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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저
면수 200쪽 | 사이즈 130*185 | ISBN 979-11-5634-648-7 | 03810
| 값 15,000원 | 2025년 09월 15일 출간 | 문학 | 시 |
문의
임영숙(편집부) 02)2612-5552
책 소개
이진영 시집 『사탕처럼 슬프다』는 일상의 아픔과 감정을 사탕에 비유하여, 달콤하면서도 씁쓸하게 녹아내리는 삶의 순간들을 시어로 담아낸 작품집이다. 저자는 이미 여러 권의 수필집과 시집, 동화집을 펴낸 다작 작가로, 수상 경력을 통해 문학적 역량을 인정받아 왔다. 이번 시집에서도 그는 고통과 상처를 정직하게 마주하면서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빛과 온기를 함께 담아내고 있다.
이 시집의 목차는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슬픔을 미워하지 마’, ‘나는 두 개의 눈을 가졌어요’, ‘바람의 빛깔’, ‘푸른 숨결 생명을 심다’, ‘계절은 기억을 지우고’ 등으로 이어진다. 각 장의 제목만 보아도 독자는 자연과 시간, 기억과 존재,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시인이 포착한 섬세한 감정선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눈물」, 「너를 슬프게 하는 것들」, 「상처가 흉터에게」와 같은 작품들은 고통이 단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흔적이 되어 다시금 삶을 지탱하는 힘으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사탕처럼 슬프다』의 시편들은 아픔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상실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내려는 인간의 내면 풍경을 담담하게 펼쳐낸다. 달빛, 바람, 나무와 같은 자연 이미지가 슬픔의 메타포로 사용되며, 그 속에서 시인은 독자에게 “슬픔을 미워하지 말라”는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이 시집은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받아들임으로써 새로운 생명력과 아름다움이 어떻게 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달콤하면서도 슬픈 시적 여정이다.
영상 자료
저자소개
서울에서 출생하여 [창작수필] 수필, [문학시대] 시로 등단했다.
군포시 주최 ‘전국전통문화 작품전’ 대상 수상,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산문부 최우수상,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운문부 우수상을 수상했다.
수필과 동화, 시를 쓰고, 시를 춤추게 하는 낭송을 하면서, 그리고 그림을 그리면서 힘든 세상 여행길 아름답게 가고 있다.
수필집 『내 안의 용연향』 『나도 춤추고 싶다』 『하늘에 걸린 발자국』 『종이 피아노』 『10초』 『그땐 그랬지』 동화집 『초록우산의 비밀』
시집 『우주정거장 별다방』 『내 슬픔도 먼지였다』 『꽃들에게 안부를 묻다』 『사탕처럼, 슬프다』가 있다.
차례
서문 4
1. 슬픔을 미워하지 마
바람의 기억 14
마중 1 15
마중 2 16
마중 3 18
배웅 19
정동길을 지나며 20
빨간 우산 22
한 폭의 그림 속에 우산으로 서 있다 24
눈물 26
떠남과 머뭄 28
바람이 차갑습니다 30
여름이 지고 있어 31
너를 슬프게 하는 것들 32
슬픔을 미워하지 마 34
나는 슬픔에 인색하려 했다 36
이름을 부르면 사라지는 것 38
역류 40
그때, 네가 내 곁에 꽃으로 피어 있었어 41
풍경은 외로워서 젖은 풍경 강물에 내려놓는다 42
불의 돌이 되어 43
당신의 시 44
2. 나는 두 개의 눈을 가졌어요
내 안의 향비파 48
난 두 개의 심장을 가졌어요 50
그래도 다시 날 수 있지 52
바람의 새 53
