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1일 발사와 단 분리에는 성공했으
나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실패했다. 연료 부
족으로 막판 궤도 진입 속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누리호는 1
조9572억원을 투입해 엔진 설계부터 제작.시험 등 개발 전 과
정을 순수 국내 기술로 이뤄낸 첫 발사체다. 궤도 안착까지 성공
했으면 우리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위성을 발사할 능력을 갖
추는 것이었다. 과학적으로, 산업적으로, 안보적으로 의미가 매
우 큰 일이었다. 그런데 발사와 비행 절차는 정상이었으나 최종
목표인 궤도 안착에 실패한 것이다.
2013년 쏘아 올린 첫 우주 발사체 나로호는 핵심인 1단 엔진을
러시아에서 제작해 들여온 것이다. 반면 누리호는 2010년 300
여 국내 기업이 개발에 착수해 11년 반 만에 독자 개발했다. 탑
재 중량도 나로호의 15배인 1.5t으로 늘었고, 목표 고도도 700
Km로 나로호의 두 배가 넘는다. 중량 1t 이상 위성을 발사하는
국가는 현재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중국, 인도 등 여섯 나
라밖에 없다.
이번에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실패했더라도 좌
절하지 말고 계속 도전해야 한다. 우주 선진국들도 자체 개발한
첫 우주 발사체의 성공 비율이 30%에 불과했다. 비정상 비행의
원인을 찾아 고쳐나가 내년 5월 2차 발사 때는 최종 성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로호도 두 차례 실패 끝에 2013년 성공했
다. 이미 선진국 민간 업체들은 재사용 발사체로 발사 비용을 획
기적으로 절감해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아주 어
려운 기술이지만 우리도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착수해야 한다.
우주산업 발전은 미래 먹거리 기술 확보뿐만 아니라 안보 역량
강화에도 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우주는 미국과 중국의 '전쟁
터' 로 바뀌고 있다. 우주에서 보고 발사하는 시대가 눈앞에 와
있다. 우리는 선진국에 크게 뒤떨어졌지만 우리 젊은이들이 도
전 의식과 창의적 아이디어로 우주산업에 뛰어들어 스페이스
X.블루오리진 같은 업체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도전하면 반도체.조선처럼 우리가 항공.우주산업에서 활약하
는 일도 결코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