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영시는 봉래극장을 비롯한 주변 토지를 매입해 이곳을 주차공간으로 만들기로 하고 곧 철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통영시 문화동 159-25번지에 자리한 '봉래극장'. 지금은 비록 낡고
초라해진 건물이지만 90여년 전인 1914년 처음 문을 열었을 당시에는 경남 남쪽 끝 조그만 항구도시의 문화공간으로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꿈을 줬던 공간이었다.
봉래극장은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 선생이 어린 시절 아버지 바지자락을 잡고 유랑극단의 곡나팔 소리를 들었든 곳이며, 유치진으로 대표
되는 근대연극의 발상지인 통영연극의 주무대이기도 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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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여년 역사의 봉래극장. 1914년에 처음 건축됐다. 사진은 일제시대 1915년에 나온 통영읍 소개글에 나온 봉래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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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극장의 원래 이름은 봉래좌(蓬萊座). 1915년 경남 통영읍 안내에 게재된 봉래좌의 소개글에 따르면, 대정(大正) 3년(1914년)에 처음 설립됐다고 나와 있다. 당시 통영에 있던 일본인 40여명이 각출한 5천원으로 현재의 자리에 건물을 짓고 조합 형태로 운영됐다고 한다.
당시 봉래좌는 영화관이라기보다는 연극 등 공연과 집회를 할 수 있는 다목적 공연장의 형태로 길이가 각각 8칸과 18칸이었으며 2층 시설이 딸린 380명 정원의 건물이었다.
영화 상영관으로 개축된 것은 1939년. 한국영화자료연구원(원장 홍영철)이 발견한 자료에 의하면, 당시만 하더라도 초현대식 건물로 건축된 봉래좌는 3만원의 공사비로 39년 3월에 공사를 시작해 8월 완공, 경남도로부터 준공허가를 받았던 것으로 나와 있다.
해방 이후에도 봉래극장은 통영지역의 문화 중심지로서 최고의 장소였다.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통영 출신 문화예술인들의 가슴 속에는 봉래극장의 추억을 종종 얘기한다.
아버지 세대에게는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세계로 향한 꿈을 키우게
만든 장소였으며 70·80세대에게는 남녀 구분이 엄격한 고교생들이
유일하게 단체로 영화를 관람하고 낭만과 우정, 사랑을 되새기던 추억
의 장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역사를 간직한 봉래극장이지만 세월의 흐름은 막을 수 없었던 모양. TV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문화의 중심지에서 점차 밀려나기 시작하더니 최근 폭발적인 영화산업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노후된 시설때문인지 관객들이 찾아주지 않아 계속 적자를 면키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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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철거될 운명에 처한 봉래극장. 셔터가 내려진 채 굳게 닫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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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시에 따르면 8월말로 봉래극장에 대한 건물 및
영업보상이 끝난 상태다.
철거가 완료되면 중앙재래
시장 활성화를 위한 도심
상가 주차장 확보 계획에
따라 봉래극장을 비롯 건물
4동과 토지 13필지 등
총2229㎡ 면적에 100∼200
대를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주차빌딩이 대신 들어설
예정이다.
90여년의 역사를 가진 봉래
극장을 그냥 그대로 철거해
버리기에는 그동안 통영
시민들이 간직한 추억들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
첫댓글 애석하더니 이렇게 사진으로라도 다시 보게 되니 반가워요. 감사 드리며
옛날에 여기서 공연 마니햇는디..좁은 분장실을 오가며 웃고 울엇던일..참 옛날 이야기네...철거가 된다니..나의아름다운 추억이 잘려나가는 기분입니다..ㅆㅆ
봉래극장 극장장 아들이 내 친구라... 어릴적부터 부지런히 들락거렸는데... 황야의 무법자,돌아온 외팔이 시리즈, 성룡의 취권..송승환,기주봉 주연의 연극 "일어나라 알버트'까지...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애석타 어이하리~ 문화재로 등록되었다면 더없이 좋을것을.....
1914년~30년사이 도내에는 영화관이 4개밖에 없었다는데 이를 통영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활용치 않고 주차장으로 쓴다니..다른 지자체에서는 이런 유산이 없어 난리인데... 나중에 후회하면 또 늦으리.. 통영연극,연예인들의 정신은 어디에?
어린시절 봉래극장에서 영화 많이보았지요..역사속으로 사라진다하니 아쉬워요 저가 태어나서 처음 초등학교 1학년때 봉래극장에서 전교학생 단체로 영화를 보았지요. 신기하든데요.
문화도시 통영의 힘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요? 예향 통영의 예술인들이 가만히 보고있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아닌지...(죄송^*^)
이곳에서 연극 '에쿠우스'를 태어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봤는데.....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