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읽기 <구름빵>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을 읽었다.
그 동안 소문으로만 들었던 그림책이다.
구름빵, 제목부터 특이하다.
구름으로 만든 빵은 존재하지 않는 빵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구름빵 그림책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_가족을 깨우는 소리
비가 오는 날 아침 그 집의 풍경은
“엄마가 아침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시계가 아침 7시 20분을 조금 넘은 것을 보면
엄마는 그 전부터 일어나서
가족의 식사를 준비했음에 틀림없다.
부엌에선 밥 짓는 소리, 국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
도마 위에서 칼질하는 소리가 났을 것이다.
엄마의 뒷모습이 부엌에서 보인다.
엄마가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은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자주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힘든데
가족 식사까지 준비하는 일은 정말 귀찮고 힘든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위대한 어머니들은 그렇게 하셨다.
그렇게 우리네 가족은
어머니의 사랑과 수고로 하루를 연다.
_하루를 시작하는 태도
비가 오는 아침이었다.
누나(?)가 동생을 깨워 비옷을 입히고 밖으로 나갔다.
누나는 비오는 하늘을 보며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아니나 다를까 그 상상은 실제로 일어난다.
보통 비가 오면 “오늘 날씨가 안 좋네!”
라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소녀(?)는 정반대의 반응을 보인다.
“오늘은 뭔가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아!”
일상을 대하는 소녀의 반응이, 참 성숙하다.
아침부터 비가와도 좋은 것을 상상하고 기대하는 태도.
인생은 날씨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런 인생을
어떤 태도로 맞이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지금 우리는 우리에게 찾아온 일상을
“어떤 마음과 언어로 반응하고 있는가?”
_가족을 살게 하는 힘
소녀는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구름을 봤다.
소녀는 그 구름을 가지고 엄마에게 달려갔다.
엄마는 놀랍게도 그 작은 구름으로 구름빵을 만들었다.
물론 요리 시간이 45분이나 걸리는 바람에
아빠는 그 아침을 먹지 못하고 출근을 하고 말았다.
당연히 아내는 아침도 먹지 못하고 가는
남편을 걱정한다.
그러나 남은 가족은 엄마가 요리한 구름빵으로
아침을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하늘에 뜨는 구름처럼
구름빵을 먹은 가족들은 공중으로 떠오른다.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재미난 장면이다.
비오는 날 아침 소녀의 상상처럼,
정말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구름으로 아침을 먹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랬다.
엄마가 요리한 구름빵은
가족을 붕 뜨게 만들 정도로 힘을 실어 주는 음식이다.
그 음식으로 가족은 살아간다.
_일을 하게 하는 힘
아빠가 아침을 먹지 못하고 출근을 하자
동생이 아빠한테 빵을 갖다 드리자고 제안했다.
동생과 언니는 하늘을 날아서 아빠를 찾으러 간다.
동생이 어떤 차 안에 있는 아빠를 발견한다.
드디어 아빠도 구름빵을 먹게 된다.
구름빵을 먹은 아빠는
구름처럼 날아서 회사에 도착한다.
그것도 9시 정시에 맞춰서 말이다.
역시 구름빵의 힘은 대단했다.
엄마가 만든 아침밥은
일하러 가는 아빠에게도 큰 힘을 실어주었다.
그렇게 온 가족은 엄마가 차려준 아침밥으로 일상을 시작하고,
엄마가 차려준 아침밥의 힘으로 일상을, 일생을 살아간다.
아이들을 자라게 하는 힘도 엄마가 차려준 밥이고,
아빠가 직장에 나가서 일하게 하는 힘도 엄마가 차려준 밥이다.
오늘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매일 아침 엄마가 사랑과 희생으로 차려준 아침밥이 아니었을까?
_할머님의 밥
나는 이 책을 읽고 돌아가신 할머님이 생각났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탓에 나는 할머님 손에서 자랐다.
나는 5살 때부터 25살 때까지 할머니가 차려주신 밥으로 살았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셔서 가족의 아침을 준비하시던
할머님의 뒷모습이 생각난다.
내가 국민 학교 시절 도시락을 빠뜨리고 학교를 가는 날에는
할머니가 도시락을 들고 학교까지 찾아오셨다.
지금도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첫댓글 오늘 나를 살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