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세 명을 데리고 오름 정도가 아니라 한라산을 도전해본다는 것은 아직은 무리가 있습니다. 너무 빠른 완이와 한없이 느린 태균이 간극을 제가 혼자 감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8천평의 개발계획 답사차 제주도 방문를 방문했던 대학선배의 계획에는 한라산 등반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마침 제주도에서 같이하기로 했던 지인이 사정이 생겨 우리들과 함께 한라산 등반이 가능해졌습니다. 그 선배가 추천한 출발지점은 영실 탐방로.
아침일찍 김밥도 싸고 아이들 먹을 것 준비해서 길을 나서는데 날씨는 화창하기 그지없고 등산하기 너무 아름다운 가을날입니다. 영실탐방로 해발 1250m고지까지 차로 가서 시작된 한라산행. 등산객도 꽤 많고 나름 글로벌한 분위기도 잘 느껴집니다. 외국인의 비율이 내국인보다 많아 보였고 중국인대 서양인 비율이 50:50 정도.
3.7km에 달하는 긴 오르목 계단길이니 우리는 끝까지 가지 못할 것이 뻔합니다. 중도에서 점심만 같이하고 선배 혼자 정상까지 다녀오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으나 선배가 끝까지 태균이를 재촉해서 그나마 2.5km 지점까지라도 성공했습니다. 뛰어서 계단을 오르는 완이까지 나중에는 도저히 못 가겠다는 듯 널부러지고.
완이가 양말도 벗지않고 운동화도 착실히 신고다녔다는 것은 이제 놀랄 일도 아니네요.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운동화를 신어야 걷는 것이 더 편하다는 것을 이제 서서히 터득해가고 있는 듯 합니다.
영실에서 올라가는 계단 등반길은 좁고 가파른 경우도 많고 특별히 중간에서 쉴 공간도 거의 없어 그저 직진만 해야 합니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더 험란한 과정이 되기도 합니다. 태균이같은 덩치가 중간에 힘들다고 계단에 풀썩 앉아버리면 오르고내리는 사람들에게 흐름을 금방 막아버리니 이것도 우리에게는 좀 불리한 요소입니다.
그럼에도 올라갈수록 펼쳐지는 한라산의 기막힌 풍경이 모든 걸 감수하게 해줍니다.
아름다운 가을날씨, 아름다운 한라산의 영실탐방로 쪽 풍경이었습니다. 벌써 단풍기운이 산 위에 내려앉아서 조만간 단풍도 꽤 짙어질 듯 합니다.
아침일찍 서두른데다가 정상까지 다 못가고 내려왔으니 시간이 남아서 새별오름까지 섭렵. 억새풍경으로 단연코 최고로 꼽는 명소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가을바람에 대규모로 술렁이고 일렁이는 억새물결 속에 서서히 기울어져가는 조도의 빛이 바람방향에 따라 황금색부터 은회색까지 다양하게 펼쳐대니 눈은 호사와 황홀 그 자체!
대정 노을해안도로에서 차귀도 선착장까지 일몰을 바라보며 달려보니 어제 하루 제주도 서쪽 기막힌 풍경들을 다 섭렵하고 온 듯한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
풍광에 취하고 오고가는 길들이 멀다보니 선배 저녁식사도 못 챙기고 공항에 내려주었습니다. 그렇게 기막힌 하루를 보내고 집에 오니 밤9시. 서둘러 저녁을 주는데도 내려앉는 눈꺼풀을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아름다운 가을 하루였습니다
첫댓글 와~~감탄 또 감탄입니다.
태균씨, 준이씨, 완이 정말 대단합니다. 정상까지 못가도 넘 보람된 하루였네요.
저는 사진으로 황홀을 누립니다.🍒🙏‼️
태균씨 땀에 젖은 뒷통수가 느껴지네요 ^^ 대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