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GING GRACEFULLY
여자에게 50대는 두려움의 시기다. 동안이라 자부하는 이들이라도 각종 노화의 징후들과 직접적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제 정말 100세 시대다. 당신은 그냥 늙을 것인가? 아름답게 나이 들 것인가?
강수진의 리복 광고 사진을 본 적 있는가? 50대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탄력 있는 몸매와 우아한 건강미가 느껴지는 그녀의 광고 사진은 연일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발레리나였던 강수진은 아름다운 몸매뿐만 아니라 내면 또한 아름다워 이 시대의 여성들에게 새로운 롤모델로 자리매김 중이다. 사실 여자에게 50대는 두려움의 시기다. 동안이라 자부하는 이들이라도 각종 노화의 징후들과 직접적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리복 광고 속 아름답게 나이 든 강수진의 모습을 보며 많은 여성들이 새로운 희망을 읽고 있다. 동년배의 많은 여성들은 자부심을, 그보다 어린 여성들은 그녀처럼 나이 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 것. 이제 정말 100세 시대다. 당신은 그냥 늙을 것인가? 아름답게 나이 들 것인가?
신나게 춤춰봐, 인생은 멋진거야
최정원
“40대 여배우 중에서 그렇게 춤추며 노래할 수 있는 배우는 최정원 씨뿐이에요. 진짜 레전드예요.” 시카고에서 함께 출연 중인 가수 아이비가 최정원에게 한 말이다. 최정원은 같은 공연에서 두 가지 역할을 모두 경험했다. 2000년 초연부터 지금까지 십여 년간 <시카고>에 출연하며 예전엔 록시 하트로, 지금은 벨마 켈리를 연기 중이다. 배우로서 늘 다른 이의 삶을 살다 보니 그녀는 평소 나이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리고 살 때가 많다고 한다. 드물지만 <시카고>처럼 같은 작품에서 전과 다른 역할을 맡게 될 때면 새삼스레 지나간 시간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 역시 서운하거나 슬픈 감정이 들진 않는다고 했다.
현재 그녀는 쉰을 바라보는 나이다. 여자로서 나이 듦에 대한 서글픔을 묻자 섭섭하기는 하지만 배우로서는 지금의 나이와 주름이 좋다고 답한다. 오히려 자신의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인 것 같다고 말이다.
“나이와 시간이 주는 연륜이 있어요. 지금 이 나이가 됐기에 <시카고>의 록시 하트가 아닌 벨마 켈리를 연기할 수 있고, <맘마미아>의 엄마인 도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됐죠. 삶에 대한 지혜로 배역에 대한 이해가 더해지고 좀 더 폭넓은 도전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이 말을 하며 빙그레 웃는 그녀의 눈 주위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주름이 함께였다. 늘 미소가 떠나지 않는 그녀의 얼굴은 행복한 방법을 아는 여자의 모습이었다. 비결을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웃으면 예뻐 보여요.”
까무잡잡한 피부, 튀어나온 앞니 때문에 또래 여자애들에 비해 예쁘지 않다고 엄마에게 투정을 부릴 때면 “정원아, 너는 웃을 때가 제일 예뻐”라고 늘 입버릇처럼 얘기하던 어머니를 기억한다. 그 때문에 지금도 기분이 가라앉을 때면 입가의 근육을 끌어 올려 미소를 짓는 게 습관이 되었고, 결국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미래에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언제나 처음처럼, 처음을 언제나 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늘 같은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제 첫 작품인 <아가씨와 건달들> 때 팬에게 써드린 글귀예요. 늘 공연 시작 전에 기도를 하고 이 말을 외우며 무대에 올라요. 살아보니 과거는 바꿀 수 없더라고요. 과거를 돌아보기보다는 꿈꿀 수 있는 미래를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미래의 나에게도 지금처럼 행복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최정원이 꼽은 최고의 글
“내가 태어날 때 나는 울고, 모든 사람은 웃었다. 내가 죽었을 때는 나는 웃고, 많은 사람들은 안타까워 울어줄 수 있는 삶을 사는 게 참 멋질 것 같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글이다. 다른 이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를 다시금 생각하고 돌아보게 해준다. 이 글을 마음에 새기며 누군가와 만날 때, 잠시 스치는 인연이라도 진심을 다해 마음을 담는다.
최정원이 꼽은 최고의 영화
<맥베스>
“인생이란 그림자가 걷는 것, 사라져 버리는 것, 광기가 가득하나 의미는 전혀 없다.”
악역이 없다.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고 삶을 살아간 이유가 마음 절절히 와 닿는다.
