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 참석 소감】
서포 김만중 선생의 ‘환생(還生)’을 보다
― 제1회 ‘서포 김만중 문학 축전 학술대회’ 참석 소감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ysw235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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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참석 소감】 서포 김만중 선생의 ‘.. : 네이버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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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참석 소감】
서포 김만중 선생의 ‘환생(還生)’을 보다
― 제1회 ‘서포 김만중 문학 축전 학술대회’ 참석 소감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ysw2350@hanmail.net
같은 날 열리는 두 행사. 꼭 참석해야 할 의미 있는 두 행사. 그중 어느 한 행사만을 택해야 한다면 어떤 측면을 고려해야 할까?
우선 개인적인 사정과 조건에 따라야 한다. 한 행사는 관광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가을 여행’이었다. 동호회원 모두 모처럼 기대가 큰 여행이었는데 내겐 다소 부담스러운 점도 없지 않았다. 차멀미다.
요즘 세상에 멀미 걱정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코웃음 칠 일이지만 난 그렇지 않다. 장거리 관광버스를 타면 속이 메스껍고 울렁거린다. 어쩐 일인지 나이 들면서 점점 더 심해지는 현상이다.
사정이 그러하니 가까운 내 고장 대전 ‘예술가의 집 누리홀’에서 열리는 학술대회를 택했다. 개인적인 취향도 <가을 여행>보다는 뜻있는 <학술적 고전 여행>에 이끌렸다.
대전문인총연합회에서 주최하고 대전광역시가 후원하는 《제1회 서포 김만중 문학 축전 학술대회》.
※ 서포(西浦) 김만중(金萬重 1637~1692) - 조선 시대의 문신이자 소설가. 대표작 : ‘구운몽’과 ‘사씨남정기’
- 대전에 부모와 조부모의 묘소가 있다. 대전에는 또 석상과 함께 효자충신 정려각과 효행숭모비, 문학비, 소설비 등이 있고, 이와 관련된 많은 문화유산이 대전시립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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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순 시인(대전문총 회장)이 이메일로 보내준 행사 안내 영상 홍보물 캡처
이렇게 흥미롭고 학문적 깊이가 느껴지는 ‘문학 축전’은 쉽게 만나기 어렵다. 이런 귀한 ‘문학 축전 학술대회’를 입장료 한 푼 안 내고 공짜로 경청한다는 것은 문학을 애호하는 사람으로서 그지없이 행복한 일이다.
이 대회를 열정적으로 주최하고 알린 김명순 시인(대전문총 회장, 계간 『한국문학시대』 발행인)이 우편으로 보내온 초대장과 행사 당일 새벽까지 연속적으로 보내주는 초청장 형식의 정중한 이메일도 가슴을 설레게 했다.
▲ 우편과 이메일로 거듭 보내준 초청장
이 뜻깊은 서포 김만중 선생 문학 축전 학술대회를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면서 존경하는 학자 문인을 떠올렸다.
지난 4월 작고한 김용재 교수(시인, 전 국제 PEN한국본부 이사장)다. 김용재 교수는 누구보다도 서포 김만중의 고향인 대전에서 문학 축전이 열리기를 갈망하면서 열정적으로 추진해 온 학자요, 문인이다.
대전문인총연합회 행사 때마다 서포 문학 축전 개최 당위성을 줄기차게 강조해 왔고, 순수 문예지 《한국문학시대》 특집을 통해서도 서포의 문학 세계를 비중 있게 조명해 왔다.
어디 그뿐인가. 최근에 유튜브를 통해 김용재 교수가 서포의 고향이 대전임을 생생하게 알리는 현장 인터뷰 영상을 봤다.
※ 김용재 교수의 말 : “(유배지였던) 남해에는 문학관이 있고 문학비가 있습니다. 우리가 (그의 고향인) 대전에서 문학 축전을 열어야 합니다. 대전에서 활발하게 연구할 수 있도록 추진해 주십시오.”
▲ 김용재 시인의 생시 인터뷰 장면 캡처(출처= 우련 신경희 시인 유튜브)
이 유튜브 ‘마중그림(섬네일)’이 《대전에서 서포 김만중 문학 축전을 기대한다 / 김만중의 고향은 대전이다》(출처 : 우련 신경희 시인의 유튜브)이다.
대전 유성구 전민동 ‘허주촌 선비마을’.
필자가 과거 공직 생활할 때 관내였던 이곳에 ‘서포 김만중 선생 문학비’도 세워져 있어 눈여겨볼 수 있었다.
