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수 "나는 절대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먹지 않는다"
| 지난 23일 유승민 선수가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에서 중국의 왕하오 선수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건 직후 부터 인터넷에 돌아 다니기 시작한 동영상이 하나 있다. 네티즌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이 동영상은 그러나 유승민선수의 활약이 담긴 것이 아니라 그의 코치인 김택수 '선수'의 경기 장면이 담긴 것이었다.
98 방콕 아시안 게임 남자 단식결승전: 김택수 (한국) vs 류궈량 (중국) 탁구 팬이라면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는 장면일 것이다. 중국 선수의 공격을 끝없이 받아 넘기는 김택수 선수의 모습. 팬들은 '32구 랠리'라는 이름이 붙은 명장면이다.
이 장면에 대한 해설은 '후추닷컴'의 '명예의 전당'에 올라 와 있는 김택수 선수에 관한 글에 비교적 상세히 나와 있다.
필자가 기억하는 많지 않은 '탁구 명장면' 중에 하나가 바로 김택수와 중국의 류궈량이 펼쳤던 98 아시안 게임 남자 단식 결승에서의 '32구 랠리' 일 것이다. 그 장면을 하일라이트로 보면서 넋을 잃었다. '저게 대체 사람인가?' 중국의 세계 1, 2위 공링후이와 류궈량을 차례로 꺾고 8년 만에 다시 한번 아시안 게임 정상에 오른 김택수의 분전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김택수 탁구의 모든 것이 아마도 이 한 포인트에 축약되어 있을 것이다. |
후추닷컴에 따르면 김택수 선수는 세계 탁구계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10-10 클럽 선수다. 10년이상 세계 10걸 자리를 지켜온 선수다. 그러나 그는 단 한번도 올림픽이나 세계 선수권 대회를 제패하지 못했다. 중국의 어느 1인자를 천신만고 끝에 넘어섰다 싶으면 또 다른 1인자가 그를 가로막고 나타나길 10여년. 중국은 김택수 선수에 하늘이 두쪽이 나도 언젠가는 반드시 넘어야할 만리장성이었다. 그는 "결코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먹지않겠다"고 말할 만큼 중국이란 이가 갈리는 존재였다. 하지만 그는 마침내 친동생 같은 제자 유승민을 앞세워 자신이 10여년간 넘지 못했던 만리장성을 넘고야 말았다.
동영상의 또 다른 주인공 류궈량. 그는 한국선수들를 그토록 괴롭혀 온 이면타법을 실전에 처음 들고 나온 선수. 유승민과 결승에서 맞붙은 왕하오의 주무기인 이면타법의 주인공이다. 또 그는 김택수와 마찬가지로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 탁구팀의 코치로 참가했다. 탁구 결승전에서 중국측 벤치에 앉아 있던 바로 그 사람이다. 6년전 동영상에서 그가 류궈량을 이겼던 것처럼 류승민은 왕하오를 이겨냈다.
이 동영상은 탁구 커뮤니티 사이트라 할 수 있는 ok 핑퐁(http://www.okpingpong.com/)의 '김상택'님이 편집, 홈피에 올려 놓은 것을 네티즌들 퍼다나르고 있는 것이다. 도깨비 뉴스에는 '택수짱'님이 제보했다. 풀버젼 동영상은 중국인터넷 사이트에서 배포용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 져 있다. ok 핑퐁은 탁구의 세계적인 명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모아 놓았다.
동영상에는 아래와 같은 해설이 붙어 다닌다.
유승민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다시 만난 김택수 선수. 이제는 김택수 코치가 되었지만 유승민 선수의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하고 전략을 세우는 눈은 경기하는 유승민 선수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자신 옆에 캠코더를 두고 경기가 끝나면 캠코더를 끄는 모습은 그들의 전진이 아테네 올림픽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다지는 결의를 엿본 것 같아 흥분되었다. 이제서야 알게 되는 그의 이야기들. 보이는 것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또 알게 되었다. |
위 글에서 보이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그의 이야기들'은 후추닷컴 명예의 전당에서 상세히 볼 수 있다.
