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만 한다면
필리핀 이동학습이 끝나버렸다. 벌써라지만 104일의 하루하루 있었던 일들과 그때 들었던 생각들이 생생해서 ‘그래도 104일을 다 살았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필리핀 준비 기간이 끝나고 인천공항에 가기 전날 밤에, 가기 싫다고 진짜 울었는데 그땐 그게 진심이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가기 싫었을 것이다. 이미 예고는 있었지만, 너무 편했던 집을 떠나는 게 싫었고 필리핀에 가서 잘 지낼 수 있을지도 걱정됐다. 그래도 비행기에서 내려서 필리핀 쌤들을 만났을 땐 기분이 좋았다. 덥고 힘든데 드디어 편하게 학교까지 갈 수 있는 지프니를 만난 것도 반가웠고 우리에게 줄 목걸이를 들고 서 계신 랄라 쌤과 환영해 주시는 다른 쌤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난 필리핀을 생각했을 때 개인 프로젝트가 떠올랐다. 진짜 열심히 했고 배운 것도 많았다. 내 갠플 주제는 원래 일렉기타였는데 기타만 일렉이지 어쿠스틱 발라드 같은 노래를 치려고 했다. 내 한국 멘토 쌤은 은호 쌤이었는데 은호 쌤이 기타를 잘 치시고 한국 쌤이 더 편할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필리핀 멘토 쌤은 밴드 수업 때 외부에서 오시는 본 쌤이었다. 사실상 은호 쌤이랑 갠플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은호 쌤도 멘티가 많아서 바빴고, 은호 쌤은 통기타를 치시는데 난 일렉이라 본 쌤한테 다 배웠다. 근데 노래가 어쿠스틱 발라드라 노래를 같이 불러야 했다. 그래서 내가 노래까지 하게 되었고 노래를 잘하시는 패트릭 쌤과 멜 쌤이 도와주시면서 내 멘토 쌤이 4명인 셈이 되었다. 세 분이나 필리핀 쌤이셔서 좋은 점은 영어가 늘었다. 또 이미 앞에서 노래를 많이 불렀어서 쇼케이스 때 필리핀 쌤들 때문에 떨리진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첫 번째로 연습한 곡은 ‘The only exception’ 이란 곡인데 본 쌤과 패트릭 쌤이 골라주셨다. 1학년 때 기타를 쳤어서 그런지 코드가 쉬워서 기타는 잘 쳤다. 그런데 노래가 안 돼서 좀 힘들었다. 특히나 기타도 치고 노래도 부르면 진짜 엉망이 된다. 그래도 어찌저찌 끝내고 페어월 파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두 번째 곡을 배웠는데 ‘You and me’ 라는 곡이다. 이 노래는 통기타로 치는 게 더 듣기 좋아서 결국 통기타로 했다.
이 노래 처음 배웠을 때가 생각나는데, 그날 필리핀 쌤들 오피스에서 하이라이트 부분을 배웠었다. 방금 배웠는데 잘 부른다며 멜 쌤과 패트릭 쌤이 칭찬해주셔서 기분 좋게 끝내고 나왔는데 하필 그날이 외식을 하는 날이라 애들이 지프니에 다 타서 나를 찾고 있었다. 까먹고 있어서 기숙사 앞에 가방 내던지고 바로 지프니를 타러 갔다. 그때 든 생각은 친구들에게 미안함도 있었지만 ‘오늘 저녁에 패트릭 쌤이랑 갠플하기로 했는데 망했다’ 였다. 외식을 하러 가서도 그 생각밖에 안 들어서 통 쌤한테 전화 좀 해달라고 빌었었다. 그 후에 잘 풀렸지만 내가 갠플 약속한 시간을 자꾸 까먹어서 팔에 네임펜으로 적고 다니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자랑은 아니지만 갠플을 꾸준히 했다는 말이다. 그만큼 많이 도와주신 멘토 쌤들께 너무 감사하다.
기말이 됐을 때 쌤들도 너무 바빠지셔서 같이 갠플을 하기엔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쇼케이스 때 받은 피드백으로 혼자 연습을 했다. 항상 혼자 무언가 할 때마다 딴짓하고 제대로 안 하고 노는 게 몸에 베어있었는데 이번엔 꼭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리핀 쌤들이 거시는 기대랑 옆에서 친구들이 연습하는 모습 때문이었던 것 같다. 처음엔 힘들었는데 하다보니까 혼자 연습하는 것도 괜찮았다. 처음에 습관을 만드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은데 뭔가 감을 잡은 것 같아서 좋았다. 가끔 기타 소리를 듣고 패트릭 쌤이 오셔서 과자를 주시고 간 적도 있다. 그럴 때 너무 감사했다.
결국 페어월 파티엔 ‘You and me’를 올렸다 원래 일렉이었던 주제에서 노래도 추가하고 좀 바뀌었지만 만족한다. 쇼케이스 때 너무 떨었었는데 막상 무대에 섰을 때 거의 떨지 않고 해서 잘한 것 같다. 사람들 앞에 많이 서봐야 한다는 게 뭔지 알 것 같다.
내가 갠플로 글을 쓴 이유는 진짜 가장 많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1학년 때 발표로 기타를 했었는데 그때 발표할 때 진짜 엉망이었어서 이번엔 꼭 맨날 연습해서 그래도 괜찮은 성과를 내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애들이 드러그 갈 때 쌤들 오피스에서 연습했다. 그렇게 연습한 거에 비해 노래를 엄청 잘 하거나 기타를 잘 치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연습 안 했을 때보다는 더 나을 것이다. 그래서 만족한다. 이번 기회에 꾸준히 하는 법을 알게 돼서 뿌듯하고 쌤들과도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다. 덤으로 노래나 기타 실력도 조금 는 것 같다. 멘토 쌤들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필리핀이 너무 그리울 것 같다.
첫댓글 갠플 소개글
기타를 직접 쌤께 배우며 실력을 높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필리핀 쌤들에 도움도 많았지만 기대도 많았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됬다. 덕분에 배운 점도 많고 혼자서도 연습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