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조금 온다는 봄비는 예보와 달리 아침부터 예사롭지 않다.
엊저녁과 달리 아침 일기예보는 비바람이 몹시 불 거라고 했단다.
그러거나말거나 우리 버스는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을 뚫고 목적지로 향한다.
산행계획을 변경하려다 의견이 분분하여 들머리만 자굴고개로 돌리기로 하였다.
자굴산은 의령의 고만고만한 산들 중에서 유독 돋보이는 산이다.
900m를 넘지못한 아쉬움이 있어서인지 정상석은 모자란 3m를 채우려 나보다 키가 크다.
자굴산과 한우산 사이에 움푹 꺼진 마을은 갑을리와 양성리.
마치 분화구나 분지를 이루고 있는 듯 특이한 모양새지만 잔뜩 낀 안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자굴산에서 한우산을 이어주는 쇠목재엔 관광도로와 임도가 지나간다.
철쭉군락지가 아름다운 한우산(寒雨山)은 말그대로 찰(한寒)비(우雨)산.
정상부위까지 차가 올라와 있으니 땀흘려 올라온 게 무심하기만 하다.
산성산을 지나 헬기장에선 이정표의 좌측 주차장 방향을 외면하고 벽계야영장 방향인 북동쪽 비스듬한 산사면을 내려섰더니 한참 후엔 희미한
족적을 따르며 험한 산길로 생고생(작은 계곡을 내려섰다가 우측 능선으로 재진입하면서 좋은 길을 만난다.)
이정표의 '의령군 벽계리'는 아예 '길없음'으로 바꿔야 하고,'주차장 가는 길'(주차장은 어느 곳에도 있다.)은 '벽계리 주차장'으로 바꿔야 한다.
이정표는 누가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 지형지물을 표시하여야만 한다.
의령군에서 세운 이정표임을 감안하더라도 등산객들의 편의를 위한다면 합천군쪽도 궂이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귀갓길에 접어들어 잠깐 들리는 일붕사.
일붕사는 이렇다할 문화유산은 없지만 바위틈에 자리 잡고 있는 나반존자, 병풍바위 밑의 약사여래불, 인공폭포, 지장전 등이 볼꺼리.
병풍을 두른 듯 높게 솟은 암벽에 우뚝 솟은 봉황대는 봉황의 머리를 닮은 기암괴석이 장관이다.
봉황루 앞 너럭바위에서 나는 그제사 못다한 조망으로 한우산을 올려다 본다.
몇 해 전 자굴산 원점회귀를 하였고, ☞ http://blog.daum.net/bok-hyun/353
또 한우산 산성산 원점회귀 알바의 추억이 있다. ☞ http://blog.daum.net/bok-hyun/363
산행코스: 자굴고개(자굴재)-써래봉-바람덤-자굴산-쇠목재-갑을정-한우산-산성산-헬기장-찰비계곡-벽계저수지 * 일붕사 봉황대 탐방
진양기맥
자굴산 공영주차장에서 진등으로 오르기로 하였으나 우천으로 인하여 자굴고개로 들머리를 변경하기로 하였다.
버스는 꾸불꾸불 돌아 자굴고개(자굴치재,자굴재)에 도착을 한다. 우측으로 안내판과 들머리가 나란히 있다.
우선 비를 피하여 팔각정자에 올라 우중산행 채비를 한다.
안내판과...
들머리(정상 2.3km)를 카메라에 담고...
임도급 평탄한 산길을 올라선다. 그 새 봄비는 그칠 새 없이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연분홍 연달래가 봄비를 맞아 마지막 자태를 뽐내고 있다.
너른 공터 갈림길에 도착이다.
이정표의 날개를 각도를 달리하며 잡아 본다.
역시 이 지점의자굴산둘레 이정표
써래봉인 모양이다.
뒤를 돌아 올랐지만...
오리(五里)가 무중(霧中)으로 캄캄이다.
다시 바람덤에 올라...
혹시나 하였지만 역시나이다.
바람덤에서의 써래봉 300m 이정표
바람덤에서는 절터샘 갈림길이 있다.