나는 두 개의 눈을 가졌어요 54
새처럼 56
당신의 동백꽃은 지금 어디에 피어있나요 58
그의 그림자에 기댄 적이 있다 60
사탕처럼, 슬프다 62
잃어버린 그림자 64
어둠 속에 갇혔던 여름을 꺼낸다 67
우리가 이별하는 동안 68
이별의 들판 70
개와 늑대의 시간 72
오늘, 눈 내리는 날 74
봄이 내린 정류장 76
손톱이 닮았다 78
배가 고프다는 건 80
연지빛 흔적 82
작고 조용한 존재들 작은 인연과 기시감을 83
당신의 지난겨울은 어땠나요 84
경마장 가는 길 86
가을 남이섬으로 가면 89
3. 바람의 빛깔
지구별 초대장 92
나는 우주 망원경을 샀다 94
휘어진 별빛을 위하여 96
바람이 부는 밤에는 별이 춤을 춘다 98
달빛 나그네 99
달빛은 왜 차가운가 100
차가운 달빛, 그 비밀을 어둠은 알고 있다 102
달의 거울 104
늑대 달이 뜨는 밤 106
심해상어와 올빼미물고기 108
길잃은 파도를 위해서 110
바다의 시계 112
섬 114
바다의 푸른 고백 116
바람의 빛깔 117
바람에게 묻는다 118
공기놀이 120
거울 속 나를 본다 122
바람으로 보냅니다 124
하얀 나비 125
4. 푸른 숨결 생명을 심다
나이테를 말한다 128
풍장 風葬 130
폭설 뒤에 131
우거지의 넋두리 132
먼지가 되어 134
대숲에 부는 바람 소리 136
플라타너스이 비명 138
제주에 내리는 비 140
가을비 내린 후 141
무궁화 열차 타고 올라오는 봄 142
나무는 강물 속에 나무를 심는다 144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146
비둘기 연못 148
상처가 흉터에게 1 150
상처가 흉터에게 2 151
가을이다 152
호수를 건너는 새가 있어 153
지도에도 없는 마을에 홀로 선 풍경 154
4월에 내린 눈 156
나무가 있는 풍경화 158
나무와 나무의 이야기 160
푸른 숨결 생명을 심다 162
5. 계절은 기억을 지우고
숨비소리, 그리고 나 166
오늘, 슬픔 투명도 낮음 168
동물원에 가면 170
사월이 떠난다 172
꽃 배달 할아버지 174
빛을 걷는 아침 176
세월은 마술사처럼 177
아버지의 눈물 178
구멍가게 180
기억의 다리 182
눈송이처럼 185
맛의 여운 186
매운 가을을 삼킵니다 187
내가 크런키를 좋아하는 이유 188
산은 나를 흔들지 않았다 190
계절은 기억을 지우고 192
사랑한테 지는 것들 194
솔잎 끝 저녁 195
삶의 무늬로 그려지는 수묵화 한 점 196
출판사 서평
달콤한 슬픔의 길 위에서
이진영 시집 『사탕처럼 슬프다』는 제목부터 독자에게 특별한 긴장과 울림을 전한다. “사탕”이라는 달콤한 이미지와 “슬픔”이라는 무거운 정서가 함께 놓이면서, 이 시집이 지향하는 세계는 단순히 애달픈 감정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달콤함 속에 스며든 쓸쓸함, 쓰라린 고통 뒤에 깃드는 위로를 탐색하며, 인간이 감각하고 살아내는 다양한 결을 시적 언어로 풀어낸다. 저자의 삶의 궤적과 문학적 이력은 이 같은 시적 태도를 더욱 설득력 있게 한다.
펴내는 글에서 밝히듯, 저자는 슬픔을 ‘사탕처럼 삼켜야 하는 것’으로 묘사한다. 녹아내려야만 소멸하는 사탕처럼, 슬픔 또한 억지로 뱉어낼 수 없는 내면의 덩어리로 남는다. 이 이미지는 시집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 은유로 작동하며, 작품마다 녹아 있는 슬픔과 위안의 결을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독자는 이 이미지를 통해 시를 읽는 일이 단순한 감상에 그치지 않고, 자기 내면의 상처와 화해하는 경험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각 부의 제목만 살펴보아도 이 시집은 “슬픔을 미워하지 마”, “나는 두 개의 눈을 가졌어요”, “바람의 빛깔”, “푸른 숨결 생명을 심다”, “계절은 기억을 지우고”와 같이, 존재의 고통과 자연의 리듬을 긴밀히 연결하는 주제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인은 개인적 아픔에서 출발하되 그것을 자연, 계절, 우주, 생명의 언어로 확장시킨다. 따라서 이 시집은 개인의 슬픔을 넘어, 보편적 정서와 철학적 사유로 독자를 이끈다.
