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습관 바꾸기
이미나
이제 겨우 뱃속이 추슬러진 것 같아 차차 식어가는 미음을 입에 넣는다. 요사이 체기가 심하여 한의사 선생님의 지시대로 며칠을 굶자, 기운이 없었다. 자꾸만 속이 얹히니 음식을 섭취할 수 없어 링거를 맞으며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생활 패턴은 엉망이 되어버려 있었다. 소화제도 효험이 없고 꼭 여러 날을 굶어야만 속이 뚫리니 체할 때마다 큰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누워서 있더라도 속이 울렁거려서 안절부절못하며 제대로 쉬지 못하고 민간요법으로 수지침을 놓거나 바늘로 손을 따고 남편이나 아래층에 사시는 아주머니에게 등이나 어깨 마사지를 해달라고 부탁까지 해야 하는 상황들도 생기곤 하였다. 어디 그뿐인가 남편과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식사를 해주지 못하니 속이 탔다. 요리할 줄 모르는 남편은 임시방편으로 라면을 끓여 주니 영양 있는 식사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주부로서 빨래며, 설거지,청소, 그리고 아이들을 보살피지를 못하며 모든 것이 흐트러져 버렸다.
그저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체하는 증상은 1년 반 전부터 나타났다. 1달 반에 한 번씩은 주기적으로 체하고 적어도 3~4일은 식사를 못 하며 앓았다.
그때마다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으려 치료를 받아야 했고 몸이 아픈 상태에서 직업인 시니어 강사로서 어르신들 앞에서 힘 있고 밝고 즐거운 모습으로 수업해야 하니 곤혹스러운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주일 넘도록 계속 속이 울렁거렸다. 처음에 4~5일 가까이 굶었다가 몸 상태가 호전된 듯하여 천천히 죽부터 먹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또다시 얹혔다. 다시 2~3일을 굶었고 며칠 사이 링거를 2번이나 맞으면서 기력을 얻었던 것이 전부였다.
그럴 때마다 그저 이런 생활에 익숙하여서 별다른 자구책 없이 지나쳤던 것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던 것 같다.
다른 때보다도 더 심하게 앓고 난 이번에는 기필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지인들의 권유로 건강검진을 받아보았다. 하지만 검사 결과는 역류성식도염 외에 별다른 이상 소견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무엇이 문제일지 분석해 보았다. 나와 지인들의 바라본 나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내가 식사를 빠르게 하는 것이라고 의견이 모아졌다. 식사를 빠르게 하니 소화력이 떨어지고 위와 장에서 부담을 느껴 자주 장애를 일으키는 것이라는 말에 나 역시도 반론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를 차려서 평소 먹던 식사량의 절반으로 양을 줄여서 천천히 여러 번 꼭꼭 씹어 먹었다. 식사량이 많으면 빨리 다 먹어야 한다는 마음에 식사 속도가 다시 빨라질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식사량이 줄어드니 천천히 식사하는 습관이 저절로 몸에 배기 시작했다. 식사뿐만이 아니라 간혹 간식을 먹게 되더라도 양을 줄여 먹게 되니 그 역시 천천히 먹게 되었다. 여러 날을 그렇게 하자 놀랍게도 체하는 증상도 사라지고 변비도 사라졌다.
이런 일을 통해 식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득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식습관뿐만 아니라 내 생활에 전반적으로 무엇이든지 한꺼번에 빠르게 해 버리는 그 습관을 이참에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습관들은 집안 살림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빠른 시간 안에 모든 것을 마무리하려는 습관은 때로는 다음에 한꺼번에 하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 자꾸만 해야 할 일들을 미루곤 하였다. 그 결과 제때 일을 마무리하지 못해 살림이 흐트러지는 경우도 번번이 있었다.
이런 습관들을 매일 천천히 조금씩이라도 하면서 어질러진 청소와 빨래, 그리고 음식 만들기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겼다.
가장 먼저 집 안 청소부터 서서히 습관을 들여갔다. 다 하지 않아도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으로 조그만 예원이 방부터 빗자루로 쓸고 걸레로 닦자 깔끔하게 정돈된 방이 되었고 마음이 뿌듯해졌다. 하지만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이번에는 이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은 거실과 침실을 쓸고 닦고 또 그다음 날은 규원이 방,욕실과 다용도실을 청소하면서 목표를 이루었다. 조금씩 성과가 보이니 뿌듯하고 흐뭇하였다. 자투리 시간을 아껴서 살림하다 보니 주변도 더욱 깨끗해졌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조그만 목표들을 계속 이루어 마음먹은 바를 마침내 마무리 짓는 성취감도 제법 컸다.
내 안에 작은 열심들이 많은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되었다.
항상 직장 일로 인한 준비와 육아와 가사, 글쓰기, 피아노 반주 연습하기 등 여러 가지 일로 동분서주하는 내게 삶의 지혜와 요령을 터득할 수 있어 기뻤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쉽게 체하지 않고 며칠 동안 앓지 않는 것이 가장 반가운 일이었다.
몸이 아프지 않으니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순리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내 가족과 내 주변이 차질 없이 삶의 바퀴가 굴러가고 있음에 습관의 중요성을 통감하게 되었다.
과연 습관이 삶을 변화시킨다는 말이 틀림없는 격언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성격이 급한 탓에 그동안 너무나 여유 없이 빨리빨리 라는 구호를 외치며 살아온 것을 되돌아보며 이제는 천천히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가슴에 새겨야 하겠다.
그리고 미루는 습관을 버리고 생각날 때 조금씩이라도 시작부터 하는 습관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엄마로서 아내로서 가족들이 좋아하는 김밥을 만들기로 했다.
김밥 재료인 지단, 햄, 우엉, 단무지, 당근을 준비하여 김밥을 말기 시작한다. 이제 조금 있으면 맛있는 김밥을 먹으며 웃을 남편과 아이들을 떠올려 보니 금세 행복감에 빠져든다. 특히나 식성이 까다로운 예원의 입맛에 안성맞춤이 되게 맛깔나게 차려질 김밥 만들기를 재촉한다. 어느새 김밥이 다 되었냐며 들뜬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주방에 가득 찬다. 그 순간 습관은 진정 내 삶을 변화시킨다는 말이 다시금 귀에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