다시 금지샘과 절터샘 갈림길.
무너진 성곽의 흔적인가?
너른 공간의 자굴산정상에 선다.
동서남북 사방으로 조망되는 포인터를 표시해둔 안내판이 있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는 일행들.
자굴산의 내력을 일별하고...
사위가 사준 등산시계를 확인해보니 저기압 상태에서인지 약 +65m의 고도 오차가 발생한다.
비바람 몰아치는 자굴산에서 ...
정상의 이정표
누가 일도필살의 검법으로 단석(斷石)을 하였남. 경주 단석산은 김유신장군이 단칼에 잘랐다는 바위가 정상에 있던데...
자굴산둘레길 갈림길
안내판의 이정표
여기가 '둠배기먼당'인 갑다.(쇠목재를 따른다.)
산악회 단체가 식사를 함께 하여도 느끈할 이러한 시설이 산 중에 꼭 있어야만 했을까?
임도를 따르다 우측 산길로 갈아 탄다.
곧 팔각정자 뒤로 휘돌아...
쇠목재까지 0.5km를 이어간다.
임도를 좌측으로 나란히 이어가다 다시 만난 임도에서 또다시 임도를 우측으로 벗어난다.
그 지점의 이정표
나무계단을 밟고 내려서는 길에 함초롬히 물기를 머금은 철쭉들이 우리를 반긴다. 여긴 세찬 바람도 기세를 죽이고 있다.
쇠목재에 도착이다.
산불감시초소
아스팔트 관광도로에선...
(이정표0
오른쪽 동물이동통로 굴다리를 통과하여...
좌측 돌탑이 있는 능선으로 올라선다.
솟대가 솟아있는 계단길이 곧 한우산 정상(갑을정)으로 향하는 진양기맥길.
이정표를 만나면 갑을정을 따라야 한다. (한우산에는 갑을정과 한우정의 두 정자가 있다.)
소나무 생태숲길은 아니다.
역시 갑을정 방향. * 이정표엔 누가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 지형지물을 표시해야만 한다.
갑을정 정자다. 갑을정은 진양기맥의 포인터.
2층 팔각정자이다. 맑은 날엔 쇠목재 건너 자굴산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갑을마을이 있대서 갑을정인 모양인데,헷갈리기만 하다.
준 희님의 우봉지맥 갈림길 표식이 붙어 있다.
우봉지맥이란 진양기맥의 한우산에서 분기하여 응봉산(597m)-매봉산(597m)-우봉산(372.3m)-골산(285m)-긴등산(231,3m)-옥녀봉(341,9m) 등을 경유하여
의령군 지정면 성산리(기강나루)에서 남강이 낙동강으로 함수하는 약30.6km 짧은 산줄기를 말한다.
우봉지맥 ※ 클릭하면 원본지도를 볼 수 있다.
갑을정 이정표엔 지난날 내가 알바한 백학마을과 우봉지맥 방향의 제2활공장이 표시되어 있다.
갑을정과 한우정은 정자를 말한다.
카메라는 빗물과 습기에 젖어 엉망이다.
진달래꽃 피는 거<강인호>
진달래 저리 꽃피는 거/ 그거 봄비 때문 아니다
보고픔이 저도 모르게/ 삐어져 나오는 것이다
소쩍새 저리 우는 거/ 그거 어둠 탓이 아니다
그리움이 저도 모르게/ 울음 토해내는 것이다
내 마음 이리 쓸쓸한 거/ 누가 시키는 거 아니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이/ 저 혼자 그러는 것이다
산정에선 더욱 더 세찬 비바람과 자욱한 안개,젖은 카메라가 삼라만상을 삼켜버렸다.
2층 팔각정자는 한우정
안내판
한우산 가는 계단을 올라서며 뒤돌아본 한우정과 제법 넓은 주차장.
계단을 올라 돌아본 안개속의 한우정
안내판
한우산 정상엔 비바람이 세차게 분다.
비바람에 사진 찍을 念도 하지못한 채 발길을 재촉한다.
이정표의 벽계마을 산성산을 따르고...
역시 산성산 벽계마을을 따른다.
