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축하 에세이】
“부지런한 경찰관이 영예스러운 회장에 당선됐구먼!”
- 김용인 신임 재향경우회 중앙회장 당선 소식을 듣고 -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전 경찰관
▲ 재향경우회 중앙회장 선출 장면 - 2021.05.21. 충남 아산시 경찰대학 대강당에서 김용인 전 경찰서장이 제23대 중앙회장에 투표로 당선됐다.(재향경우회 홈페이지 대화방 행사소식 화면 일부)
“주인집 옥상의 눈까지 치우던 부지런한 경찰관이 영예스러운 회장에 당선됐구먼! 나도 축하한다고 꼭 전해줘.”
김용인 전 경찰서장이 대한민국재향경우회 중앙회장에 당선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내 누님이 하신 말씀이었다.
김용인 전 경찰서장은 그만큼 우리 가족에게는 친숙한 이름이다. ‘대한민국재향경우회장’이란 사회단체장 자리가 얼마나 대단한 지위인지, 어떤 봉사역할인지 나와 우리 가족은 구체적으로 잘 알지 못한다. 전직 경찰관과 현직 경찰관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단체라는 단순한 상식만 가지고 있다.
어쨌든 ‘옥상의 눈’부터 설명하는 게 먼저다. 1980년대 초 김용인 경장(당시 계급)은 대전에서 셋방살이하는 경찰관이었고, 내 누님은 이웃집 주민이었다.
어느 겨울날, 눈이 많이 내려 골목마다 주민들이 눈을 치우느라 분주했다. 그런데 김용인 경장은 남의 집에 셋방살이하는 처지인지라 애써 눈을 치워야 할 의무감이 사실상 없는데도 동네 골목길 눈을 앞장서서 치우고 나서 주인집 옥상의 눈까지 말끔히 치우는 것이었다.
“아니, 옥상의 눈까지 치우다니, 참으로 부지런한 경찰관이야”
내 누님이 이 광경을 보고 감탄했다. 셋방살이하는 경찰관이 주인집 옥상의 눈까지 치우는 광경은 처음 본다고 했다. 그냥 놔둬도 햇볕만 나면 녹는 것이 눈인데 왜 굳이 힘들게 치우냐고 하면 그는 “엄동설한에 눈 녹일 햇볕을 기다리기엔 하루라도 옥상에 올라다니기에 불편하잖아요. 그리고 난방도 잘 안 된 주택에 얼음장을 뒤집어쓰고 있으면 더 춥다.”라는 것이었다.
사실은 그런 과학적인 원리나 이치보다 나는 그의 성실하고 부지런한 생활태도와 반듯한 성격에서 나온 착한 심성의 발로라고 생각했다.
당시 나는 충남경찰국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김용인 선배 경찰관도 부서는 다르지만 같은 청사 내에서 근무했다. 나는 김용인 선배 경찰관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느꼈던 일화가 많다. 한 가지 더 잊지 못할 모습을 추억해 본다.
경찰관들은 회의실에 집합하는 일이 잦다. 비상근무를 하거나 긴급 단속 출동할 때, 사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때 회의실에 집결하는 경찰관들의 모습을 보면 '특이한 현상'이 있다.
앞자리는 거의 비었는데 뒷자리부터 앉는 것이다.
‘앞자리 양보’라는 우리나라 선비 문화의 겸양과 미덕이 아니라 이른바 ‘말석 안전지대(?)’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누구나 뒷자리가 편하기는 하다. 가령 단상의 교관으로부터 어떤 지목을 받을 확률도 적고, 옆 사람과 가볍게 잡담도 나눌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용인 경장은 달랐다. 회의실에 들어오면 남들이 불편하다고 하는 ‘맨 앞자리’에 자진해서 척 앉는다. 그러면 뒷자리 동료 직원이 한마디씩 한다. “김 경장은 어째서 앞자리만 고집하나? 불편할 텐데 말이야!”
그러면 그는 이렇게 우스갯소릴 한다.
“저는 앞자리가 편해요. 앞으로 크게 될 사람은 앞자리에 자진해서 앉지, 뒷자리를 선호하지 않아요. 뒷자리 좋아하는 심리를 나는 잘 이해하지 못하겠어요.(웃음)”
이렇게 적극적인 사람이 바로 김용인 경장이었다.
