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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료 조사 때문에 일베에 들어가서 눈팅을 자주하는 편이다. 우연히 현직 작가가 남긴 글을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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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증샷은 대산창작기금 증서다. 게이들이 잘 아는 교보문고(대산문화재단)에서 등단 10년 미만을 대상으로 매년 소설, 시, 평론, 동화, 희곡 분야 합쳐서 총 9명에게 주는 일종의 창작지원금이다. 댕청한 컴맹 아재라서 이름과 연도를 종이쪼가리로 가렸다. 호수도 가리라고 해서 재업한다.
첫 (정보)글을 써본다. 우리 일게이들은 대부분 산업역군인 공돌이들을 추앙하고 있지만 이 중에는 취직 못하고 편돌이나 일용잡부를 전전하는 문돌이들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우리나라의 등단 제도에 대한 객관적인 서술을 하는데 의의를 두기로 한다. 일게이들과 상관 없는 이야기지만 어떻게 소설가나 시인이 되는 것인지 알아본다면 그 자체로 정보 교류가 되리라 생각한다.
간단히, 내 소개를 하겠다. 효과적인 정보를 위해 구체적이고 다양한 짤을 소개하면 좋겠지만 퀄리티 높은 저격수들에게 신상을 노출시킬 순 없다 이기야. 다른 곳도 그렇겠지만 이 문학판은 바닥이 좁아서 한 다리 건너면 다 알 수 있다 이기야.
각설하고, 나는 오래 전에 등단을 했고 콩지영, 왜수옹, 쉰경숙처럼 유명하진 않지만 나름 검색하면 활동내역을 바로 확인 할 수 있는 글쟁이다. 알다시피, 문학판이 좌파가 득실득실하다. 그들은 대부분 진보성향과 진보정치에 대해 혼동을 하는 것 같다. 쉽게 말해, 진보는 나가는 것이고, 보수는 지키는 것이라고 했을 때,
문학예술은 분명 새로운 것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면서 자기갱신을 요하는 작업이기에 진보와 그 틀을 같이 한다. 하지만, 이런 성향이 진보적 좌파로써 국가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자신의 작품과 세계관을 협소하게 만드는 좋지 않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뭐, 뻔한 선비질은 그만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우리나라 등단 제도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1. 등단이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 문단이 인정하는 자격증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운전면허증이 없다고 운전을 못하는 건 아니지만, 합법적으로 도로에 나가서 주행을 하다가 걸리면 법의 처벌을 받는다. 꼭 같지는 않지만 등단을 하지 않았다고 소설이나 시를 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검증이 되지 않은 아마추어에게 문예지나 출판사에서 청탁이나 출간의 러브콜을 주지는 않는다. 즉, 등단은 대한민국에서 공식적으로 문단 행위를 하기 위해 거쳐야 할 최소한의 관문인 것이다. 그러니까, 소설이나 시가 좋아 집에서 딸이나 잡으면서 끄적 거릴 것이라면 등단은 할 필요가 없다.
* 참고로, 전세계적으로 등단이란 제도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문학은 수학처럼 분명한 답이나 명제가 있을 수 없다. 심사위원은 먼저 등단을 해서 제도권의 영향력이 있는 현역 작가나 평론가들이 주로 맡는다. 답이 없기에 어떤 작품이 당선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야말로, 운칠기삼이다. 그러나 알아야 할 것은 오래 글을 쓴 사람은 어떤 신인의 글을 보면 대번에 내공의 척도를 어느 정도 측량할 수 있다. 이것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우니 패스하자. 이것을 이해한다면 당신은 문학적 소양을 이미 갖추고 있는 일게이일 것이다.
1) 신춘문예를 통한 등단 - 매년 12월 초가 되면 각종 신문사에서 신춘문예를 마감한다. 전국에서 몰려든 수천 작품 중에 분야별로 단 1명이 크리스마스 전후로 당선 통보를 받고 1월1일자 전면을 할애애 사진과 당선소감문이 실린다. 아무리 인터넷 세상이라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신춘문예는 예비문학도들에게 최고의 등단 코스였다. 넋두리 일기 같은 급식충들의 배설용 잡글부터 현빈의 명품 트레이닝처럼 한 땀 한 땀 원고지에 자필로 써서 보내는 80대 할배까지 그 종류와 수는 어마어마하다. 주로 500명에서 1000명 정도가 한 분야에 몰린다. 문과 고시라고 할만 하다. 상금은 꼴랑 300에서 500 사이. 상금은 작지만 그 명예로 치면 몇 천만원 못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신춘도 두 가지로 나눈다면, 중앙신문( 조선, 중앙, 동아, 한국, 세계, 문화, 경향, 서울, 한겨례) 이 정도 들 수 있겠다. 지방은 강원일보, 경북일보, 전남일보 등의 지역 명을 가지고 있다. 내가 제대로 대접 받고 어디가든 작가 소리 들으려면 무조건 중앙신문으로 해야한다. 지방신문도 보통 100명에서 300명 정도의 어려운 관문이지만 사실상 수준도 떨어지고 당선 돼도 그 지역 내에서 행세하지 중앙으로 나오면 명함도 못내민다. 당연하게 중앙 쪽에서 청탁도 오지 않는다.