나이듦이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알아가는 것
이선진
매력적인 마스크와 모델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만 같은 보디라인, 바르고 꼿꼿한 자세.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에 들어선 이선진의 몸 어디에서도 40대의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자타공인 최고의 슈퍼모델 출신다운 완벽한 프로포션에 입는 옷마다 마치 원래 자기 옷을 입은 듯 완벽히 소화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모델은 태생부터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는구나 싶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비결을 물었다.
“크게 관리하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결혼 후 남편이 저처럼 살면 누구나 모델 몸을 갖게 될 것 같다고 하더군요.”
얘기를 들어보니 그럴 만했다. 우선 그녀의 삶은 매우 규칙적이고 체계적이다. 매일 7시에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인 그녀는 일어난 직후 한 시간 이내에 식사를 한다. 메뉴는 밥이나 빵뿐 아니라 과자, 떡볶이, 라면 등 먹고 싶었던 것들을 먹지만 조건이 있다. 꼭 끼니때에만, 꼭 정량만큼만 먹는다는 것이다.
“대부분 밥 생각이 없으면 먹지 않는다고들 하는데 저는 배가 불러도 끼니때가 되면 꼭 먹어요. 그래서 간식이 없고, 음식을 보아도 허겁지겁 먹지 않죠. 그리고 무엇이든 먹고 나면 소화가 될 때까지 몸을 움직여요. 집에서 밥을 먹으면 20여 분간 제자리걷기를 한다든가 스트레칭을 하는 식이에요.”
세끼를 맛있게 먹으면서도 살을 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운동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20대 때 완벽한 보디라인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운동을 해두었던 덕분에 30대, 40대 때에는 이를 유지하는 정도로만 몸을 움직였다고 했다. 하지만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녀는 운동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몸을 움직이는 자체가 즐거워 취미처럼 하는 운동이 많았다. 수상스키, 스노보드, 골프, 테니스, 배드민턴 등을 배우며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는 것이 그녀의 다이어트와 동안의 비법이었다.
“저는 나이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늙음을 받아들이며 사는 게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끔 나이 듦이 무서울 때면 오드리 헵번의 <로마의 휴일>과 그녀 인생의 마지막 봉사활동을 하던 사진을 함께 두고 보곤 하죠. 진짜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되거든요.”
이선진이 꼽은 최고의 글
“후회 없이 살며 자신을 사랑하자”
무언가가 고민일 때는 5년이나 10년 후, 지금 이 일을 후회할지 여부를 생각해보고 조금이나마 미련이 남을 것 같다면 꼭 이뤄내려 노력한다. 그리고 열심히 살았다면 자신을 칭찬하자.
이선진이 꼽은 최고의 영화
<로마의 휴일>
향기로움이 곁들어진 사람이 아름답다
한성희
힘들 때면 엄마 대신 찾는 사람, 남을 위로하고 들어주는 일을 업으로 하는 마음의 전문가는 어떤 눈으로 자신의 노화를 받아들일까? 36년간 수십만 명의 환자를 만나 수만 시간을 진료해온 정신분석 전문의이자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라는 책을 쓴 엄마, 한성희를 만나 여자의 노화에 관한 이야기를 물었다.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까지 벗어날 수 없는 길(No Way Out)을 향해 곧장 걸어가고 있어요. 그 길은 하나의 길(One Way)로 이어져 어느 시점이 되면 누구나 마주해야 하지만, 우리는 의도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노화에 대해 알려 하지 않죠. 노화가 상실이기 때문이에요. 특히 여성에게는 생존 수단이자 무기와도 같은 젊음과 아름다움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노화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쳐요.”
그녀는 여자에게는 연령대별로 각기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한다. 10대와 20대는 젊음 자체가 주는 아름다움이 찬란할 때고, 30대는 가족을 만들어가는 생산성(Productivity)의 아름다움이 행복할 때이며, 40대 이후는 지금까지의 삶을 관조하고 받아들이는 통합의 아름다움이 필요할 때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그녀가 지나온 자신의 삶 중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30대였어요. 그때는 반짝이는 일들이 많았어요. 가정도 꾸리고, 아이를 낳고 기르고, 정신없이 바쁘기도 했지만 그만큼 생동감이 넘치던 시기였어요. 흔히 생각하는 스위트홈(Sweet Home) 하면 떠오르는 그림의 순간들이 많았죠. 그때 당시는 바쁘게 흘러 잘 알지 못했는데 돌아보니 30대가 삶에서 가장 아름답던 시기인 것 같아요.”
그녀는 우리가 금방 사라져버릴 10대, 20대의 찰나적인 아름다움에만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 했다.