유승민과 김택수 코치 금메달 환호 |
23일 ( 한국시간) 아테네 갈라치홀에서 열린 탁구 개인전에서 우승한 유승민과 김택수 코치가 환호하고 있다./박창기/체육/올림/탁구/ 2004.8.23 (아테네=연합뉴스) |
김택수의 '32구 랠리' |
이번 아테네올림픽에서 탁구 남자 단식 우승을 일궈낸 유승민을 지도한 김택수코치가 지난 98년 방콕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중국의 류궈량을 맞아 피말리는 '32구 랠리'를 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김코치는 류궈량의 공격을 무려 13차례나 받아내며 마지막엔 강력한 드라이브로 귀중한 한점을 따내면서 결국 승리한다. 류궈량은 유승민이 결승에서 이긴 왕하오의 코치다 |
`김택수의 恨` 제자가 풀었다
(::中꺾으려 '태극마크 반납'코치로 나서::)
김택수(34)는 한국남자탁구의 에이스였다. 김완, 김기택, 안재형 , 유남규로 이어지는 한국남자탁구의 명맥을 이어갔다. 고교 3학 년(광주 숭일고)시절인 87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뒤 90년대를 풍미하며 지난 3월까지 17년 동안 정상에 우뚝 섰다.
그러나 명성에 비해 올림픽과는 별 인연이 없었다. 지금 유승민 의 나이였던 22세때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 출전, 남자단식과 복식에서 2개의 동메달을 목에 걸었을 뿐이다. 전성기에 접어들 었던 96년 애틀란타, 완숙기였던 2000년 시드니에선 ‘노메달’ 이었다.
그래서 김택수에게 올림픽 금메달은 도전이었다. 선수시절 마지 막 과제이기도 했다. 지난 3월 카타르 세계선수권대회때만 해도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일 수 있는 이번 아테네올림 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국가대표생활을 마치겠다는 포부 를 내비쳤다. 김택수는 이미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을 당당히 1위 로 통과했고 오상은과 짝을 이룬 복식에선 여전히 금메달 후보였다 .
올림픽을 앞두고 마지막 불꽃을 태우던 지난 4월. 김택수는 일생 일대의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때마침 국가대표 코칭스태프에 메 스를 가하던 탁구협회 신임 집행부는 남자탁구의 새 조타수(코치 )로 그를 낙점했다. 이는 곧 국가대표로서 김택수 자신의 은퇴를 의미하기도 했다.
며칠 동안 고심한 끝에 김택수는 올림픽 4회 연속 출전의 기회를 스스로 접게 된다.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국가대표 코치로 ‘제2 의 탁구인생’을 시작하기로 했다. 선수시절 못다피운 올림픽 금 메달의 꿈을 후배들을 통해 이루겠다고 결심했다.
사랑스러운 후배이자 이젠 제자가 된 유승민은 자신의 꿈을 이뤄 줄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유승민은 당시만 해도 올림픽챔피언과 는 거리가 있었다. 올들어 세계랭킹 ‘톱 5’에 진입하며 명실상 부 국가대표 에이스자리를 굳히고 있었지만 ‘만리장성’의 장벽 을 넘기에는 역부족인 듯했다. 유승민은 세계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했지만 수비가 불안했고 무엇보다 중국선수들의 독특한 이면 타법(라켓양면을 활용하는 타법)에 약점을 보였다.
그러나 김택수에겐 큰 문제가 아니었다.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 지난 6월부터 집중적으로 유승민을 단련해 나갔다. 선수시절의 모든 노하우를 쏟아부었고 ‘타도 중국’을 위해 이면타법 공략 에 전력을 기울였다. 자신이 직접 이면타법을 구사하며 연습파트 너가 됐고 소속팀(KT&G) 후배인 이정삼을 가상의 적으로 삼아 적 응력을 키우도록 했다.
김택수의 집중적인 조련으로 유승민의 기량은 올림픽 직전 가파 른 상승곡선을 그리게 됐다. 올림픽 개막 불과 한달전인 7월 US 오픈에선 단식과 복식 2관왕을 차지하며 세계랭킹을 3위까지 끌 어올렸다.
김택수는 이번 대회 내내 벤치를 지키며 엄한 선생님으로, 때론 자상한 형님으로 유승민을 보듬으며 유승민과 함께 달렸다. 마침 내 23일, 유승민은 이면타법의 고수 왕하오를 물리치고 금메달의 숙원을 풀었다. 그리고 제일 먼저 김택수의 품에 안겼다. 시상 식이 끝난 후 유승민은 “부모님과 함께 코치선생님께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분신과도 같은 후배이자 애제자 유승 민의 금메달은 곧 김택수 자신의 금메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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