내초마을 갈림길에서도...
벽계마을 산성산을 따라...
능선 좌측 방향의 내초마을은 이곳에서 2.0km.
키 큰 숲길을 걸어...
상투바위 전망대를 올라가 본다.
내려다보니 온통 뿌연 백색천지. 코 앞에 상투를 튼 듯 우뚝 솟은 바위가 있다.
등로 한 켠에 피어 있는 빗물 머금은 할미꽃.
역시 벽계마을을 따르다...
좌측 작은 둔덕을 오르면 산성산. 둘러보아도 산성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산성산에서 조금 가다보면 만나는 헬기장 갈림길.
아주 중요한 지점이다.
이 개념도를 준비하였지만 비에 젖어 유실되었고,나는 방향을 잡으면서 북동쪽 방향만 고집 하였다.
이정표엔 하산길<주차장 가는 길>과 산성산,그리고 의령군 벽계리 표시가 되어 있다.
우리는 의령군 벽계리 방향의 제법 넓게 정비한 산길로 무심코 내려섰지만 그 길은 잡목간벌과 거친 길이라 다시 되올라 왔다.
재차 확인을 한 후 진행을 하니 제법 반듯한 길을 만난다. 나는 이 등로가 '산&산이 올라왔던 묘지가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였다.
벽계저수지(각수재)는 하산길<주차장 가는 길>방향으로 가야 한다. (직진길은 산길없슴 표식이 달려있다.)
간간간이 피어있는 분홍색 꽃길을 따라 무심코 내려서는 안개 낀 산길.
갑자기 경사가 급해지며 등로는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가가운 우측 계곡으로 세찬 물소리가 들리지만 그 계곡이 찰비골이라는 확신도 사라진다.(찰비골이라면 바로 치고 내려갈려고 하였다.)
gps를 이용 현위치를 확인해 보려는데 갑자기 '띠띠띠'하며 밧데리가 제로가 되며 먹통이 되어버린다. 이럴 수가~
무조건 방향만 확인하고 희미한 족적을 더듬으며 하산을 감행한다. (이 길은 우리와 같은 길을 잘못들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던 모양)
그러다가 아예 계곡을 따라 내려서다...
우측 작은 능선으로 살짝 붙으니 그제서야 반듯한 등로를 만난다.
찰비골 임도에 내려선다.
이 길은 부산일보 산&산의 가이드에 올라있는 들머리 같다.(일행들이 내려서는 우측으로 제법 반듯한 능선길이 있다.)
두 분을 고생시켜서 미안하다며 악수부터 먼저 청하였다.죄송^^
그 새에도 비가 많이 왔나보다. 빗물은 산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며 폭포를 이루고 있기도 하였다.
취사장과 화장실이 있는...
길카페를 지나...
많은 비로 인하여 길게 선을 그어 내리는 실폭포도 지나며...
다리 위에서는 수려한 찰비계곡을 담는 여유도 부려가며...
화기보관소 건물이 있는 지점을 지난다.
지난날 내가 올랐던 각수재 들머리가 정자나무 좌측 반듯한 길로 보이고,입구엔 새로 화장실이 들어서 있다.
지난날엔 화기물보관소에서 관리인들이 차량들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었는데...
지루한 포장도로를 50여분 걸어내려와서야 벽계저수지 다리를 건너 우리 버스가 보인다.
우리 버스가 대있는 관리소 옆 작은 주차장. 위로 조금 올라가면 화장실이 있는 제법 너른 주차장이 있다.
귀갓길에 잠깐 들리는 일붕사.
그럴듯한 현대식 건물이 함께 들어선 일붕사.
의령의 일붕사는 일붕선교종의 총 본산이다.
727년에 신라의 혜초스님이 창건한 사찰로, 당시 이름은 성덕암이었다고...
그 후 성덕암은 폐사되어 흔적만 남아 있는 자리에 1900년대 들어서 일붕사가 창건되었다.
일붕사는 기네스북에도 올라있는 세계 최대의 동굴 법당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두 개의 동굴 법당과 바위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지장전과 연못 등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일붕사는 일붕복지관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거대한 자연석주가 우뚝한 봉황대 입구는...
