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공양> 기도 성취를 잘하려면 - 우룡스님
의심없는 믿음.
우리나라 불자들은 기도를 많이 합니다. 그것도 매일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하여 행하는 평소 기도보다는 꼭 이루어야 할 소원이 있을 때 행하는 특별기도를 많이 합니다.
기도를 평소에 한결같이 행하면 불보살님의 은근한 명훈가피가 언제나 함께하지만, 특별한 소원을 이루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만 기도를 하는 불자들 중에는 소원성취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도를 잘하면 못 이루는 소원이 없다."고 하는데 왜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성취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가장 큰 요인은 기도하는 사람의 신심(信心)! 기도를 하는 '나'의 신심이 굳건하지 못하면 조그마한 어려움만 있어도 마음이 쉽게 흔들립니다. 쉽게 흔들리니 집중이 되지 않고, 집중이 되지 않으니 삼매 속으로 잠깐도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성취를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믿음은 불자들의 삶이나 기도에 가장 근본이 되는 주춧돌입니다. 왜 이것이 근본인가? 믿음이 강하면 의심이 붙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실로 불자의 삶이나 기도에 문제가 되는 것은 의심입니다. 삼보의 가피와 불보살님의 자비에 대해 의심만 없으면 온전한 믿음이 형성되고, 믿음이 온전하면 일념의 기도를 할 수 있으며, 일념 一念의 기도를 하면 성취 못할 것이 없습니다.
될까? 안 될까?
나의 기도 방법이 맞는가? 맞지 않는가? 이러한 의심으로 스스로를 흔들기 때문에 일념과 자꾸만 멀어지게 되고, 일념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중도에서 포기를 하고 하차를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어떤 기도를 하든지 불보살님을 확실히 믿고 '나'의 열정을 남김없이 쏟으며 기도에 임해야 합니다. 청정하고 거룩한 불보살님들께서는 '당신을 위해 기도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아닌, 우리의 어려움을 구제하고 우리의 향상을 위해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진정한 의지처가 되어 우리를 감싸주시는 불보살님. 그분들께 한 점의 의심 없이 '나'를 내맡기십시오. 그리고 그 속에서 스스로를 비우고 스스로를 깨달아 가십시오. 스스로를 관찰하고 잘못을 참회하면서, 한 발 한 발 향상의 길로 나아가십시오.
일체 공덕을 두루 갖추고 계신 불보살님.
대자비의 눈으로 중생을 보살피는 불보살님.
중생들에게 복덕을 가득 베풀고자 하는 불보살님.
이러한 불보살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고 있으니, 인생이 아무리 괴롭다 한들 어찌 능히 헤쳐 나가지 못할 것이며, 바라는 바가 어렵다 한들 어찌 이룰 수가 없겠습니까?
모름지기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깊은 믿음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불보살님을 더 열심히 염하십시오. 불보살님을 향해 머리 숙여 예배하십시오. 분명 용기가 치솟고 새로운 힘이 생겨나면서, 모든 장애가 티끌처럼 흩어지게 됩니다. 잊지 마십시오. 나약한 중생의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고, 이룬 행복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기도입니다.
불행할 때, 어려울 때, 힘들 때 하는 것이 기도입니다.
그러므로 비록 지금은 믿음이 없을지라도, 마음을 자꾸 모으면서 기도를 해야 합니다.
왜 자꾸 마음을 모아 기도하라는 것인가? 무엇보다 기도가 '나'의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입니다. 번뇌 따라 이기심 따라 흘러 다니는 나를 붙잡아서 안정된 자리에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려움에 처하거나 방황을 할 때 기도를 하겠다고 결심을 하면, 결심을 한 자체만으로도 중심이 잡히기 시작합니다.
마치 의존할 데 없이 두려움에 떨면서 방황하던 이가, 자신을 잡아주고 구해줄 존재가 옆에 있다고 확신을 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이 줄어들고 안정을 되찾기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마음의 안정을 되찾게 되면 불행의 길을 벗어나 행복의 길로 들어서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걱정이나 번뇌에 사무쳐서 계속 마음이 흔들리고 불안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행복은 아득한 쪽으로 멀어지고 불행만이 판을 치게 됩니다.
