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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오아시스' > 오아시스는 그런 영화였다. 물고기가 되고 싶은 사람들의 사랑이야기. 절대 물고기가 될 수 없는 사람들의 물에서 숨쉬기...그런 주제를 가진 영화였다. 이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면, 누군가는 사랑에 대해 깊게 뒤돌아보고, 또 누군가는 오아시스에서 목을 축이다, 그 물이 썩은 물임을 깨닫게도 될 것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남녀가 만나고 사랑하고, 사랑이 깊어질수록 주변의 벽에 부딪혀 위기를 맞이하고, 결정적인 순간 갈등이 고조되고, 결국은 해피엔딩에 이르는 어쩌면 참으로 상투적인 줄거리의 영화다. 하지만 언젠가 언급했듯, 내용과 형식의 아우라가 색다른 작품이다. 주인공은 사회 부적응자 전과 3범 종두(설경구)와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 공주(문소리)...변변한 능력도 없고 사회성도 부족한 홍종두. 폭행, 강간미수, 교통사고로 미화원을 친 과실치사까지. 그는 2년6개월을 살고 이제 막 출소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살던 집에서 이사가 버렸기에 여름에 입고간 반소매 옷을 입고 찬바람이 부는 겨울거리를 가족을 찾아 헤맨다. 그리고 홍종두의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한공주는 뇌성마비 장애자이며 오빠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이제 오빠가족은 그녀를 혼자 남겨두고 장애인 가족에게만 나오는 새아파트로 자기들 가족만 이사가 버린다. 가로등에 비친 앙상한 나뭇가지의 그림자가 방안에 비치면 무서워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런 그녀에게 홍종두가 찾아온다. 어쩌면 몸과 마음이 온전치 못한 이들의 러브스토리는, 잘생긴 남녀주인공의 드라마에 비해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는다. 후진 사랑을 그리겠다던 이창동 감독의 의도가 그대로 담긴 것이다. 그 대신 종두와 공주, 주변인물의 삶은 더 잘 공감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다름 아닌 우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주와 종두는 우리가 아닌 우리 주변인들이다. 둘의 사랑은 점점 깊어만 가고, 종두와 공주는 거사를 벌이려는 순간 들이닥친 공주의 가족들은 종두를 강간범으로 몰고, 종두는 결국 감옥에 가게 된다. 전과 3범이 뇌성마비 장애인을 강간했다는 사실은 진실을 떠나 너무도 자연스런 범죄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주인공들에게 가혹한 시련이 주어졌다. 하지만 종두는 이 가혹한 실현을 박차고 경찰서를 탈출해, 공주가 그토록 무서워하는 앙상한 나뭇가지 그림자를 없애기 위해 톱으로 나뭇가지들을 자른다. 그 때, 잠시 마음속에 휑하니 찬바람이 불었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간절한 그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는 감정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아름답지도 사랑스럽지도 않은 이 사랑 영화는 오아시스의 실체를 묻는 영화이기도 하다. 오아시스는 종두와 공주의 마음속에 있었다. 비록 그들이 원하는 물고기가 되지 못할 지라도, 비록 그들에게 어항의 물은 그들을 숨을 틀어막는 환경이 될지라도, 그 안의 작은 곳, 오아시스는 그들 사이에 있다. 저 멀리서 들리는 소리, 오아시스에서 목을 축이는 그들의 속삭임이 있다.
** music - 스피커를 올리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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