소이다. 우리들은 그야말 로 산서에서 북경까지 산천구경을 나선 셈이라 할 수 있었으니 무슨 고 생을 했다고 할 수 있겟소이까.] 위소보는 오대산에서 내려오자 열 아홉 대의 수레를 빌렸다. 자기와 쌍 아는 한 대의 수레에 타고 십팔명의 소림 승려들은 각기 한대의 수레에 타도록 했다. 그리고는 우팔이 머저 말을 몰아 앞서 나가도록 하면서 하루 일찍 객점을 정하고 유명한 차와 요기할 음식들과 잿밥 등을 준비 하도록 했다. 그리하여 극진히 대접을 해주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르는 곳마다 위 소보는 크게 상을 내리듯 돈을 뿌려 주인과 사환들은 십팔명의 소림 승 려들을 마치 하늘의 신선이나 보살처럼 극진히 떠받들었다. 소림의 승려들은 본래 조용히 도를 닦던 사람들이었다. 원래 그와 같은 음식에 대해서 욕심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위소보가 그토록 공 경하는 마음이 매우 간곡한 것을 보고는 그들 또한 사람들인지라 흐뭇 해지는 것을 금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위소보는 말이 많은 편이었다. 그리고 그 말들은 솔직하지 못한 점이 많았다. 그러나 그의 성격은 친구를 좋아했다. 친구와 사귐에 있어서는 조금도 거짓이 없었다. 길을 오는 동안 그는 뭇승려들과 이런저런 이야 기를 했으며 매우 정이 들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헤어지게 되자 마 음이 아파 그만 눈물마저 흘러내렸다. 징심은 말했다. [선재로다. 선재로다. 소시주는 어째서 괴로워 하시오. 훗날 인연이 있 다면 우리 소림사로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합시다.] 위소보는 목멘 어조로 말했다. [반드시 찾아가 뵙도록 하겠읍니다.] 징심은 뭇승려들을 데리고 그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갔다. 북경성 안에 들어오게 되었을 대 날은 이미 저물었다. 궁안으로 들어가 기가 거북했다. 위소보는 서문 쪽의 커다란 객점인 여귀객잔(如歸客棧) 에서 방을 한칸 얻었다. 하룻밤을 묶은 이후 내일 아침 강희를 만나 모 든 것을 품할 작정이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 비쩍 마른 반두타가 목숨을 내놓고 나의 이 경서를 빼아승려고 했 던 것을 보면 몰래 나를 뒤따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열 여덟 분의 소림 사 승려가 떠나간 마당이니 그가 다시 손을 써서 빼앗으려고 한다면 나 와 상아는 감당할 수가 없다. 역시 수고스럽지만 먼저 경서를 잘 숨겼 다가 내일 궁으로 들어가 한떼의 시위들을 데리고 나와서 소황제에게 가져가 바치는 것이 틀림없는 일일 것이다.] 이윽고 그는 우팔에게 물건을 사러 보냈다. 그리고는 쌍아를 밖으로 나 가라고 한 이후 문을 잠궜다. 창문을 닫기 전에 그는 창밖에 반두타까 엿보고 있지 않나 확인을 했다. 그제서야 그는 기름을 먹인 베를 꺼내 그 사십이장경을 싸서는 탁자를 옮기고 비수를 뽑아서 탁자 아랫 부분 의 벽에다가 구멍을 내었다. 그 비수는 무쇠를 무우 자르듯 하는지라 벽돌로 쌓인 벽에 박힌 벽돌들을 파내는 것은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그는 경서를 벽의 구멍안에 넣고는 다시 벽돌을 틀어 막았다. 그리고는 물에다 석회를 이겨서 틈바구니를 막았다. 석회가 마른 이후 일부러 찾지 않는다면 결코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이튿날 이른 아친 그는 우팔에게 수레를 준비하도록 했다. 먼저 쌍아를 데리고 풍성한 아침밥을 먹을 작정이었다. 한번 근사하게 식사를 시켜 줌으로써 나이 어린 쌍아가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로 돈을 써 보자는 것 이었다. 그리고 난 이후 태감의 옷과 모자를 사서는 궁안으로 들어갈 참이었다. 그런데 시장에서 태감의 옷과 모자를 살 수 없다면 아예 시 위들이 입는 복장을 그대로 입고 다시 황마괘ㅔ를 재빨리 맞추어서 걸 칠 작정이었다. 그때는 위풍이 늘름하게 어스렁거리며 궁안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고, 그러면 뭇시위들과 뭇태감들은 그만 눈이 휘둥그래질 것이니 재미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어전시위 부총관은 황상께서 친히 내리신 벼슬이고 가짜가 아니니 자기가 한번 거드름을 피울만 하 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바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 내가 무엇 때문에 또 태감이 된단 말이냐? 황마괘를 입고 궁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자.) 곧이어 수레가 준비되었기 때문에 위소보는 쌍아와 함께 노새가 끄는 수레에 올랐다. 