일붕기도성지 표석이 있는 입구에서 계단으로 오른다.
사시사철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산, 봉황대
의령읍에서 약 23km 떨어진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의 벽계저수지 초입에 있는 단애(斷崖)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봉황대에 비치는 만산홍엽과 단풍 사이로 비치는 저녁노을이 가히 일품이라 하겠다.
바라보이는 중앙의 산성산이 안개에 묻혀있다.
봉황대 아래론 일붕사가 평지 산기슭에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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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붕존자행적비
범종루와 사천왕문
일붕사의 창건 유래
일붕사 뒤 병풍바위는 마치 주상절리처럼 생겼다.
그 병풍바위 아래에 무량수전과...
9층석탑이 서 있다.
이 사찰의 대웅전은 동양 최대의 동굴법당이라고 알려져 있다. 동굴법당의 규모는 넓이 456m², 높이 8m에 이른다고 한다.
깎아지른 절벽과 절벽아래의 너른 터는 사찰을 짓기에는 안성마춤이었을 것.
불당안으로 들어가서 합장하고 죄스럽게 셔터를 누른다.
일붕대종사의 동상.
일붕 서경보스님은 1914년 제주도 서귀포에서 출생하여 19세에 남제주군 산방굴사에서 강혜월스님을 은사로 득도,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하였다.
1969년 미국 템플대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은데 이어 철학 종교학 법학 언어학 인류학 종교학등 26개분야 1백26개의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해인대 원광대 동아대 동국대등 국내외 25개 대학에서 불교및 철학을 강의하고 불교사상 교양전집 1천42권의 저서를 저술하였다.
경주 불국사주지, 조계종 원로의원등 조계종의 요직을 두루 맡았던 스님은 조계종에서 탈퇴하여1988년 대한불교 일붕선교종을 창종해 종정에 올랐다.
세계법왕청 총회에서 초대법왕에 취임하여 157개국을 승려외교관으로 활동하였다.
특히 스님은 최다박사학위, 최다저서, 최다통일기원비 건립으로 유명하다.
1996년 6월 25일 오전 11 시 40분 세수 83세 법납65세의 일기로 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계 를 남기시고 입적하셨다.
임종계(臨終械)
蛇化登龍一角生 뱀이 화하여 용이 되어 뿔이 하나가 났는데
松潭風雨萬人驚 송담에는 풍우가 크게 일어나 만인이 놀랐다
南城春至魔雲盡 남쪽 성에 새봄이 오니 마운이 다 없어지고
北嶺夜來禪月明 북쪽 영에 밤이 되니 선월이 밝아온다/ .
저서로는 <불교성전(佛敎聖典)>, <불교사상교양전집(10권)>, <서경보인생론전집(10권)> 등이 있다
.
내려다 본 일붕사.
봉황대 입구의 '면장 전형식송덕비'
무슨 덕이 있었기에 이렇게 송덕비를 세워서까지 덕을 칭송했을까?
삼국유사에서 백발의 노인이 수로 부인에게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으신다면 기꺼이 꽃을 꺾어 바치겠노라’고 하며 천길 벼랑을 기어 올랐다고 한다.
그 헌화가(獻花歌)의 꽃이 바로 철쭉.
한자로 척촉화(躑躅花)라, 꽃이 매우 아름다워 머뭇거리고 또 머뭇거리며 바라보는 꽃이다.
진달래꽃은 단맛을 내고 먹을 수 있어 화전(花煎)이나 두견주(杜鵑酒)를 만들기도 하여 ‘참꽃’이라 한다.
철쭉은 아름답지만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어 ‘개꽃’이라 부르고, 진달래 진 후에 연달아 피기에 ‘연달래’라고도 한다.
세계적으로 동북아에만 분포하고,특히 한반도가 그 중심지라고...
-진달래-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爛漫)히 멧등마다,
그 날 스러져 간
젊음 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恨)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었네.
그렇듯 너희는 지고
욕처럼 남은 목숨,
지친 가슴 위엔
하늘이 무거운데,
연연(戀硏)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山河).
<이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