그러므로 기도를 시작하였으면 흔들림 없는 신심을 가지고자 애를 써야 합니다. '불보살님께서 틀림없이 해결해주신다.'는 굳건한 믿음으로 임하여야지, '이 기도가 될까? 과연 가피가 있을까?'하면서 기도를 하게 되면 될 기도도 되지 않습니다.
신심 信心은 주춧돌입니다. 주춧돌이 흔들리는데 제대로 된 행복의 집을 어떻게 지을 수 있겠습니까? 반대로 굳건한 믿음으로 정성껏 기도하면 소원을 성취하지 못할 까닭이 없고, 행복의 집을 짓지 못할 까닭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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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까지 대구의 약전골목에는 유명한 대남한 의원이 있었습니다. 대남 한의원은 대한 불교 조계종 경상북도 신도회장을 역임한 여동명 거사가 경영했던 한의원으로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렸는데, 이 여동명 거사의 성공 뒤에는 어머니의 큰 사랑과 기도가 숨어 있었습니다.
일찍이 남편과 사별한 어머니는 외아들 여동명을 한의사로 만들 작정을 하였습니다. 당시에는 한의대나 한의원이 없고 한약방만 있었던 시절이었으므로, 그녀는 아들을 한약방의 종업원으로 보내 한의학을 익히게 했습니다.
처음 일을 한 한약방에서 배울 것이 없게 되었을 때, 어머니는 다른 한약방으로 아들을 보내 의술을 익히게 하였고, 그곳에서 배울 만큼배우게 한 다음에 또 다른 한약방으로 보내었습니다.
"이제 독립해서 한약방을 차려도 되겠다." 세번 째 한약방의 의원이 아들의 의술을 인정하자 어머니는 아들에게 개업을 도왔습니다. 그러나 충청도 연기군의 조그마한 마을에서 낸 한약방은 생계유지조차 힘들 정도로 잘 되지가 않았습니다. 그때 어머니는 백일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가까이에 절도 없었고 매일 절에 갈 처지가 아니었으므로, 집에서 부처님께 기도했습니다.
집안에 불상을 모시지 않았던 그 시절, 어머니는 남들이 모두 자는 한밤중에 일어나 목욕을 한 다음, 우물물을 떠서 집 뒤뜰이 판판한 돌 위에 놓고 아들 잘되기를 축원했습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목욕재계를 하고 부처님께 정성껏 기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화수를 떠서 뒤뜰로 가는데 사발이 손에 딱 붙는 듯하였습니다. 깜짝 놀란 그녀는 순간적으로 물그릇을 놓았는데, 그 사발에서 손가락이 떨어지지가 않았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발을 잡은 자리에 손가락 자국이 나서 푹 파여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어머니는 손가락이 딱 붙었던 그 자리만 잡고 정화수를 떠서 기도를 올렸으며, 마침내 백일 기도가 끝났을 때 계시가 있었습니다.
"아들을 데리고 남쪽으로 가서 '큰 대 大'자가 든 고을에 머물러라. 그곳에 가면 너의아들이 성공하리라." 아들과 함께 고향인 연기군을 떠난 어머니는 대전을 거쳐 대구로 왔고, 대구의 약전 골목에서 아들 여동명 거사가 대남 한의원을 열어 크게 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과연 이것이 무엇의 힘인가? 바로 기도의 힘입니다. 어떤 기도의 힘인가? 믿음과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기도한 힘입니다.
결코 잊지 마십시오. 누구라도 굳건한 믿음 속에서 정성껏 기도하면 영험은 반드시 나타나게 되어 있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정성껏 기도하면 소원이 성취되고, 현재의 행복과 미래의 행복이 보장됩니다.
갖가지 업보와 얽힌 인연 때문에 고통받는 이 사바 세계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면 굳건한 믿음으로 정성껏 기도해야 하고, 정성껏 기도하면 반드시 평화와 행복과 지혜의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그릇된 기도로는 안 된다.
그럼 어떻게 할 때 '정성껏 기도한다.'고 하는가? 기도 중의 어려움이나 게으른 생각 등과 타협하지 않고 마음을 하나로 모아가면 정성스러운 기도라고 합니다.