그리고는 혀를 잔뜩 구부려서는 순전히 북경 말씨로 입 을 열었다. [먼저 서단(西單)의 오래된 괴성관(魁星館)으로 갑시다. 그곳의 양꼬리 튀김과 양고기 만두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지.] 차부는 공손히 대답했다. [네.] 우팔은 허리를 꼿꼿이 하고 가슴을 편 채 차부의 옆자리에 않아서는 말 했다. [경성의 노새도 여느 곳과는 다르구나. 이렇게 크고 눈이 새까만 것도 노새라 부르다니, 우리 산서성에는 통털어서 한 마리도 찾아볼 수 없을 껄.] 위소보는 이번에 공을 세우고 북경에 돌아온데 대해서 마음속으로 매우 득의에 차 있었다. 노새는 한동안 달려가더니 갑자기 서직문(西直門)을 나섰다. 위소보는 말했다. [이것 보시오. 서단으로 가야지 어째서 성을 나서는거요?] 차부는 말했다. [네. 미안합니다. 나리, 소인의 이 노새는 고집스러운 데가 있읍니다. 성문쪽으로 오면 반드시 성문을 나서서 한번 빙글 돌아야만 젝;ㄹ로 찾 아든답니다.] 위소보와 쌍아는 그만 그 말에 웃고 말았다. 우팔은 말했다. [허, 경성 안의 노새마저도 거드름을 피우느군.] 그런데 수레는 성을 나선 이후 곧장 북쪽으로 나아갔다. 한마장 남짓 나아가도 방향을 돌릴 줄 몰랐다. 위소보는 속으로 이상하다고 느끼고 호통을 내질렀다. [이것 보시오, 차부.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이오? 빨리 돌아갑시 다.] 차부는 잇달아 대답하고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고개를 돌려라, 득아, 득아! 워워, 득아, 고개를 돌려.] 그리고 채찍을 마구 갈겼다. 노새는 그저 자꾸만 북쪽으로 나가갔으며 갈수록 빨리 달렸다. 차부는 크게 욕을 했다. [빌어먹을 노새 같으니, 돌아서라고 하지 않았어! 득아, 멈춰라. 멈춰! 이 빌어먹을 노새야!] 그는 더욱더 다급해져서 쇨쳤으나 그 노새는 멈추려고 하지 않았다. 바로 이때 말발굽 소리와 더불어 두 필의 말이 옆으로 달려들어 바짝 수레 옆에 갖다대는 것이 아닌가. 말위에 타고 있는 사람은 두 며의 체 구가 우람한 사네였다. 위소보는 나직이 부르짖었다. [손을 쓰시요.] 쌍아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손가락을 뻗쳐서는 찔렀다. 정확히 차부의 뒷허리를 찌르는데 성곡했다. 그러자 차부의 몸뚱아리가 흔들하더니 차 부석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차부는 크게 한소리 부르짖었는데 떨어진 그 순간 수레 옆에 바짝 북티고 섰던 한 필의 말발굽에 그만 밟히고 말 았다. 글처자 말을 타고 있던 사내가 몸을 날려서는 차부의 자리에 앉았다. 쌍아는 다시 손가락을 뻗쳐서는 찔렀다. 이 사람은 냅다 뒤로 손을 들 어서는 그녀의 손목을 잡으려고 했다. 쌍아는 손을 홱 뒤집어서는 그의 안면을 후려치려고 했다. 그 사내는 왼손으로 그녀의 어깻죽지를 잡으 려 들었다. 순식간에 두 사람은 팔구 초를 교환했다. 노새는 여전히 미친 듯 앞으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왼쪽의 말위에 탄 사람이 부르짖었다. [어떻게 된거야!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어?] 그 순간 퍽하는 소리와 함께 차부자리에 있던 사내의 가숨팍이 쌍아의 오른손에 적중되어 바깥 쪽으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다른 한 며으이 사내가 채찍을 들고 후려쳐 왔다. 쌍아는 손을 뻗쳐 채찍을 잡고 그 기 세로 그 채찍을 수레에다 감았다. 노새가 끄는 수레는 한창 앞으로 달 려가고 있는 참이라 급히 당하자 그 사내는 즉시 말에서 떨어지게 되었 고 급히 채찍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자 그는 화가 난 듯 버 럭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쌍아는 노새의 고삐를 잡았다. 그러나 그녀는 수레를 몰 줄 몰라 우팔 의 손에 쥐어 주며 말했다. [그대가 수레를 몰아요.] 우팔은 말했다. [난 여기...... 이런 것을 모른답니다......] 위소보는 차부석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고삐를 잡았다. 그 역시 수 레를 몰 줄 몰랐다. 그저 차부가 하듯 득아, 득아, 하고 몇 번 불렀다. 그리고 왼손의 고비를 풀면서 오른손의 고삐를 바짝 당겼다. 바로 말고 삐를 잡아당기듯 하는 식이었다. 아니나 다른까 그 노새는 머리를 돌려 방향을 바꾸는데 전혀 고집을 부리거나 하지 않았다. 이때 말발굽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다시 십여 필의 말이 달려왔다. 위소 보는 깜짝 놀라 노새를 비스듬히 길쪽으로 달려가도록 만들었다. 뒤쫓 아 오던 말들은 말머리를 돌려서는 급히 뒤쫓아왔다. 말은 빠르고 수레는 느렸다. 얼마 후 십여 필의 말은 노새가 끄는 수레 를 에워싸듯 했다. 위소보는 말에 탄 사내들이 각기 무기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는 부르짖 었다. [청천백일에 천자 발밑에서 당신네들은 길을 막고 노략질햐려는 것이 오?] 