“노화는 슬프죠. 가진 것을 내어놓고 잃어야 하니까. 하지만 조물주는 늘 잃는 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요. 나이가 들지 않았다면 절대 알지 못했을 많은 것들을 느끼고 깨닫게 해주죠. 그러니 나이 들었다고, 노화로 여성성을 잃었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이미 우리는 100세 시대에 살고 있다. 아름다움의 기준을 20대의 아름다움으로만 정의할 것이 아니라, 언젠가 사라져버리는 아름다움은 그 순간임을 인정하고 앞으로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자신의 또 다른 매력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할 때라고 그녀는 조언한다.
“여자는 여자이기에 앞서 인간이잖아요. 인간이면서 여성성을 잃지 않는다면 나이 들어서도 우리는 굉장히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예요.”
한성희가 꼽은 최고의 글
“STAY ALIVE
죽지 않으면 결국 모든 일은 다 해결 된다“
한성희가 꼽은 최고의 영화
<Out Of Africa>
비록 녹록치 않는 삶이었지만 꿋꿋이 삶을 살아냈고, 온 몸을 던져 남자를 사랑했지만 남자에 모든 것을 걸지 않았던 백 년 전 여성의 모습이 근사하다.
한성희가 꼽은 최고의 책
<나는 젊음을 그리워하지 않는다(Reinvented Lives)>
60세를 맞이한 20여명을 인터뷰하고 그녀들이 삶과 글을 함데 모은 책. 삶을 잘 살아 낸 이들이 갖는 나이듦에 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plus tip+
아름답게 나이 드는 방법들
건강하고 아름답게 나이 들고 싶지만 어떻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들을 위해 건네는 작은 조언들.
진짜 음식을 먹는다
한성희 박사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으로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는 것’을 꼽았다.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다 보면 내 몸에 들어갈 음식을 함부로 먹지도 않고, 몸을 함부로 대하지도 않는다고. 모든 것은 食, 먹는 행위에서 시작된다. 나이가 들수록 몸은 가볍게, 마음은 맑게, 의식은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진짜 먹을거리, 리얼 푸드(Real Food)를 먹는 것이 좋다.
운동은 외모 관리가 아닌 건강을 위해 꾸준히 한다
조수미는 항상 전속 트레이너와 동행하고 가방에는 5㎏에 달하는 운동기구를 들고 다닌다. 김희애는 10년째 30분간 데일리 운동법을 빠뜨린 적이 없으며, 이미연은 어디서든 수시로 스트레칭에 열심이다. 이들은 단순히 젊어 보이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건강하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기 때문에 그녀들은 몸을 움직이다. 운동의 목적은 살을 빼는 데 있지 않다. 하루 30분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피부는 광이 나고 웃을 일은 더 많아진다.
사랑하라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는 것만큼 우리를 따뜻하게 만드는 방법이 또 있을까? 함께 있을 때는 뜨겁게 사랑하고, 혼자 있을 때는 당당하게 자기 삶을 살아라. 사랑이 주는 충만함을 알되 사랑에 기대지 않아야 아름다울 수 있다.
스킨케어는 아름다움의 시작이다
시계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다양한 예방조치로 시간을 늦출 수는 있다. 세안 후 피부 타입에 딱 맞는 보습제와 자외선차단제를 잊지 말고 꼭 발라야 한다. 미국 뉴욕대 피부과 전문의 랜스 브라운은 “20세부터 자외선차단제, 레티노이드(주름 개선 기능 성분), 보습제를 쓴 사람은 나중에 그렇지 않은 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고 말했다.
섹시함을 유지하라
마돈나는 쉰이 훌쩍 넘은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으로 손꼽힌다. 우리나라 여배우 김혜수도 그렇다. 여성에게 섹시함은 단순히 몸매에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일을 대하는 태도, 사람 앞에 선 모습,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줄 아는 당당함이 모여 섹시함을 완성한다.
정신적인 자극받기
읽고 쓰고 학습하며 얻는 지적 자극은 머릿속을 상쾌하게 해주며, 엉켜 있던 생각을 정돈해준다. 어제와 다른 나를 완성하고 싶다면 자극을 통한 성장을 멈추지 마라.
자기만의 시그너처 스타일을 찾자
마흔이 한참 넘은 김혜수는 시상식마다 과감한 드레스로 자신을 뽐낸다.
일흔이 다 된 윤여정은 30대인 김민희와 함께 쇼핑을 다니며 스키니한 자신의 몸에 꼭 어울리는 트렌디한 스타일을 유지한다. 나이가 들어도 예쁜 옷을 입고 화장을 하면 더욱 아름다운 여자가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예술적인 자극 받기
아름다운 것은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 가까운 공연장을 찾거나 작은 공방에서 클래스를 듣는 등 당신의 감성이 무뎌지지 않게 끊임없이 자극하라.
(2016년 3월 20일 조선일보) / 여성조선=고윤지 기자 / 편집=뉴스큐레이션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