특히 수록된 「눈물」, 「너를 슬프게 하는 것들」, 「난 두 개의 심장을 가졌어요」 같은 작품은 ‘상처가 어떻게 흔적이 되고, 그 흔적이 또 다른 존재의 날개가 되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삶의 고통이 단순히 지워져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날개가 되어 새로운 길을 열어 줄 수 있음을 시인은 시적으로 증언한다. 『사탕처럼 슬프다』는 바로 이러한 자기 성찰과 초월의 여정을 담아낸 시집으로, 독자에게 달콤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문학적 동반자가 된다.
바람의 기억
솜사탕처럼 피었던 눈꽃이
후드득
바람 새 날갯짓에 떨어지네
낙화
한 줌
피었다 스러지는
숨죽인 기억
애처로워
싸한 통증이
심장 끝에 매달려
흔들거린다.
**이 시는 바람에 흩날리는 눈꽃과 낙화의 이미지를 통해 기억의 덧없음을 노래한다. 눈꽃은 솜사탕처럼 피어나지만 바람에 후드득 떨어지고, 그 순간 남는 것은 통증과 애처로움이다. 심장 끝에 매달린 기억은 흔들리며, 사라짐의 아픔을 계속 환기한다.
자연의 섭리를 묘사하는 듯 보이지만, 이는 곧 인간 내면의 불안정한 기억과 상실의 정서를 비춘다. 바람은 사라진 시간을 다시 불러내는 매개체가 되고, 흔들리는 심장은 이별의 순간과 맞닿는다. 이 시는 사라짐이 남긴 흔적을 가슴 아프게 그려낸다.
눈물
1.
눈에서 흐르니까
그렇게 부르는 겁니다
온몸
어느 기관도 눈처럼 슬픔을 흘리지 못합니다
고백합니다
그날 울었습니다
아니라고 했지만 눈물을 쏟았습니다
괜찮다고 했지만
선연한 상처의 빛깔이
그가 지고 가는
뒷모습에 매달린 채 흔들거릴 때
내가 아닌 내 눈이 울었습니다
2.
몰랐습니다
슬픔도 아픔도 감추고 살아서
보이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참음 뒤에 서린 슬픔이
몇 겹으로 감싸서 배어날 줄 몰랐습니다
으깨어 손톱 물들이던 봉숭아 꽃물처럼
상처가 으깨져 나를 물들여 놓을 줄
몰랐습니다
3.
한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한 사람은 그 슬픔 때문에 울고
차창 밖에 걸린
액자 속 젖은 그림이 따라와
속눈썹 끝에 매달려 흔들거리는
어느 비 내리는 겨울날입니다.
**「눈물」은 인간 감정의 근원적 표현을 다루며, 눈물이 단순한 생리적 현상이 아니라 내면의 상처와 기억을 드러내는 고백임을 강조한다. 1부에서는 “눈에서 흐르니까 그렇게 부르는 것”이라는 단순한 정의에서 시작해, 눈물이 곧 슬픔의 통로임을 드러낸다. 이별의 순간, 눈은 주체를 대신해 울고, 그 울음은 상처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통증의 언어가 된다.
2부는 감춰왔던 슬픔이 드러나는 과정을 그린다. 시인은 아픔을 숨기면 보이지 않을 것이라 믿었지만, 봉숭아 꽃물처럼 번져 나오는 상처의 흔적은 결국 감출 수 없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눈물은 억압된 감정이 누적되어 배어나오는 해방의 징표가 된다.
3부에서는 “한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한 사람은 그 슬픔 때문에 울고”라는 구절을 통해,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불가피성을 표현한다. 겨울비처럼 차가운 풍경 속에 매달린 눈물은 누군가의 뒷모습을 따라가며 흔들리는 기억이 된다. 눈물은 상처의 증언이며, 동시에 사랑과 상실이 남긴 부재의 흔적이 된다.