한 명의 사내가 읏으며 말했다. [우리는 손님을 청하러 온 사자들이지 날강도들이 아니랍니다. 위공자, 우리 주인께서 술을 한턱 내시겟다고 모셔 오랍니다.] 위소보는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그대들의 주인은 누구시오?] 그 사내는 말했다. [공자께서 가 보시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주인이 공자의 친구가 아니라면 어찌 술을 내겟다고 하겠소이까?] 위소보는 이 사람들이 이상한만치 좋은 뜻을 품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고 생각하고 부르짖었다. [이렇게 손님을 청하는 법이 어디 있소? 수고스럽지만 길을 터 주시 오.] 다른 한 명의 대한이 읏으며 입을 열었다. [길을 비키라면 비키지.] 그러더니 손에 들고 있던 칼을 들어 노새의 머리를 잘라 버렸다. 노새 의 시체가 기우뚱하면서 땅바닥에 쓰러졌다. 그 바람에 수레도 옆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위소보와 쌍아는 급히 땅바닥으로 내려섰다. 쌍아는 질풍과 같이 손을 써서 공격했다. 그러나 적은 말위에 타고 있고 쌍아는 키가 작아 제대 로 적에게 공격을 가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일지 일지 잇달아 찔러 내게 되었는게 그 결과는 말의 눈을 찔러 눈을 멀게 하든가 적의 다리 에 있는 혈도를 찌르는 게 고작이었다. 삽시간에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와 말이 울부짖는 소리로 소란해지고 말 았다. 몇 명의 사내들이 말에서 뛰어내리더니 칼을 들고 앞으로 달려들 었다. 쌍아는 솜씨도 민첩하게 동쪽을 가리키는가 하면 서쪽을 공격했 다. 대뜸 칠팔명의 사내들을 쓰러뜨렸다. 나머지 너댓 사람은 서로 얼 굴만 멀뚱멀뚱 쳐다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때 큰길 쪽에서 한대의 조그만 수레가 질풍같이 달려왔다. 수레 안의 한 여인이 부르짖었다. [다 한편의 사람이니 손을 쓰지 말아요.] 위소보는 그 소리를 듣고 흐뭇해져서 부르짖었다. [아하, 우리 마누라가 오셨군.] 쌍아와 뭇사내들은 즉시 손을 멈추었다. 쌍아는 크게 놀람과 의아함을 느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로서는 상공이 이미 부인을 두었으 리라고는 짐작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이때는 일찍 장가드는 것이 관습이었다. 남자는 열 대여섯 살만 되면 장가드는 것응ㄹ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위소보는 한번도 그 녀에게 처가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없지 않았던가. 조그만 수레는 그들 앞에 이르러 멈추었고 수레 안에서 한 사람이 달려 나왔는데 바로 방이였다. 위소보는 온 얼굴 가득히 기쁜 빛을 띠우고 마중 나가 그녀의 손을 잡고 입을 열었다. [아이쿠, 누나. 정말 그리워서 즉을 뻔 했소. 도대체 어디에 가 있었 소?] 방이는 미소했다. [천천히 다시 이야기하기로 해요. 헌데 어쩌다가 그대들은 싸우게 되었 죠?] 그리고 그녀는 땅바닥에 많은 사람들이 쓰러져 있고 노새의 피가 온 땅 에 뿌려져 있는 것을 보고는 퍽이나 놀람과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한 명의 사내가 허리를 구부리고 말했다. [방소저, 우리들이 위공자에게 술을 대접하겠으니 가시자고 했는데 아 마도 여러 사람들이라 예의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갓 같읍니다. 그리 하여 공자의 비위를 거슬리게 된 모양입니다. 방소저가 친히 와서 청하 게 되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잘되었소이다.] 방이는 기이하다는 듯 말했다. [이 사람들은 모두 그대가 스러뜨린 것인가요? 그대의 무공이 크게 증 진되었군요.] 위소보는 말했다. [증진된다 하더라고 이렇게 빨리 증진될 수 있겠소? 쌍아 소저가 나를 보호하게 위해서 약간 솜씨를 보인 것 뿐이라오.] 방이는 눈을 들어 쌍아를 바라보았다. 열 너댓 살에 수줍음이 많은 소 녀가 아닌가. 저말 그녀의 무공이 이토록 고강하다고는 믿을 수가 없는 노릇인지라 그녀는 질문을 던졌다. [누이의 성은 뭐죠?] 그녀는 장씨 집에 들리게 되었을 때 쌍아와 대면을 하지 않았기 때문 에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처지였다. 쌍아는 앞으로 나가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쇤네 쌍아가 마님에게 인사드립니다.] 위소보는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방이는 부끄러워 얼굴이 새빨게 져서 는 급히 옆으로 피했다. [그대는...... 그대는..... 나를 뭐라고 불렀죠? 나는...... 