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오늘이 00이지?", "00만 기다려 주세요."라고 할 때 00는 '몇일'로 써야 할까? 아니면 소리나는 대로 '며칠'로 써야 할까?
우리가 '며칠'로 발음하는 이 단어가 '몇+일'의 구성이라면 한글 맞춤법 제27항의 "둘 이상의 단어가 어울리거나 접두사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은 각각 그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는 규정을 근거로 삼아 '몇일'로 적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같은 항의 [붙임] 항목에는 "어원이 분명하지 않은 것은 원형을 밝히어 적지 않는다"고 하고 그 예의 하나로 '며칠'을 들고 있다.
즉, 한글 맞춤법에서는 '며칠'의 어원이 분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여 원형을 밝히지 않고 소리나는 대로 적을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며칠'은 '몇+일'의 고성으로 분석할 수 없다는 말인가?
이 단어를 '며칠'로 적어야 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1)친구가 몇이나 모였니? → [며치나]
이 문제는 너희들 몇의 문제가 아니다. → [며츼]
아이들 몇몇을 데려 왔다. → [면며츨]
(2)지금이 몇 월이지? → [며둴]
중국의 인구가 몇 억이라고? → [며덕]
그 위원회는 몇 인으로 구성되는가? → [며딘]
달걀 몇 알을 삶아 먹었다. → [며달]
이 책은 몇 원이나 주었니? → [며둰]
그는 국가 고시를 몇 해 동안 준비했다. → [며태]
형은 몇 날 밤을 지새우며 시험 공부를 했다. → [면날]
(1)에서 보듯이 '몇' 다음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가 오면 말음의 'ㅊ'소리가 조사로 내리 이어져 [며치나], [며츼] 등과 같이 소리가 난다.
하지만 (2)와 같이 '몇' 다음에 명사가 오면 이때에는 말음의 'ㅊ'이 이른바 중화 현상에 의하여 대표음인 'ㄷ'으로 소리가 난다.
그러므로 '몇+월'은 [며춸]이 아니라 [며둴]로, '몇+억'은 [며척]이 아니라 [며덕]으로 소리가 나게 된다.
이는 '옷+안'이나 '낱+알'과 같은 합성어가 [오산]이나 [나탈]이 아니라 [오단], [나달]로 소리나는 것과 같은 음운 현상이다.
만약, '며칠'이 '몇+일'의 구성이라면 '일'은 명사이므로 (2)의 예들과 같이 [며딜]로 소리가 나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나 [며딜]로 소리를 내는 경우는 없고, 조사가 연결되는 (1)의 예들처럼 [며칠]로 소리가 난다.
이렇게 '며칠'로 소리가 난다는 사실은 '며칠'을 관형사 '몇'과 명사 '일'이 결합한 구성으로 보기 어렵게 만든다.
그러므로 우리가 [며칠]로 소리를 내는 이 단어는 그 원형을 밝혀 적지 않고 소리나는 대로 적게 되는 것이다.
'며칠'은 '그 달의 몇째 되는 날'과 '몇 날'의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일부에서는 두 의미를 구분하여 '몇 일'과 '며칠'로 따로 적는 일도 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두 경우 모두 [며칠]로 소리가 나므로 둘 다 '며칠'로 써야 한다.
(3)오늘이 몇 월 몇 일이지? (X) → 오늘이 몇 월 며칠이지?(O)
(4)몇 일 만에 일은 마쳤다.(X) → 며칠 만에 일을 마쳤다.(O)
<새국어소식> 2월호에서 발췌, 수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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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9.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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