너를 슬프게 하는 것들
네가 잃어버린 것들이
지워짐이 아닌
새날이기를
네가 떠나보낸 것들이
영원히 아닌
잠시의 별리(別離)이기를
기억 속 하얀 새는 여전히 노래하지만
너는 울었다
너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너의 날개가 되어 주기를 바라
바라봐,
날아가는 새는 눈물을
흘리지 않아
초록 마중이 손짓하는
계절로 가기 위해
뒤돌아보지 않아
너를 슬프게 한 것들이
너의 날개가 되었어.
**이 작품은 상실과 이별을 다루면서, 그것이 단순히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음을 전한다. 시인은 “잃어버린 것이 지워짐이 아닌 새날이기를”이라고 기도하며, 이별이 영원한 단절이 아니라 잠시의 별리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드러낸다. 이는 상실의 경험을 긍정적 변화로 전환하려는 시인의 의지로 읽힌다.
작품 속 하얀 새는 여전히 노래하지만, 주인공은 울고 있다. 그러나 날아가는 새는 뒤돌아보지 않고, 눈물 대신 미래로 나아간다. 이 대비는 인간적 연약함과 자연적 강인함의 차이를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우리 또한 새처럼 눈물을 넘어설 수 있음을 암시한다.
마지막으로 시인은 “너를 슬프게 한 것들이 너의 날개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는 고통의 경험이 단순한 무게가 아니라, 결국 더 멀리 날 수 있는 힘이 된다는 의미다. 슬픔은 파괴가 아니라 성숙을 낳는 씨앗이며, 이 시는 독자에게 슬픔을 두려워하지 말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
난 두 개의 심장을 가졌어요
우산 없이 빗줄기에 드러난 심장이
흠뻑 젖은 채 길을 잃어버렸을 때
인적 드문 거리에 불빛 하나 스며들고
상처가 상처를 안고 살았기에
그 온기마저 데인 듯 아팠어요
또 하나의 상처였어요
슬픔을 드러내는 흔적들
조각조각 심장에서 떨어져 나오고
남들보다 맥박이 빨랐던 이유는
달릴 수 없는 나를 두고 심장이
저 혼자 달려갔던 것에요
심장의 빛깔,
심장의 소리
심장의 웃음
심장의 울음
비밀이에요
난 두 개의 심장을 가졌어요
밤이면 쿵쿵 두 개의 심장 뛰는 소리가 날 깨웠지요
이제 하나의 심장을 잃어버렸어요
이제 하나의 심장으로 살아가야 해요
오늘 밤,
기억의 환청이 다시 나를 깨운다면
그래도
나는 깊은 잠을 청할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은 상처와 치유, 그리고 존재의 이중성을 심장이라는 은유로 풀어낸다. 빗속에 드러난 심장은 외부의 상처와 내부의 고통을 동시에 드러내며, “두 개의 심장”은 이중의 고통, 혹은 감정의 과잉을 상징한다. 시인은 남들보다 빠른 맥박, 혼자 달려가는 심장의 이미지를 통해 고독과 불안의 내면적 풍경을 그린다.
그러나 두 개의 심장은 단순한 아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동시에 두 배의 감각, 두 배의 사랑, 두 배의 울음을 지닌 존재로서의 깊이를 상징한다. “심장의 빛깔, 심장의 소리”라는 구절은 감정이 단순히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 경험과 생생한 리듬으로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에는 하나의 심장을 잃어버린 상실의 고백이 등장한다. 이제는 한쪽 심장으로만 살아가야 하는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들려오는 기억의 환청은 존재를 흔든다. 이 시는 아픔 속에서 여전히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운명을 진솔하게 드러내며, 그 고통 속에서도 결국 잠들 수 있기를 소망하는 절절한 기도를 담는다.
배가 고프다는 건
배가 고프다
배가 고프다는 게
이렇게 가벼운 기쁨일 줄은 몰랐다.