나 는...... 아니에요.] 쌍아는 몸을 일으켰다. [상공께서는 그대를 자기의 부인이라고 했어요. 쇤네는 상공을 시중드 는 몸이니 자연 그대를 마님이라 불러야 하겠지요.] 방이는 위소보를 매섭게 한번 흘겨보더니 말했다. [저 사람은 터무니없는 소리를 잘 지껄이니 그의 말을 믿지 말아요. 그 대는 그를 시중든지 얼마나 되었죠? 설마하니 그의 성질을 모르나요? 나는 방소저에요.] 쌍아는 빙그레 웃었다. [그럼 지금은 잠시 부르지 않기로 하고 이후 다시 부르도록 하는 것이 좋겠어요.] 방이는 말했다. [이후 다시 부르다니..... 무엇을.......] 그러다가 얼굴을 붉히며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쌍아는 위소보를 바라보았다. 위소보의 의기양양해 있는 표정을 대하게 되었을 때 갑자기 그녀 역시 온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그는 오대산 위에서 있었던 일을 상기한 것이다. 그때 위소보는 반두타에게 자기를 위소보의 마누라라고 하지 않던가. 원래 위소보는 나이 어린 소저들을 마누라라고 즐겨 부르는 버릇이 있 는 줄을 이제서야 깨달은 것이다. 그리하여 위소보가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묻게 되었을 때에도 쌍아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나의 작은 마누라는?] 방이는 다시 그를 흘겨보았다. [이토록 오랫 동안 헤어져 있었는데 만나자마자 농담을 하다니 정말 어 쩔 수 없는 사람이군.] 즉시 그녀는 뭇사내들에게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출발하도록 일렀다. 혈도를 짚힌 사내들은 꼼짝할 수 없었기 때문에 쌍아가 일일이 풀어 주 어야 했다. 위소보는 웃었다. [그대가 나에게 술대접을 하는 줄 알았더라면 나는 등에 날개가 달린 듯 달려갔을 것이외다.] 방이는 그를 다시 한번 흘겨 주고 말했다. [그대는 벌써 나를 잊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청하는 것을 생각지 못했 겠죠.] 위소보는 속으로 흐뭇해져서는 말했다. [내 어찌 일각이라도 그대를 잊을 수 있겠소. 그대가 나를 부르는 줄 진작 알았더라면 술은 고사하고 말오줌 아니라 독약을 먹여 준다고 하 더라도 잠시 지체함이 없이 달려갔을 것이외다.] 방이는 아리따운 눈으로 그를 응시하더니 말했다. [그렇게 입바른 소리는 하지 마시라구요. 만약 내가 그대에게 하늘 끝 닿은데로 가서 독약을 마시자고 하면 어쩔텡요?] 위소보는 그녀가 웃는 듯 마는 듯하면서 말을 하는 모습이 아침 햇살보 다 더욱더 그럴 수 없이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저 온몸이 나른 해지는 것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하늘 끝 닿는 곳은 말할 것도 없고 칼산 아니라 기름 가마 솥 안이라 하더라도 나는 따라가겠소.] 방이는 말했다. [좋아요. 사내 대장부의 일언은 중천금이에요.] 위소보는 자기 가슴을 치며 큰소리로 말했다. [사내 대장부의 일언은 중천금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소.] 두 사람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방이는 다른 한 사내가 끌고 온 말을 위소보에게 타도록 내주었다. 그 리고는 쌍아로 하여금 그녀가 타고 온 조그만 수레에 오르도록 했다. 그리고 그녀 자신은 말을 타고 위소보와 말머리를 나란히 해서 천천히 동쪽으로 몰았다. 뭇사내들은 뒤를 따랐다. 방이는 물었다. [그대는 재간이 대단하군요. 어떤 수단을 써서 저와 같이 무공이 뛰어 난 나이 어린 하녀를 곁에 두게 되었나요?] 위소보는 웃었다. [내가 무슨 수단을 썼겠소? 그녀가 기꺼이 나를 따른 것이라오.] 위소보는 곧이어 목검병과 서천천등의 행적을 물었다. [그 도깨비집에서 그대들은 신룡교라는 한떼의 사람들에게 잡히게 되었 는데 그 후 어떻게 빠져나왔소? 장시 집안의 세째 작은 마나님께서 사 람을 시켜 그대들을 구해 낸 것이오?] 방이는 물었다. [누가 장씨 집 세째 작은 마나님이에요?] 위소보는 말했다. [바로 그 장원의 주인 말이외다.] 방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장원의 주인이라고요? 우리들은 줄곧 본 적이 없어요. 신룡교에서 찾 고 있던 것은 바로 그대에요. 그들은 그대에 대해서도 악의가 없었어 요. 장노삼은 그대를 찾지 못하자 우리를 석방시켜 준거에요. 소군주 등은 앞쪽에 있어요. 얼마 후면 마나게 될 것이에요.] 그리고 고개를 돌리더니 약간 뾰로통해진 얼굴빛으로 입을 열었다. [그대가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저 소군주뿐이군요. 나와 만난 잠 깐 사이에 잇달아 일곱 여덟 번을 물었어요.] 위소보는 웃었다. [내가 언제 일곱 여덟 번이나 물었단 말이오? 정말 억울하오. 만약 내 가 그녀를 만나게 되었고 그대를 볼 수 없었다면 지금쯤은 아마 칠팔십 번은 물었을거요.] 