가령 어떤 소원이 있어 관세음보살을 부른다고 합시다.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관세음보살을 부르기를 꾸준히 계속하다보면, 차츰 익숙해져 어느덧 '관세음보살' 염불이 내 마음에서 끊어지지 않게 되고,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삼매경에 이르게 됩니다.
삼매경에 이르면 "관음경"의 말씀 그대로 불에 들어가도 타지 않고 물에 들어가도 빠지지 않게 된다는데, 어찌 우리의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겠습니까? 마음을 모아 정성껏 기도하면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불보살님을 확실히 믿고 꾸준히 기도하면 머지않아 일념을 이루어 소원을 성취하게 됩니다. 굳건한 신심으로 정성을 모으고 또 모으면 번뇌망상은 차츰 빠져나가고 마음이 하나로 뭉쳐지게 됩니다. 이때까지 열심히 기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적당히 하면서 요행을 바라는 기도를 하여서는 안 됩니다. 대충 하면서 요행을 바라는 기도로는 절대로 통하지 않습니다.
조선시대 영조 때의 일입니다. 강원도 강릉에 살았던 성成씨 총각은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가다가 가평 현등사에 이르렀습니다. 성씨 총각은 오랫동안 비어 폐사가 되다시피 한 현등사 법당 앞에서 지고 다니던 솥냄비에 밥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막 숟가락을 드는데 법당 안의 부처님이 보였으므로, 부처님 전에 밥 한 그릇을 올려놓았습니다. 하지만 억불정책 시대의 양반 체면에 절을 할 수는 없고 과거에는 자신이 없고 하여 퉁명스럽게 내뱉었습니다.
"어이 부처. 내 밥 먹고 과거에 합격시켜줘." 물론 성씨 총각은 과거에 낙방했습니다. 힘없이 고향으로 돌아가다가 다시 현등사에 하룻밤을 머물게 된 성씨 총각은 부처님을 보며 원망했습니다.
"누렇게 해 가지고 사람들 속이고 있네. 내 밥만 한그릇 똑 따먹고..." 그날 밤, 금빛 갑옷을 입은 신장이 나타나 성총각을 발로 짓밟으며 꾸짖었습니다.
"이놈아, 누가 네 밥을 먹었다더냐? 과거에 급제할 자신이 없으니까 요행을 바라면서 밥을 올린 주제에, 왜 허물을 부처님께 돌려? 네 놈이 지나가는 사람에게 밥 한 숟갈이라도 준 일이 있었더냐? 도대체 공덕이라고는 지은 것이 없는 놈이 무슨 원망이냐?
총각은 가위에 눌려 깨어났고, 생각해 보니 신장의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고향 집에 도착한 성총각은 아버지께 현등사에서 있었던 일을 아뢰었고, 아버지는 뜻밖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절의 부처님과 너와는 인연이 있는가 보구나, 네가 장가갈 때 쓸 돈을 지금 미리 줄 테니, 가지고 가서 그 절을 중수해라. 절을 고친 다음에 아침저녁으로 예불을 올릴 스님을 모셔다 놓고 글을 읽으면 틀림없이 과거에 급제할 것이다.
성총각은 아버지의 말씀대로 절을 고치고 스님을 모셔다가, 아침저녁으로 함께 예불을 올리면서 3년 동안 글을 읽었습니다. 마침내 성총각은 대과에 급제하였고, 나라에서는 그 사연을 듣고 "대선급제사"라는 편액을 하사하였습니다.
이 이야기가 일러주듯이 기도는 정성으로 하는 것입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도를 해야지, 적당히 요행을 바라고 기도를 하면 이루어지는 것이 없습니다.
'어이 부처, 내 밥 먹고 과거에 합격시켜줘.'이런 식의 기도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제 혼자만의 판단으로 '요만큼만 하면 되겠지.'하면서 적당히 기도해도 되지가 않습니다. 반대로 정성으로 기도하면 꼭 소원을 성취하고 행복을 이룰 수 있습니다.
똘똘 뭉친 정성으로 기도를 하면 나무나 돌이나 흙으로 만든 부처님으로부터 영험이 저절로 나옵니다.
아니, 불상이 없어도 가피가 쏟아집니다. 견실한 신심으로 정성 모아 기도하면 부처님과 반드시 통하게 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