이 공복감을 좀 더 오래 간직하고 싶어
배고픔을 품고 있다
찬밥 많다며 볶음밥을 만들어
달걀부침까지 얹어 놓은 언니의 정성에
꾸역꾸역 먹고 결국 체해버렸다.
뿌듯한 위가 불편함을 호소해도
자꾸 먹었다.
먹는 일이 아직 살아있다는 위로 같아서
가슴을 두드려가며 먹었다.
한 움큼의 시간을 쓴 약처럼 삼키며 또 먹었다
지난여름 그가 남긴
빈 접시도 다 삼켰는데
혼자 먹는 밥은 더 서글픈가 보다.
오랜만에 찾아온 배고픔이 좋다
가득 채워진 슬픈 기억을 비워낸 공복이
명치 끝에서 흔들거린다.
**이 시는 ‘배고픔’이라는 단순한 감각을 삶의 의미와 연결한다. 배가 고프다는 것이 단순히 결핍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작은 기쁨이라는 깨달음을 드러낸다. 배고픔을 간직하고 싶다는 표현은 결핍이 주는 역설적 충만함을 보여주며, 이는 일상의 소소한 감각을 시적 사유로 확장시킨다.
작품은 또한 음식과 정성을 통해 관계의 따뜻함을 이야기한다. 언니가 차려준 볶음밥과 달걀부침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사랑의 상징이며, 그것을 꾸역꾸역 먹는 행위는 살아있음에 대한 위로로 변한다. 그러나 동시에 과식으로 인한 불편함은 인간적 한계를 드러내며, 위로와 고통이 교차하는 삶의 풍경을 보여준다.
결국 이 시는 “혼자 먹는 밥은 더 서글프다”는 고백으로 귀결된다. 배고픔은 생의 기쁨이지만, 그 기쁨을 함께 나눌 누군가가 없을 때 느껴지는 허무가 더욱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배고픔은 단순한 육체적 현상을 넘어, 관계와 기억, 삶의 의미를 일깨우는 중요한 감각으로 그려진다.
달빛은 왜 차가운가 1
달빛이 가득 넘실거리는
어느 밤
나는 조용히 뜰로 내려섰다
두 팔을 벌려 달빛을 품었다
싸늘한 가슴을 따뜻이 데울 수 있을까 하여
거울에 반사된 햇빛은 한곳에 모이면
뜨거운데
태양을 품었던 달빛도
어디쯤은 따스함을 품고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달빛은 차가웠다
달빛 품은 가슴도 여전히 차가웠다
빛의 그늘보다 달빛 아래가
더 서늘했다
빛을 지녔으나
뜨겁지 않은 행성
어둠을 밝히는 달빛은
그 차가움으로 밤을 비추고
스스로 빛의 등 뒤로 사라진다
차가운 달빛,
그 비밀을 밤은 알고 있고 있으리라.
**이 시는 달빛의 차가움을 통해 인간 감정의 공허함과 실존적 고독을 탐구한다. 시인은 달빛을 두 팔로 안아 따뜻함을 얻으려 하지만, 달빛은 태양의 빛을 품고 있음에도 끝내 차갑다. 이는 기대와 현실의 간극, 사랑과 고독의 모순을 상징한다.
달빛이 차갑다는 사실은 단순한 자연의 현상이 아니라, 존재론적 진실을 드러낸다. “빛을 지녔으나 뜨겁지 않은 행성”이라는 구절은 겉으로 빛나지만 내면은 차가운 인간의 삶과 닮아 있다. 이는 우리가 추구하는 따스함이 때로는 허상에 불과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달빛의 비밀을 “밤은 알고 있다”는 결말은, 인간이 다 헤아릴 수 없는 세계의 신비와 고독을 암시한다. 달빛의 차가움은 인간 내면의 고독과 동일시되며, 결국 이 시는 우리가 마주해야 할 외로움과 그 속에 숨은 진실을 담담히 드러낸다.