방이는 미소했다. [그대가 입이 열 개나 달린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이 잠시 동안에 칠팔 십 번은 물을 여가가 없을걸요. 하지만 그대의 혀는 열 장의 혀보다 더 무서워요.] 두 사람은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길을 갔다. 얼마 후 십여 리를 나아가게 되었다. 그들은 이미 북경성을 빙 돌아서 줄곧 동쪽으로만 나 아가고 있었다. 위소보는 물었다. [거의 다 왔소?] 방이는 약간 화가 난다는 듯 말했다. [아직도 멀었어요. 그대는 그저 소군주만 기억하고 있군요. 그렇다 하 더라도 이렇게 성급하게 굴 건 없잖아요. 진작 그대가 이럴 줄 알았더 라면 그녀로 하여금 그대를 맞도록 하는 걸 잘못했는가 봐요.] 위소보는 혀를 날름 하고는 말했다. [이후 나는 한마디도 묻지 않도록 하겠소.] 방이는 말했다. [그대가 입으로 묻지 않고 속으로 초조히 애를 태우는 것은 더욱더 남 의 화를 돋구는거예요.] 그녀는 매우 질투하는 빛을 보였다. 위소보는 들으면 들을수록 흐뭇해 져서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만약에 내가 마음속으로 조금이라도 초조해 했다면 나는 그대의 지아 비가 아니고 그대의 아들이라고 하겠소.] 방이는 훗! 하고 웃었따. [아이 착한......] 그러다가 그만 얼굴을 붉히며 아들이란 말을 입밖으로 내놓지 못했다. 정오 무렵이 되었을 때 그들은 어느 고을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런 이 후 일행은 다시 동쪽으로 나아갔다. 위소보는 감히 더 어디로 가느냐고 묻지 못했다. 북경성에서 차츰 멀어지는 것을 보고 오늘은 궁으로 되돌아가서 강희를 만나 볼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소현자는 나에게 언제까지 돌아와 보고를 하라고는 하지 않았 다. 내가 오대산에서 좀더 지체하거나 혹은 반두타에게 잡혀서 며칠 안 으로 돌아가는 일이 늦었다 하더라도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길을 가면서 방이는 그와 전혀 쓸데없는 농담만 늘어놓고 있었다. 그 날 황궁 안에서 두 사람은 같은 방에 처하게 되었으나 목검병이 있었기 때문에 방이는 퍽이나 자존심을 내세웠다. 그런데 이제 나란히 말을 몰 게 되자 우스갯 소리를 은근히 했다. 나머지의 사람들은 분수를 아는지 라 멀찌기 따라왔다. 위소보는 이제야 정을 알 만한 몸이었다. 황궁에서 그녀를 마누라라고 할 때는 장난기가 더 많았고 약간 경박하게스리 득을 보자는 생각이 어 느 정도 있었으며 그저 조금만 어렴풋이 남녀의 관계를 뜻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때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게 된이후 방이가 때로는 뾰루퉁 하 니 화를 냈다가 때로는 부드럽게 이를 데 없는 말로 미소를 띠우는 것 을 보자 그만 정을 느끼게 되었다. 거기다가 그녀가 반나절 동안 말을 모느라고 두 뺨이 붉그레하니 상기 되고 땀방울이 맺혀 있는 얼굴은 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 느 껴졌다. 그리하여 그는 그만 멍하니 그 얼굴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방이는 미소하며 물었다. [멍하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예요?] 위소보는 말했다. [누나, 그대......그대는 정말 예뻐요. 나는......나는......] 방이는 말했다. [그대가 어쨌다는거에요?] 위소보는 말했다. [내가 말을 한다 하더라도 그대는 화를 내지 마시오.] 방이는 말했다. [올바른 말이라면 화를 내지 않겠어요. 그러나 올바르지 못한 말이라면 물론 화를 내겠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어요?]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그대가 만약 정말 나의 마누라가 된다면 내가 얼마나 기쁠까 하 고 생각했소.] 방이는 그를 흘겨 보더니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고는 고개를 돌렸다. 위 소보는 다급해져서는 물었다. [누나, 화났소?] 방이는 말했다. [물론 화났어요. 일백 이십 번이나 화가 났더랬어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 말은 정말로 올바른 말이외다. 나는......진심에서 한 말이외다.] 방이는 말했다. [궁안에 있을 때 나는 한평생 그대를 따르며 시중을 들겠다고 맹세를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무슨 진짜가 있고 가짜가 있어요. 그대가 그와 같이 말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마음이 변하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위소보는 크게 기뻤다. 