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의식
1. 장례식은 고인이 세상에서의 고단한 삶을 마감하고 이생에서 마지막 이별을 하는 자리이다.
세상과 이별을 하는것은 나이순으로 차례가 아니다.
구순의 건강한 아버지가 황망하게도 칠순의 아들 장례식이 있는가 하면, 나이 적은 부인이 먼저 돌아가시어 남아있는 남편이 어이없이 3일내내 촛점 없는 표정으로 지내는 장례도 있다.
친한 벗의 급작스런 부고 소식에 충격을 받곤 한참 어이없어 하는 친구들은
하나같이 남은 생애 주변과 다투지말고 잘살아야 겠다고 고인 영정앞에서 다짐도 하신다.
2. 부친의 유고로 5형제가 장례식장에 모였다.
상주인 장남은 경제적으로나 건강상 힘이 없다. 세째나 네째 역시 경제적으로 좋아보이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넉넉해보이는 둘째가 모든 장례비용과 장지등 모든걸 결제하고 장례 지휘한다.
조문객도 둘째아들의 손님들이 많다.
장례의 방식은 둘째 며느리가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기독교식으로 정해졌다.
갑론을박은 있었으나 같은 형제들에 비해 둘째가 부자이고
장례비용을 모두 부담하기 때문에 다른 형제들의 의견은 무시되었다.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는데 45세의 막내 아들이 구석에서 술을 마시고 쭈구리고 앉아 슬피 울고 있었다.
이유인즉 부친 영전에 제사밥과 술이라도 한잔 올리고 싶었지만
기독교인 형님들의 눈치를 보고 못올려 불효를 하고 있다고 했다.
3. 입관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깨끗하고 정갈한 수의에 편한 모습의 메이크업을 한 고인이 누워 있다.
불교인들은 흔히 노잣돈이라는 죽은 자에게 천당가는 길에 소정의 돈을 넣어주는 경우가 많다.
물론 기독교인들에게는 그런것은 일절 없다.
노잣돈 금액이 적으면 고인의 화장과 함께 화장 소각로에 태워 없어지지만
금액이 몇십만원 정도되면 장례지도사들은 고인의 마지막길 목욕시키고 수의 입혀
고맙다고 고인이 주시는 여비라며 상주들에게 말씀드리고 가져간다.
4. 형제 자매들간에 종교가 모두 달랐다. 장남은 불교 차남은 기독교 누이는 천주교,고인은 종교가 없었다.
먼저 교회의 목사님이 오셔서 차남 가족들과 같이 입관 예배를 봤다.
찬송가가 울려퍼지고 기도하는데 다른 가족들은 애써 외면한다.
이어서 신부님이 오셔서 천주교 장례 미사를 하고,마지막 장남은 스님이 오셔서 불교 다비식으로 고인을 애도했다.
종교가 형제 자매들을 장례식장에서 갈라 놓았다.
5. 코로나가 장례문화를 바뀌 놓았다. 부고장에 '마음을 위로하고 전하실곳'이라는 은행 구좌번호를 스스럼 없이 붙혀 보낸다.
코로나로 조문객수도 한정이 되어 있다.
어느 상가나 조문객은 많이 줄었지만 돈있고 권세있고 명예있는 상가는 예외이다.
많은 조문객들로 코로나와 관계없이 변함없이 북적거린다.
코로나가 빈부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만들었다.
빈소없이 조문객을 받지않고 염습 입관 절차만을 거쳐 장례식을 생략한채 화장장으로 직행하여
산에 유골을 뿌려 고인의 흔적을 없애는 산골도 많아졌다.
코로나 이유이지만 사실은 조문 오실 조문객이 없다.
상주 본인이 평소 남의 애경사에 무관하게 안돌아보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의 부모는 주변 친지의 장례 조문 배웅도 못받고 저세상 황천길 행이다.
6.부인이 55세에 암으로 돌아가셨다.
그의 남편이 입관에 앞서 장례팀장에게 부인의 금니를 빼달라고 부탁했다.
장례팀장은 그럴수 없다고 했다. 옥신각신 다툼속에 장례식의 기막힌 상황은 오늘도 계속된다.
오늘도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고단한 세상을 마치고 저세상으로 떠난다.
이생은 축복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생이 낳다'
라고 어떤분이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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