▲ 대전 전민동 선비마을(출처= 우련 신경희 시인 유튜브 화면 캡처)
사친(思親)
今朝欲寫思親語(금조욕사사친어) 오늘 아침 사친의 시 쓰려고 하는데 字未成時涙已滋(자미성시루이자) 글씨도 이루기 전에 눈물 먼저 가리우네 幾度濡㚏還復擲(기도유호환부척) 몇 번이나 붓을 적시다가 도로 던져 버렸나 集中應缺海南詩(집중응결해남시) 응당 문집 가운데 해남의 시(남쪽 바다에서 쓴 시) 빠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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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전민동에 세워진 서포 김만중 선생 문학비 『思親』
학문만 깊은 선비가 아니라 효심도 지극했다. 어머니 그리움에 글씨도 쓰기 전에 눈물이 먼저 앞을 가려 붓을 몇 번이나 던졌다니, 절절한 효심이 이 시대에도 독자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바로 그런 분을 내 고장 대전 ‘예술가의 집 누리홀’에서 만난 것이다. 그야말로 ‘환생(還生)’이다.
혼백(魂魄)이란 죽어도 영원히 남아 있다는 비물질적이고 초자연적인 존재를 말한다. 백(魄: 身體)은 분묘에 있어도 혼(魂: 靈魂)은 우주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서포 김만중의 대표적인 작품 <사씨남정기>와 <구운몽>의 줄거리와 핵심적인 주제를 다시 한번 미리 살펴보고 이 학술대회에 참석하니, 문학축전의 의미가 더욱 각별하고 뜻있게 느껴졌다.
▲ 서포 김만중의 대표작 - 필자는 두 작품의 줄거리와 해설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문학 축전에 참석했다. [자료 사진=네이버 지식백과]
다양하고 깊이 있는 학문적 연구를 통해 서포 김만중 선생을 이 자리에서 우뚝 ‘환생’시킨 학자들이다. ※ 아래 <주제 발표자> 참조
▲ 서포 김만중 문학축전 학술대회 <자료집>
◆ 주제 발표자
○ 기조발표(14:30-15:00) 사회자 : 김기영(충남대) ○ 김만중 문학의 전통과 현대적 의의 발표자 : 설성경(연세대학교 명예교수)
◆ 제1부 서포 김만중 문학의 전통과 영향(15:00-16:20) 사회자 : 김기영(충남대)
○ 서포 김만중의 국문문학에 대한 인식과 영향 발표자 : 김병국(건양대) 토론자 : 윤보윤(충남대)
○ 서포 김만중의 소설적 성취와 후대적 영향 발표자 : 전성운(순천향대) 토론자 : 윤준섭(충남대)
◆ 제2부 서포 김만중 문학의 변용과 계승(16:30-17:50) 사회자 : 김순재(고려대)
○ 서포 김만중의 융합적 사고와 문학적 발현 발표자 : 김진영(충남대) 토론자 : 신태수(한남대)
○ 서포문학의 환상성과 현대적 가치 발표자 : 신효경(고려대) 토론자 : 지민재(충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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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집>에서 밑줄을 그은 대목이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 처음 작품을 접하는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인상적인 몇 군데 대목을 소개한다.
● ---[전략]--- <구운몽>에서 강조하는 것은 현실 세계에서의 정신과 수양, 꿈속 세계에서 조화와 화합이 이루어질 때 하나의 완성체가 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육관 대사가 성진과 팔선녀에게 정신 수양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다. 정신이 무너지면 구름같이 사라지는 허망함이 남을 뿐이기에 이를 경계하고자 한 것이다. [하략]
●---[전략]---김만중은 <사씨남정기>를 통해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중요성을 담아냈다. <사씨남정기>에서 가정은 곧 국가다. 간악한 무리에게 흔들리지 않는 올곧음과 혜안(慧眼)의 중요성을 유연수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올곧음과 혜안은 임금뿐 아니라 신하도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항상 악한 것을 경계하여 충언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을 <사씨남정기>의 두 부인을 통해서 그려내고 있다. [하략]
※ 자료집 118~119쪽, 주제 발표자 신효경 / <서포문학의 환상성과 문학적 가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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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여 년 전 서포(西浦)가 오늘날 문인과 학자들에 의해 좀 더 작품과 인품이 ‘국제적으로’ 알려졌더라면 ‘노벨문학상’ 그 이상의 가치와 권위 있는 상을 누려도 좋았을 것이다.
▲ 김명순 대전문인총연합회장(시인, 『한국문학시대』 발행인)의 인사말
김명순 대전문총 회장의 <마무리 인사말>도 인상 깊었다.
“저는 오늘 큰 희망을 보았습니다. 서포 김만중 선생의 작품을 고전처럼 여기는데,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그분의 작품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 그리고 젊은 학도들도 많다는 것은 대단히 희망적입니다.
이 시대 정치 사회 교육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서포(西浦)가 추구해 온 전통적인 가치와 문학적 정서를 다듬고 발전시킨다면 더욱 아름답고 빛나는 세상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2024. 10. 24.
윤승원 학술대회 참석 소감 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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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페이스북 <한국문학시대> 김명순 회장님이 단체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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