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27일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문화콘텐츠산업 아시아전략지역 진출 및 협력방안 포럼’을 개최했다
수년 전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류’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려온 한국 문화콘텐츠. 최근 항한류, 혐한류라는 이름으로 위기를 겪기도 한 우리 문화콘텐츠들은 실제 현장에서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오고 있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 고석만)이 27일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개최한 ‘문화콘텐츠산업 아시아전략지역 진출 및 협력방안 포럼’은 싱가포르, 대만,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전략지역’ 4개국에 대한 구체적인 현황 조사와 이에 따른 대안으로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진흥원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중인 ‘아시아 시장개척 에이전트 양성사업’을 통해 조사된 내용이다.
다음은 각국별 주요 발표 내용이다.
◈싱가포르_동남아 교역 교두보, 비즈니스 하기 좋은 ‘주식회사 싱가포르’
미디어산업(문화콘텐츠산업)의 발전을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최근 ‘미디어 21 플랜’을 추진해오고 있다. 그 규모가 2006년도 현재 약 5200억 원 정도다. 특히 “한류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경제적 우위였던 싱가포르가 한국을 문화대국으로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됐다”.(백순화 백석문화대 교수)
이러한 싱가포르의 환경은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한 문화콘텐츠 테스트베드로서 각광 받게 한다. 백 교수는 “한국의 1/10 수준의 인구이지만 우리보다 더 많은 영화를 보고 있어 해외진출을 위한 테스트마켓으로 손색이 없다”면서 “한국은 개발에 강하고 싱가포르는 패키지 및 마케팅에 강하므로 유통, 광고마케팅을 협력하면 유리할 것”이라 덧붙였다. 더욱이 싱가포르인이 30%의 지분만 소유하고 있으면 로컬기업으로 인정하고, 싱가포르 정부의 혜택도 기대할 수 있는 등 나무랄 데 없는 비즈니스 환경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현재 싱가포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 문화콘텐츠는 TV방송드라마(62%), 영화(23%), 게임(15%) 등이다. △시장규모는 작지만 지적재산권 보호 개념이 뚜렷하고 △해외기업 유치를 위한 정부의 지원 등을 활용한 방송, 영화, 출판, 음반제작, 콘텐츠 서비스 분야를 망라한 미디어산업의 공동제작 및 합작투자 역시 유리하다. △특히 애니메이션 분야는 강력한 IT기술력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는 틈새 분야로 판단된다. 기술력과 기획력이 우수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진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대만_중화권 진출 테스트베드
우리의 문화콘텐츠산업을 뜻하는 대만의 문화창조산업(CCI)은 출판을 비롯해 문화산업 전체를 의미한다. CCI는 1994년에서 2002년까지 우리 돈 약 400억 원에서 600억 원 규모로 50%의 성장을 이뤘는데, 많은 중국기업이 침을 흘리듯 대만은 중화권 진출의 관문으로서 높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대만 문화창조산업의 중심 장르는 역시 방송인데, 케이블과 IPTV를 중심으로 다양한 채널이 경쟁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1년 <불꽃>을 시작으로 <가을동화>, <풀하우스>, <커피프린스>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파리의 연인> 등을 수출했던 SBS 김영훈 PD는 “일본드라마의 가격 대체재로서 한국의 드라마가 많은 성공을 거둔 것처럼 다른 중화권 드라마 등이 우리 드라마를 치고 들어올 수 있다”면서 “현재 높은 판매가격에 안심하지 않고 더 좋은 콘텐츠를 공급하고 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만 시장 초기 접근 방식에 있어서는 ‘장기 독점 공급계약’을 펼 것을 제안했다. 서로 성공여부를 모르는 상황에서 바이어가 부담없이 일정기간 안정적으로 프로모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이미 구축된 시장 유지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 방안으로 최근 현지에서 론칭한 GTV 오락 K채널과 같은 현지 채널을 사례로 들었다. 특히 한국 방송사 공동의 채널 설립도 큰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주장했다.
대만은 이밖에도 ‘모바일 응용 및 서비스’와 ‘디지털 A/V 어플리케이션’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국내 모바일 업계의 진출이 기대되고 있다. 또, 아직은 일본 캐릭터가 시장을 쥐고 있지만 최근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캐릭터의 자발적 소비층 역시 늘어가고 있고 현지의 신뢰도 높은 에이전트가 있어 국내 캐릭터업체의 진출도 기대해볼 만하다.
◈태국_‘철저한 현지화’와 ‘지속적 관리’로 승부
태국 문화콘텐츠산업, 그 중에서도 온라인게임 장르에 있어 한국 문화콘텐츠는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실제로 태국에서 유통되는 게임의 80% 이상이 한국산 게임이며, 톱10에오른 것도 모두 한국 게임이다.
이렇듯 선전하고 있는 한국 게임들의 성공요인은 과연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철저한 현지화’와 ‘지속적인 관리’를 손에 꼽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라그나로크의 글로벌라이제이션 프로젝트’. 태국 전통 가옥과 문화유산, 자연환경 등을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겨낸 온라인 로컬라이징 맵 ‘아요타야’에 태국 게이머들은 열광했다. 귀엽고 화려한 그래픽과 우수한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현지 상황에 맞는 이벤트를 벌이는 등의 활동까지 포함된 철저한 현지 분석과 실행이 실제 수익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 소프트웨어와 관련한 교육문제, 버그발생, 시스템장애 등에 바로바로 대처하는 지속적이고 꼼꼼한 관리가 오랫동안 살아남는 장수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는 분석이다.
태국 내 누적회원 수가 400만 명이 넘어서는 등 뜨거운 사랑을 받은 게임 ‘팡야’를 퍼블리싱했던 한빛소프트의 이용식 부장은 “개발사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전세계 시장에서 인지도 확보하고 유기적인 네트워크 구축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국내외 시장 흐름에 대한 지속적인 이해는 물론 △정부, 관련 단체와의 밀접한 관계를 확보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태국은 입헌군주국인 특징 덕에 <대장금>이나 <궁>과 같이 왕에 충성하는 내용을 담은 콘텐츠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특이점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_일방적 한류에서 소통하는 한류로
애니메이션시장의 경우 거의 없다고 볼 만큼 척박한 문화콘텐츠 시장을 가진 베트남. 아직은 국가적 차원의 콘텐츠산업 전략이 전무한 만큼 역으로 현 시점에서 가장 진출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기회요소로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국가 개방정책과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와 △문화산업에 대한 요구 등을 들었다. 또, 위험 요소로는 △불안전한 체제에 따른 투자위험과 △일본, 미국 등 선진 경쟁국의 선점 시장 등을 들었다.
또, 한류라는 우리의 무기를 활용해 상호적인 접근을 꾀한다면 그 가능성은 배가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방송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국과 베트남 간의 공동제작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한국-베트남, 태국 TV 다큐멘터리’를 공동 제작하고, ‘베트남 슈퍼스타 콘테스트 2008’ 등을 기획한 레인보우 미디어의 오형직 이사는 “양국의 문화발전과 우호증진을 꾀하는 이러한 접근을 통해 일방적인 한류로 야기된 반한류의 정서를 순화하고, 지속적인 한류 확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