매사 남들이 꺼리는 궂은일에도 앞장서는 사람이었다. 그는 그 후 경찰서장도 지냈고, 신체 위험을 느껴 누구도 쉽게 자원을 꺼리는 ‘대통령 후보 경호대장’도 했다.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자 ‘당선인 경호대장’ 직책까지도 맡게 됐다.
퇴임 후에는 재향경우회 수석부회장으로서 단체의 크고 작은 봉사에 앞장섰다. 외모가 부드럽고 푸근한 인상을 주는 데다가 겸손한 인품 때문에 모든 이가 좋아했다. 게다가 언변도 좋아 《경찰방송 NPBS-TV》 「김용인의 명사 명소 탐방」 진행을 맡아 전국을 다년간 순회하며 유익하고 뜻깊은 방송을 했다.
▲ 《경찰방송 NPBS-TV》 「김용인의 명사 명소 탐방」 진행 장면(유튜브 화면 캡처)
내가 책을 출간하면 꼭 애정이 철철 넘치는 축하 전화를 주었다. 전화하면서 내 누님댁 안부도 꼭 물었다. 그만큼 정이 도타웠던 ‘이웃사촌’이었다. 평소 ‘나눔과 베풂’의 삶을 실천해온 그의 따뜻한 인정과 사랑은 끝이 없었다. 한번 맺은 인연, 영원토록 잊지 않고 간직하려는 후덕한 삶의 철학을 지닌 전직 경찰관이다.
한밤중에 경우회에서 전체 회원에게 일괄 보내온 스마트폰 문자를 보니까 이런 소식과 함께 그의 당선 소감이 적혀 있었다.
『이번 김용인 회장 당선은 150만 대한민국재향경우회 58년 역사상 최초의 경찰서장 출신 회장의 탄생이자,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향후 현직 시절 계급보다 조직을 위한 헌신과 노력에 대한 기대감 등 다양한 기준으로, 단체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례를 마련한 것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신임 김용인 회장은 좀 더 수평적인 조직의 운영과 중앙회 축소를 통한 지역 활성화를 예고한 가운데, 당선 소감을 통해 "더욱 소통하고 배려할 것이며 경우회의 혁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분이 재향경우회 중앙회장으로 당선된 것은 뜻밖의 일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남달리 성실한 삶의 철학을 가지고 부지런하게 살아온 대한민국 모범적인 경찰인(人)에게 마땅히 정해진 ‘인생행로’라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가깝게 따뜻한 동지애를 느꼈던 옛 충남경찰국 경찰관의 한 사람으로서 그분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
2021.05.23.
윤승원 경찰관 시절 추억 記
※ 김 회장님 당선을 축하합니다. 총각 시절 얼굴이 뽀얗고 미남이었는데 예의 바르고, 말씀도 잘하시고, 역시 성공하여 훌륭한 일을 많이 하시는군요. 경우회장 당선을 축하합니다. ㅡ 윤승원 누나 윤명원 (축하전화 메시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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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자료 영상1 / 김용인 새해 인사말
https://www.youtube.com/watch?v=grg4ueZrihk
◆ 참고 자료 영상2 / 김용인 새해 인사말
https://www.youtube.com/watch?v=R6zzG6itkt8&t=26s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졸고를 읽어 주셔서 제가 감사하지요.
늘 따뜻한 격려 주셔서 힘이 납니다.
페이스북 댓글 일부 :
(게시물을 클릭하면 확대됨)
축하의 글을 읽으면서 김용인 회장의 진솔한 면모와 품성을 알게되었습니다. 인간의 인연고리를 놓치지 않고
일일히 챙기시는 장천선생의 꼼꼼함과 남에 대한 지극한 배려의 마음을 또한 거듭 거듭 확인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정 박사님이 김용인 회장의 진솔한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 공감해 주시고,
저에게도 과분한 격려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각박한 세상에서 남을 성심성의껏 배려해 주고
궂은일도 앞장서는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는 김용인 회장이야말로
많은 후배 경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정 박사님의 귀한 격려 댓글을 읽는 아침 기분이 산뜻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