특별 사항 - IMF이후, 신춘은 그 권위와 위상이 많이 하락했다. 노숙자, 가정의 붕괴 등의 뻔한 소제들이 판을 치면서 진부하고 식상해졌으며 작품을 뽑는 심사자들 대부분이 한때는 촉이 살았지만 이미 기성에 물든 꼰대들이라 모던한 감각이 많이 떨어지고 무난한 작품을 뽑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감각이 살아있는 문청들은 요즘 들어 기피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남녀노소 가장 많이 달려드는 등단의 코스임은 부정할 수 없다.
2) 문예지 신인상을 통한 등단 - 이 좁은 한국땅에 문예지가 몇 개나 될까? 매년 사라지고 생기고 왔다갔다 하지만 대략 200종 가까이 된다. 그 중에 10퍼센트인 20여종의 문예지가 그나마 등단을 해서 활동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나머지 90퍼센트가 흔히 알려진 사이비 잡지라고 보면 된다. 상금을 줘도 시원찮은데 심사비를 요구하거나 몇 백권씩 책을 강매하는 조건을 단다. 강남의 사모님이나 한때 문학소녀였던 할매미들이 지난한 습작의 과정을 이기지 못하고 덜컥 사이비 잡지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로써 제대로된 문단 입성은 끝이다. 그런 사람일수록 오만잡다한 협회에 들어서 명함을 파고 다닌다.
특별 사항 -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인데 그가 먼저 자신의 입으로 소설가나 시인이라고 하면 백발백중 사이비다. 더불어서, 명함을 건넸는데 각종 협회 직함이 적혀 있다면 어디서 돈 주고 등단한 것이라고 확신해도 무방하다. 그들은 지들 모임에서만 문학인이다. 가끔 정치꾼들이 프로필에 올리기 위해 하는 경우도 많다.
3) 책을 출간하면서 등단 - 신춘이나 문예지로 검증을 받지 않았더라도 책을 출간해서 바로 등단으로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검증이 안 되었으니 메이저 유명 출판사에서 러브콜을 할리도 만무하고 99프로 자비 출판으로 딸딸이 친 결과물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드문 경우지만 게중에는 우리나라 등단 제도에 염증을 느껴서 숨은 고수가 책을 내기도 하지만 극히 드물다. 그 이면에는 등단을 하고 싶었지만 실패를 많이 해서 쓴 것은 아깝기에 합리화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대부분 몇 백만원으로 천권 정도 인쇄해서 지인들 이삼백권 나눠주고 집에 가면 창고에 먼지투성이로 쌓여있을 것이다.
특별 사항 - 하상욱이 (서울시)라는 시집으로 대박이 났지만 나는 하상욱을 시인으로 보지 않는다. 위트가 넘치긴 하지만 그런 말장난은 진짜 유아 수준이다. 독자들의 눈높이가 바닥이라 후장을 빠는데 그런 말장난은 문창과 2,3학년 정도면 마음대로 구사한다. 문제는 출판사의 기획력과 그 시기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무튼, 하상욱은 시인이지만 시인 아니다. 문학적 성과물로써는 꽝이라는 것이다. 쓰지 못해서가 아니라 안 쓰는 것이다. 바로 그 차이다.
대략, 등단은 이 3가지 정도의 방법이 있다. 등단을 한다고 해서 자본주의 한국에서 먹고 사는 일이 해결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한국에는 3000여명의 소설가와 20000여명의 시인들이 있다. 이 중에 5프로 정도가 엄청난 노력으로 등단을 한 케이스고 그 중에서 1프로가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보면 된다. 그 1프로끼리 문학상 나눠 먹고 심사를 보고 문학장 안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땅에는 수많은 작가지망생들이 있다.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면 좋겠지만 대부분 좌절을 맛본다. 등단은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 그 후에, 어느 곳에 발표하는가? 얼마나 유수한 출판사에서 책을 내느냐? 그에 대한 성과로써 문학상을 받는가? 등등의 한 명의 문청이 인지도 있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작가들이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떻게 벌어 먹고 사는지 등의 이야기는 차후에 시간이 되면 다시 나누도록 하자. 글을 싸지르다 보니 자꾸만 이쪽 세계의 지난한 어려움에 대해 썰을 풀게 되는 것 같아 기분이 뭣 같아져서 그만해야겠다. 궁금한 것은 답을 해주도록 할게.
3줄 요약
1. 우리나라 등단 제도 젓같음
2. 등단하지마라
3. 그래도 해볼 테면 해봐라
(개인적인 견해이며 필드림 전체 의견을 대표하지 않습니다.)
첫댓글 난 무조건 일베충 박멸을 원한다. 정치적인 침묵이 히틀러를 가능케 했고 박씨 가문의 독재를 막지 못했다. 일베충은 바퀴벌레만도 못되는 버러지들임!
버러지는 맞음.....근데 요즘 조사하다보니 나도 세뇌되는 듯.
위 게시글을 쓴 작가는 개인적으로 김경욱으로 추정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