만약 두 사람이 말위에 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면 덥썩 그녀를 끌어안고 그녀의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뺨에 입을 맞추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즉시 그는 오른손을 뻗쳐서는 그녀의 왼손 을 잡았다. [내 어찌 마음이 변하겠소? 천년 아니 만년 후라도 마음이 변하지 않을 것이외다.] 방이는 말했다. [그대의 그와 같은 말은 가짜예요. 한 사람이 어찌 천년 만년을 산단 말이에요? 혹시 그대가 거......] 거 자만 말했지 거북이란 말은 하지 못하고 쳇 하고 웃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녀의 손은 여전히 위소보에게 잡힌 상태였다. 위소보는 그녀의 부드럽고 따뜻한 손을 잡고는 흐뭇해졌다. [그대가 나를 이토록 잘 대해 주니 나는 영원히 거북이가 되지 않을 것 같구려.] 마누라가 서방질을 하게 된다면 남편은 바로 거북이가 되는 것이었다. 이 말을 방이도 물론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아름다운 얼굴을 굳히며 말 했다. [세 마디의 말 가운데 꼭 한 마디는 좋지 못한 말이 끼는군요. 개 입에 서 상아가 날 리 없지] 위소보는 웃었다. [그대는 닭에게 시집을 가게 되면 닭을 쫓아야 하고 개에게 시집을 가 게 되면 개를 따라야 하지 않소? 한평생 그대의 지아비입에서 상아가 나는 것을 본다는 것은 매우 어렵게 되었소이다.] 방이는 말안장에 몸을 엎드리고 웃었다. 그러나 그녀는 왼손으로 꼭 위 소보의 손을 쥐었다. 두 사람은 이와 같이 농담을 주고받으며 길을 갔다. 해질 부렵쯤 되어 그들은 커다란 고을의 객점에 투숙했다. 이튿날 아침 위소보는 우팔에게 한 대의 수레를 빌리도록 했다. 그리고 는 방이오 함께 수레 안에 탔다. 두 사람의 감정이 무르익게 되었을 때 위소보는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그녀의 뺨에 입맞춤을 했다. 방이는 조 금도 저항하지 않았다. 그러나 좀더 한걸은 나아가 법도에 어긋나는 행 동을 하려면 방이는 한사코 허락하지 않았다. 위소보는 남녀의 일에 대 해서 알듯말듯했다. 그만해도 그는 크게 흐뭇했다. 그리고 그는 그저 이 수레가 끊엄없이 나아가기만을 바랬다. 그렇다면 그는 미녀를 꼭 끼고 앉아서 시간을 보 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따라서 이와같이 하늘 끝 닿는 곳까지 갔다가 되돌아서서 다시 이쪽 하늘 끝 닿는 곳까지 갔으면 했 다. 그렇게 된다면 이 세상의 길을 영원히 오락가락 하게 되었다. 아니 설사 다 간다 하더라도 되풀이해서 몇 번 더 오락가락 한다고 해 서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저 나날이 나아가다가 숙박을 하고는 다시 나아가곤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그 는 방이가 갑자기 도착했다는 말을 할까봐 두려울 지경이었다. 이와 같이 여인을 품에 안을 수 있게 되자 그는 황제의 칙령이고 사십 이장경이고 오대산의 노황야고 간에 모든 것을 떨쳐 버릴 수 있었으며 그저 흐릿한 생각속에 세월이 흘러가고 또 얼마나 먼 길을 갔는지도 모 를 지경이었다. 이날 저녁 무렵 수레와 말들은 커다란 바닷가에 도착하게 되었다. 방이 는 그의 손을 잡고 해변으로 가서는 나직이 말했다. [동생, 나와 함께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신선처럼 두루 돌아다니며 세 월을 보내는 것이 어때요?] 그 말을 할 때 그녀는 위소보의 손을 잡고 있었으며 머리를 그의 어깨 에 기대로 있었다. 몸은 축 늘어진 것이 전혀 기운을 쓸수 없는 것 같 았다. 위소보는 왼손을 뻗쳐 그녀의 가는 허리를 잡고서는 그녀가 쓰러 지지 않도록 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자기의 뺨을 살살 건드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허리는 가늘면서도 부드러웠다. 그녀는 미미하게 떨고 있었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는 것은 너무나 돌연스러운 일이라 생 각되었고 은연중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없잖아 들었다. 그러나 이 와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 위소보가 싫다는 말을 어찌할 수 있겠는가 해변에는 한 척의 배가 떠 있었다. 배위에 사공들은 방이의 부하들을 보자 푸른 수건을 손에 들고 흔들어댔다. 그러더니 한 척의 조그만 배 를 해변 쪽으로 보냈다. 사공들은 위소보와 방이를 큰 배에 타도록 했고 그런 이후 나머지의 사 람들을 잇달아 큰 배로 옮겨 타도록 했다. 우팔은 배에 오르면 멀미를 한다고 하며 한사코 바다로 나가려 하지 않았다. 위소보는 그에게 배에 탈 것을 걍요하지 않고 일백 냥의 은자를 수고비 로 주었다. 우팔은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산서성으로 되돌아갔다. 