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함께 하고 싶은 예배가 있다. 대형교회 예배에 참석해서 설교에 은혜 받고 싶을 때도 가끔 있다. 그러나 아무나 할 수 없는 특수 목회, 가령 노숙 인이나 홍등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회, 정신과 지체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목회 등에 나는 특별히 관심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어제, 그러니까 6월 28일 상경할 일이 있었다. 그 내용을 간단하게 SNS를 통해 밝혔더니 서울 평강교회 박영복 목사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일 보고 교회 교육관에서 하룻밤 묵고 가라고. 화요일 자정 영등포역 노숙인 예배에 함께 참석하고 들어가면 더 좋겠다고. 그는 나의 심중을 꿰뚫고 있는 몇 사람 중 하나이다.
사람들에겐 삶에 동기 부여가 될 때 생동감이 돌게 되어 있다. 상경 중 수행할 두 가지 일 모두 내겐 무척 의미 있는 일이 된다. 한 가지도 고마울 텐데 비슷한 의미를 가진 일이 두 가지나 겹치다니…. 이게 웬 일이냐 싶었다. 이런 일은 자주는 아니더라도 종종 일어나야 삶을 보다 더 윤기 있게 가꾸게 되는 것이다.
신우회 모임은 예상보다 긴 시간을 요했다. 영등포역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11시 40분에 보기로 했으니 1시간 반 정도 일찍 온 셈이 된다. 역사 내에 있는 롯데리아로 들어가 커피를 한 잔 시킨 후 비교적 한적한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신우회 참석기를 쓰기 위해서.
글을 쓴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잠복되어 있던 생각이 실타래 풀리듯 술술 피어날 때 얼마나 기분 좋은가. 내 옆에 자리한 일군(一群)의 사람들도 노숙인 자정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인 것 같다. 아마 찬양하는 분들이지 싶다. 언제 어디서 만나든 기분 좋은 사람들, 그들에게서 예수 향기가 풍기고 있었으니까.
박영복 목사님 일행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11시쯤 왔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전 롯데리아에서 만난 사람들이 나와서 찬양을 했다. 우리의 일행 박희숙 목사님과 유향숙 권사님도 찬양에 동참했다. 자정이 가까워오는데 노숙 인들의 반응과는 하등 관계 없이 저렇게 정열을 불태우는 사람들은 분명 야행성(?)이란 생각이 얼핏 들었다.
롯데리아 문을 열고 나오니 바로 노숙인 예배 현장이었다. 함께 간 평강교회 박영복 목사님이 기도했고 찬양 인도자 선정윤 목사님 부부의 특송이 있은 뒤 광야교회 담임 임명희 목사님이 마 10:30-32를 본문으로 말씀을 전했다. 답답하고 힘겨운 시절, 우리의 소망은 예수 그리스도 한 분밖에 없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중간 중간 '아멘'으로 호응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았지만 여느 교회의 예배 분위기에 비해 많이 썰렁했다. 가끔 괴성을 질러대는 술 취한 사람으로 인해 노숙인 자정 예배가 생동감을 찾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임명희 목사의 축도로 자정예배가 끝났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한 줄로 죽 늘어선 노숙인들!
그들에겐 이게 더 중요한지 모를 일이었다. 먹거리 분배의 시간, 컵라면이 뜨거운 물과 함께 전달되었다. '야식'이라고 했다. 사정을 잘 모르는 내가 이들에게 지급되는 컵라면은 야식이 아니라 그날 하루의 유일한 식사가 될지 모른다며 끼어들었다. 아니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노숙 인들은 지역 봉사단체에서 번갈아 제공하는 삼시세끼 밥을 먹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광야교회의 역사는 30년이 다 되어간다. 1987년 6월에 이 사역을 시작했으니까 만 29년이 되었다. 그동안 해 온 일들은 손가락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다. 예배와 복음 전도는 어느 교회서나 하는 사역이다. 그 외 무료 급식, 무료 합동 결혼식, 이미용 봉사, 내적 치유 프로그램 운영, 주님 상당 및 실태조사 등….
하나님께서 사회의 구석진 곳을 이 광야교회를 통해 비춰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년 가까이 된 전통이 봉사와 후원의 손길을 많이 넓혀 주었지만, 늘 부족한 가운데 비전을 채워간다고 했다. 광야교회는 홈리스복지센터를 완공했고, 이어 알콜 중독자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알콜 중독자 치료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기념사진 몇 컷을 찍고 음식점을 찾아 나섰다. 섬긴 사람들이 야식을 하러 가는 것이다. 이것도 광야교회 노숙인 예배 섬김이들에겐 하나의 전통이라고 했다. 영등포시장 근처를 몇 바퀴 배회한 끝에 24시간 영업하는 한 음식점을 찾았다. 열무냉면 잔치국수 해장국 등을 취향대로 주문했다.
야식이 건강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주의 일을 하는 이들에겐 그런 말에서 초탈해 있는 듯했다. 우리는 밤참을 먹으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광야교회 노숙인 사역에서 시작해서 찬양의 효용성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전도자 D. R. 무디에게 찬양 사역자 생키는 더할 나위 없는 동지였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음식 값은 역시 없는 중에도 늘 넉넉함을 잃지 않는 박영복 목사님이 지불했다.
빈부(貧富)는 어느 사회나 있어 왔다. 그러나 빈부의 격차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심한 편차를 보였다. 지금 우리 사회는 빈익빈(貧益貧) 부익부(富益富) 현상이 너무 심각하다. 이것은 정책적 빈핍, 사회 구조적 측면에서 기인하는 면이 더 크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노숙인 문제를 개인의 탓만으로 돌리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숙인들도 하나님의 소중한 피조물이다. 이들의 생존권 확보와 더불어 영혼 구원에 최선을 다 하는 광야교회와 여러 모양으로 봉사하는 손길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여름이어서 100 여 명 정도가 모여 예배를 드렸지만 겨울에서 이 숫자가 배 이상으로 늘어난다고 했다. 야식을 들고 헤어지는 봉사자들의 뒷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광야교회(담임 임명희 목사) 주관으로 영등포역 대합실에서 드려진 화요 자정 예배, 100 여 명이 참석해서 함께 찬양하고 말씀을 들었다.
노숙인 예배는 '광야의 만나 급식' 이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매주 자정에 열리는 이 행사는 여러 단체와 개인의 협조로 이루어진다.
이날 찬양 인도로 은혜를 선사한 선정윤 목사와 이순화 사모. 이들은 부르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달려간다.
노숙인 자정 예배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서울 평강교회 박영복 목사
광야교회 담임 임명희 목사는 이날 마 10:30-32을 본문으로 쉬우면서도 설득력 있는 말씀을 전했다.
예배가 끝나고 전달되는 먹거리. 이날은 컵라면을 준비했다. 매주 섬기는 단체가 다르기 때문에 먹거리의 내용도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선정윤 목사가 이끄는 찬양단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밤을 밤으로 생각하지 못하게 했다.
노숙인 자정 예배를 끝내고 봉사한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뒷줄 왼쪽부터 찬양 사역자 선정윤 목사, 광야교회 담임 임명희 목사, 서울 평강교회 박영복 목사, 필자(이명재 목사), 안태룡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