대숲에 부는 바람 소리
가느다란 몸으로 꼿꼿하게
하늘 떠받들며 살아온 대나무도
때때로 저렇게 바람 손잡고
시퍼런 몸 흔들지 않으면
어찌 견디겠는가
버석버석 쏴와~~저렇게
마디마디 맺힌 한(恨)
소리 내어 풀어내지 못하면
어찌 견디고 살겠는가
그래서
머리 풀고 몸 흔드는
살풀이춤 한 마당에
바람의 피리 소리
베인 듯 가슴께 파고든다.
대숲 그늘 아래
시퍼런 상처만 퍼질러 앉아
혼자 웃다가 혼자 울다가
짧은 해그림자 이고
격한 손 흔들며 이별을 고한다.
**대나무는 곧게 서 있지만 바람과 함께 흔들리며 한을 드러낸다. 마디마다 쌓인 설움은 바람의 소리로 해소된다. 이는 인간이 억눌린 감정을 터뜨리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음을 상징한다.
바람의 피리 소리는 살풀이춤과도 같다. 상처와 설움은 대숲 그늘에서 울고 웃는 존재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결국 흔들림과 울음은 삶의 고통을 견디게 하는 방식이 된다. 대나무와 바람의 만남은 인간 내면의 해방을 상징한다.
상처가 흉터에게 1
왼쪽 팔목에 새겨진 흉터는
오른쪽 팔로 여전히 삶을 쓸 수 있다는
희미한 위로였다.
나는 골절 수술 후 아물지 않는 상처와
여전히 남아있는 염증의 불꽃 속에서
매일 항생제 주사를 맞으며
차갑고 무거운 시간을 견뎌냈다
내 안 어딘가에서 흉터로 변할 날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나는,
가슴 속 상처가 흉터로 굳어질 때까지
지나가는 시간을 품어야 한다.
세월이 흐르면
흔적은 남겠지만,
아마 통증은 기억의 뒤편으로
소리 없이 걸어가겠지.
**이 시는 상처가 흉터로 변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회복과 시간의 힘을 이야기한다. 시인은 팔목의 흉터를 “여전히 삶을 쓸 수 있다는 희미한 위로”로 표현하며, 상처의 존재가 단순히 아픔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표식임을 강조한다.
작품은 치유의 시간을 기다리는 인내를 담고 있다. “염증의 불꽃 속에서 매일 항생제 주사를 맞으며” 견디는 현실은 고통의 연속이지만, 흉터로 변할 날을 기다리는 태도는 희망과 회복의 가능성을 드러낸다. 상처는 결코 즉각 치유되지 않지만, 시간 속에서 서서히 변형된다.
마지막 구절은 통증이 결국 기억의 뒤편으로 사라진다는 위안을 준다. 흉터는 흔적을 남기지만, 아픔은 세월 속에 희미해진다는 것이다. 이 시는 상처와 흉터라는 육체적 이미지를 통해, 인간 내면의 치유와 삶의 회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시집의 여러 작품은 서로 다른 이미지와 소재를 빌려 인간 내면의 슬픔, 상실, 그리고 치유의 과정을 보여준다. 바람, 눈물, 배고픔, 달빛, 대숲의 바람 소리, 그리고 흉터까지—일상의 구체적 장면 속에서 시인은 삶의 고통을 형상화한다. 이러한 시적 장치들은 단순히 개인의 경험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을 비추어 보게 하는 거울이 된다.
특히 슬픔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태도는 이 시집의 중요한 메시지다. 시인은 눈물이 터져 나오고, 상처가 흉터로 변하고, 배고픔이 위로가 되는 과정을 통해, 고통은 결코 사라지지 않지만 변형되어 새로운 의미를 낳는다고 말한다. 이는 슬픔과 상실을 무조건 부정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결국 이 시집은 슬픔과 아픔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야 하는 인간의 운명을 서정적으로 증언한다. 고통은 무겁지만, 그것을 품을 때 오히려 날개가 되고,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이 열린다. 독자는 이 시들을 통해 “사탕처럼 슬프다”는 역설적인 진실을 체감하며, 고통조차 삶을 빛나게 하는 힘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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