위소보는 선실로 들어갔다. 선실 안은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발밑에는 두꺼운 융단이 깔려 있었고 탁자 위에는 다과가 잔뜩 쌓여 있 었다. 마치 왕공대신의 집에 있는 화청과 같다고 생각했다. (누나가 이렇게 나를 대접하는 것을 보면 결코 나를 해치려는 것은 아 니겠지.) 이때 배위의 두 명의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이 뜨거운 김이 무럭무럭 나 는 수건을 들고 왔다. 위소보는 두 사람이 가져온 수건을 받아 얼굴을 훔쳤다. 곧이어 두 그릇의 국수가 날져왔다. 국숨ㅅ이 매우 좋았다. 그 렇지만 그 맛은 흔히 보는 계사면과는 맛이 또 달랐다. 이때 배가 흔들거렸다. 어느덧 돛을 올리고 바다로 나간 모양이었다. 선상의 생활은 또 다른 맛이 있었다. 방이는 매일같이 그를 상대로 술 을 마시거나 우스갯 소리를 했다. 그리고 밤이 깊은 이후에야 그가 침 대에 오르도록 시중을 든 이후 옆 선실로 가서 자곤했다. 그런가 하면 이튿날 아침 일찍 그녀는 다시 달려와 위소보가 옷을 입고 머리카락에 빗질하는 것을 도와 주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녀는 아직도 내가 태감이 아닌 줄을 모르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우 리 부부는 역시 가짜라고만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언제쯤 그녀에게 모 든 것을 털어놓아야 할까?) 배를 탄 지 며칠이 지났다. 이 날 두 사람은 창가에 나란히 기대어서는 바다 위로 해가 떠오르는 것을 함께 구경하게 되었다. 바다 위에는 금 사가 줄기 줄기 꿈틀거리고 있는 것 같아 아름답기가 형용할 수 없었 다. 방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날 우리가 오랑캐 황제를 찔러 죽이러 갈 때 나는 반드시 궁안에서 목숨을 잃게 되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진정 하느님이 돌보시어 그 대를 만나게 되었고 또 이와 같은 복을 누리게 되는구려. 아우, 그대의 내력에 대해서 나는 전혀 아는 바가 없어요. 어떻게 해서 궁안으로 들 어가게 되었으며 또 어떻게 해서 무공을 익히게 되었나요?] 위소보는 웃었다. [그렇잖아도 그대에게 말하려던 참이었소. 그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그 대는 아마 깜짝 놀라는 한편 또한 기뻐서 기절을 할지도 모르겠군.] 방이는 그에게 몸을 좀더 갖다 붙이며 나직이 말했다. [내가 들어서 즐겁다면 그거야말로 더 바랄 나위 없이 좋은 일이죠. 설 사 내가 듣기에 좋지 않은 말이라 하더라도 그대가 진실을 말해 준다면 나는......나는......상관하지 않겠어요.] 위소보는 말했다. [누나, 내가 그대에게 진실을 말하지요.나는 양주에서 낳았으며 어머니 는 기녀원에서 일하는 사람이에요.] 방이는 깜짝 놀라 몸을 돌리더니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그대의 어머니는 기녀원에서 일을 한다구요? 남에게 빨래를 해주고 밥 을 지어 주었나요? 아니면...... 아니면 땅을 쓸고 차를 따랐나요?] 위소보는 그녀의 안색이 크게 변하고 두 눈에 공포스러운 빛이 떠오른 것을 보고 그만 가슴속이 싸늘해지고 말았다. 따라서 그는 그녀가 기녀 원에 대해서 매우 멸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만약 자기의 어머니가 기녀라는 사실을 실토하게 된다면 한평생 그녀에 게 제대로 대접받을 수 없을 것 같아 그는 즉시 껄껄 소리 내어 웃었 다. [우리 어머니가 기녀원에 있을 적에는 육칠 세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떻 게 빨래를 하고 밥을 지어 주겠소?] 방이는 안색이 약간 풀어졌다. [겨우 육칠 세밖에 되지 않았어요?] 위소보는 그 말을 따라 입을 열었다. [오랑캐가 중원으로 들어온 이후 양주에 적잖은 사람을 죽인 사실을 그 대는 알고 있소?] 그는 일부러 시간을 늦추려고 했다. 될 수 있으면 어머님을 좀더 그럴 싸하게 추켜올릴 생각이었다. 방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위소보는 말했다. [우리 외할아버지는 명나라의 벼슬아치였으며 양주에서 벼슬을 하고 있 었소. 오랑캐가 양주를 점령하게 되자 우리 외할아버지는 적에게 대항 하다가 돌아가시고 말았소. 우리어머니는 그때 어린애에 불과했는데 그 만 거리로 나서게 되었소. 양주 기녀원에는 매우 대단한 부자가 있었는 데 그녀가 가련한 것을 보고 그녀를 거두어 하녀로 삼았소. 그리고 그 와 같은 사실을 알아낸 이후에는 우리 외할아버지를 매우 존경하게 되 어 우리 어머니를 의녀로 삼게 되었고 집으로 데리고 가서 정말 친딸처 럼 귀여워해주었소. 그 후 우리 아버지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는데 그 역시 양주의 유명한 부잣집 공자였소.] 방이는 반신반의했다. [원래 그랬었군요. 