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애플’하면 병문안 갈 때 사는 통조림이 생각난다. 그만큼 우리네 일상 생활에 깊이 들어와 있는 과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과일은 아직도 한글 이름이 없고 그저 ‘파인애플’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상온에선 재배가 불가능한 과일이기도 한데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차지한 것이다. 특히 병치레를 할 경우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될 정도이다.
‘파인애플’의 말레이-인도네시아 이름은 ‘나나스’라고 한다. 과일의 이름이 말레이-인도네시아 말로 불려지는 것을 보면 적어도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는 파인애플의 재배가 오래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나나스’란 말은 ‘파인애플’의 라틴 학명에서 따온 말이다. 그러므로 파인애플의 원산지는 동남아 지방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수입되어 재배되기 시작한 과일임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원래 ‘파인애플’의 원산지는 ‘브라질’과 ‘파라구와이’라고 알려져 있다. 학명도 Ananas comosus 이다. 그러나 이 파인애플이 전 세게 곳곳에 퍼지게 된 데는 미 대륙을 발견한 콜럼부스가 이 과일을 스페인이나 포르투갈로 가져가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 혹은 인도네시아에 다시 전파시켰을 확률이 높다. 또 중남미나 하와이 혹은 미국 남부지방으로의 전파는 지리적 조건이 원산지와 가까우니 자연적으로 쉽게 전파되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 과일의 재배적지는 통풍이 양호하고 배수가 잘되며 모래가 적당히 섞인 토양에서 잘 자란다. 특히 질소를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퇴비를 충분히 공급하거나 요소비료를 많이 주어야 한다. 인도네시아의 경우는 수마트라 남단의 람뿡지역에 파인애플 대단위 농장이 발달되어 있고 파인애플 통조림 공장도 있는데 이곳은 해발고도가 그리 높지 않은데도 좋은 품질의 파인애플이 생산되고 있다.
그리고 서부자와의 수방지역, 즉 고산지대 중턱에 발달된 홍차밭 사이 사이에 파인애플을 많이 재배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파인애플은 과즙이 많고 직경이 크게 자라기로 유명하다. 파인애플은 수확한 후 하루나 이틀 정도 상온에 놔 두었다가 먹어야 고유의 단맛이 잘 살아난다. 밭에서 직접 수확하여 즉석에서 먹으면 단맛이 떨어지므로 대부분의 농민들은 일찍부터 수확하여 하루나 이틀 정도 길가의 판매대 기둥에 매달아 놓고 있다. 이런 현상은 람부탄도 마찬가지다.
과일의 모양은 긴 원뿔의 형태를 이루는데 기장이 30센티가 넘는 것도 있고 과일의 직경이 15센티 이상이나 되는 것도 재배된다. 그러나 크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특히 통조림을 만들 재료로 사용하기 위하여는 통조림의 직경에 가까운 싸이즈가 적합한 크기가 된다. 그러므로 길가에서 파는 파인애플의 대부분은 직경이 커 통조림용으로 부적합한 것이 많은데 오히려 일반 소비자는 큰 것을 좋아하고 있다.
파인애플의 품종은 아주 다양한데 지방에 따라 혹은 토양이나 기후에 따라 맛을 달리하는 것 같다. 특히 나라에 따라 다른 종류의 파인애플을 재배하고 있어서 적정온도나 토양조건이 각기 다른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그러나 하와이 파인애플 재배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최근엔 많이 퇴보하고 있고 그대신 남태평양의 피지 같은 나라는 광대한 면적에 파인애플 재배를 권장하고 있기도 하다.
오래 전 일이지만 피지의 한국 교민 한 사람이 피지의 한 섬에서 파인애플 농장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곳은 하와이와 비슷한 기후와 토질을 지니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파인애플 재배에 적합한 곳이라고 볼 수 있다. 피지에서 생산되는 파인애플의 맛은 하와이와 비슷하고 미국의 ‘델몬트’ 같은 대 회사가 구입할 것을 약속하여 재배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하여간 좋은 결과가 있기를 이 지면을 통하여 바라고 싶다.
과일은 익으면 속살이 노란색을 띄게 되며 파인애플 향이 진동을 하게 된다. 과즙의 맛은 신맛에 단맛이 가미되어 먹기에 좋다. 수방지역에서 나오는 과일은 과즙이 풍부하고 시원하여 많이 먹을 수 있는데 반 개 이상을 앉은 자리서 먹어 치우기는 그리 쉽지 않다. 과일 중에는 파인애플이 비타민 C를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자료에 의하면 100그람 속에 60mg의 비타민 C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파인애플은 우리나라 갈비집과 관련이 많다. 즉 갈비를 잴 때 파인애플 즙을 짜 넣고 고기를 후숙을 시키는데 이렇게 하면 질기던 고기가 연해진다고 한다. 그러나 과즙을 너무 많이 넣거나 잰 고기를 너무 오래 후숙시키면 오히려 고기가 흐믈 흐믈해져 막을 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건 파인애플 속에 함유된 단백질 분해효소, ‘브로멜린’이라는 성분 때문이라고 하는데 결국 고기의 단백질을 분해하기 때문에 고기의 소화를 돕게 된다.
그러나 현지인들은 파인애플이 덜 익은 것은 독소가 있다고 말한다. 너무 덜 익은 것이나 덜 익은 과일을 따다 두었다가 먹을 경우 입안에 헐거나 어린이들이 먹을 경우 입안에서 피가 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즉 이렇게 덜 익은 파인애플 속에는 산과 수산석회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파인애플의 껍질을 벗길 때 층층마다 검은 씨눈이 있는데 이 씨눈도 인체에 해롭다고 하여 반드시 제거하고 있다.
파인애플을 사다 껍질을 벗긴 후 뚜껑이 있는 유리병에 넣고 적당량의 설탕을 넣어 두면 아주 맛있는 파인애플 주스 혹은 술이 빚어진다. 이 때 빚어진 과일 주스는 좀더 오래 놔두면 식초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식초는 맛이 달기도 하지만 감식초보다 먹기에 편하다. 또 파인애플 과육에 소주를 부어 두면 역시 과일 주가 된다. 그러니까 파인애플을 가지고는 통조림도 만들고 생 파인애플 쥬스, 파인식초, 과일주 혹은 알코올을 제조하는데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농민들은 종자번식을 위하여 과일의 상단부위에 피어나는 싹을 간추려 보관한다. 즉 파인애플의 생장점을 다시 땅에 심어 번식하기도 한다. 씨가 있지만 씨로는 번식을 시키지 않고 씨눈이나 생장점을 이용한다. 특히 최근엔 식물세포를 분쇄하여 세포의 발아를 유도하는 농업 기술로 번식을 시키기도 한다. 마치 싱가포르 식물원에서 파는 난 포트처럼 말이다. 또 줄기와 잎은 섬유질이 풍부하여 끈이나 로프를 만드는 재료로 이용하기도 한다.
첫댓글 입안에 침이 고여 있네요ㅡㅡㅡㅡ좋은 지식얻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