조금 전에 나는 깜짝 놀랐어요. 그대의 어머니가 기 녀원의 하녀가 되어서는 수치도 모르고 양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나쁜 여인들을 시중드는 줄 알았어요.] 위소보는 어릴적부터 기녀원에서 자랐다. 그리고 한번도 자기어머니가 수치를 모르는 나쁜 여인으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방이의 그와 같은 말 을 듣고 그만 울화가 치밀어 속으로 생각했다. (목왕부의 여인들은 뭐가 대단한가? 제기랄, 내가 볼 때 똑같이 수치도 모르고 양심이라고는 없었다.) 그는 원래 자기의 신세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려고 했다. 그러나 일이 이 렇게 되자 이제 그와 같은 말을 할 수가 없어 아예 터무니없는 말을 늘 어놓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양주의 자기집이 얼마나 부자였는가를 과장해서 없는 말 을 있는 듯이 주워 섬겼다. 그러나 대청이 어떻고 하는 것은 역시 여춘 원의 광경을 되살려서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이는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듣다가 물었다. [그대는 한 가지 일을 이야기한다면 내가 듣고서 기뻐 기절을 하리라고 했는데 바로 이러한 것인가요?] 위소보는 그녀에 의해서 냉수를 뒤집어쓴 느낌이 들었다. 자기가 어쩌구저쩌구 있는 말 없는 말로 과장을 하고 있는데 그와같은 말에 대해서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을 보고 그만 거짓말하는 것도 흥미를 잃게 되었다. 따라서 그는 자기가 태감이 아니란 말을 하기도 싫어져서 아무렇게나 말했다. [바로 이러한 이야기들이오. 그대는 듣고보 별로 좋아하지 않는구려.] 방이는 담담하게 말했따. [나는 좋아해요.] 그런데 그 말은 결코 솔직한 것 같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저 마주 보고 있었다. 그런데 동북쪽에서 갑자기 육지가 나타났 다. 그들이 탄 배는 곧장 그 쪽으로 나아갔다. 방이는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어, 저기는 어떤 곳일까?] 한 시진도 되지 않아 배는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언덕 에는 수목이 울창했고 기다란 해변은 끝 닿는 곳을 볼 수가 없었으며 희고 고운 모래가 깔려 있었다. 방이는 말했다. [며칠 배를 탔더니 머리가 어질어질하군요. 우리 위로 올라가 보는 것 이 좋지 않겠어요?] 위소보는 기뻐했다. [좋소, 아마도 커다란 성인 것 같군. 이 섬에 무슨 재미나는 물건이 있 을지도 모르겠구려.] 방이는 사공의 우두머리를 배로 불러들였다. 그리고는 이 섬이 무슨 이 름이냐고 물었으며 어떤 특산품이 나는가도 물었다. 그 사공은 말했다 [소저께 말씀드리지요. 이곳은 동해에서 유명한 신선도입니다. 이 섬에 는 선과가 나는데 사람이 먹으면 장생불로하게 된다는군요. 하지만 복 이 있는 사람만이 먹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소저와 위상공께서는 위로 올라가시어 한번 운수에 맡겨 보십시오.] 방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공의 우두머리가 선실을 나서자 나 직이 말했다. [장생불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지금 이와 같은 나날은 신선보다 더욱더 즐거워요.] 위소보는 크게 기뻐했다. [내가 그대와 이 섬에서 한평생 살 수만 있다면 선과이니 뭐니 하는 것 은 상관없으니까 그저 그대가 영원히 나와 함께 있어만준다면 내가 바 로 신선이 되는 것일게요.] 방이는 몸을 위소보에게 기대며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에요.] 두 사람은 조그만 배를 타고 언덕 위로 올라갔다. 발로 해변가의 가느 다란 모래를 딛자 숲속에서 흘러나오는 꽃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정말 선경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이는 말했다. [섬이 사람이 살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위소보는 웃었다. [사람은 살고 있지 않소. 그러나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선녀가 하인을 데리고 섬으로 올라온 것은 사실이오.] 방이는 방긋 웃었다. [아우, 그대는 나의 하인이고 나는 그대의 하녀에요.] 위소보는 하녀란 말을 듣자 쌍아가 생각나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뒤 따라오지 않았다. 이 며칠 동안 쌍아를 냉대한 것 같아 약간 마음속으 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