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장하준 교수의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읽었습니다.
성경에서 사마리아인들은 나그네에게 못된 짓을 일삼는 사악한 사람들로 나온다고 합니다.
그에 대한 비유적 표현으로 가난한 나라들에게 부자 나라들은 나쁜 사마리아인들로서 어떤 나쁜 짓을 하는지 저자는 보여 줍니다. 저자가 책 속에 든 예들은 방대해서 18세기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을 오가고, 유럽과 아프리카, 아메리카와 아시아 모든 나라들의 실증적인 예를 바탕으로 자료를 조사해 보여 줍니다.
335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통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부자 나라들이 나쁜 사마리아들이 되지 말고 그들이 처음 부유해질 수 있었던 올챙이 적을 생각해 개발 도상국들에게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와 여건을 만들어 주자는 것입니다.
영국이나 미국, 일본 등 이른바 선국진들이 부자 나라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유 무역이 아니라 보호 무역 속에서, 자유주의 시장 경제가 아니라 국가주의 정책을 사용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조목조목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관세를 높게 매겨서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고, 외국 자본은 무방비가 아니라 대비책을 세운 후에 들여 오고 말입니다. 그리하여 어느 정도 자국 경제가 틀이 잡히고 윤기가 돌고 나서야 관세를 낮추고 외국 자본에 너그러워질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무역 자유화는 경제 발전의 원인이 아니라 경제 발전의 결과, 라고 못 박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가난한 나라들에게 자유 무역을 해야 경제 발전이 이루어질 것처럼 떠벌린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세계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저자의 표현 대로라면 사악한 삼총사-IMF, WTO, 세계은행-를 필두로 해서 말입니다.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영국으로 유학한 장하준 교수는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우리 나라의 예를 많이 언급합니다.
전쟁을 겪은 후 세계에서 몇 째 안 가는 빈민국이었던 한국 경제의 놀라운 발전 속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한국의 경제 발전 역시 무역 자유화 덕분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산업을 키웠고 보호 무역을 실시했고 투자를 하는데 끊임없이 정부에서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지요. 즉 시장에 온전히 맡겨서 나온 경제 발전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개발 도상국들이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그들이 온전한 힘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자유 무역과 시장 제일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즉, 부자 나라들에게 이로운 자유 무역과 시장 제일주의 논리을 개발 도상국들에게 적용시키지 말라고 많은 자료를 통해 설득하고 있습니다. 개발 도상국들이 잘 살아야 오히려 부자 나라들에게도 이롭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저는 이 책에서 문화와 부정부패에 대한 저자의 연구가 신선했습니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인과 독일인들이 도둑질 잘 하는, 혹은 게으른 민족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즉, 각각의 민족성과 문화적 수준 때문에 부국이 되는 것은 아니고 경제적인 발전으로 인해 국민성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쪽으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도 코리아 타임,이란 게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진 지 오래라는 예도 들더군요.
또한 정치적으로 부정부패가 만연하더라도 경제 발전은 이루어질 수 있고, 부정부패가 있어서 경제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나라의 예도 함께 나옵니다. 우리 나라는 부정부패가 만연했음에도 경제 발전이 이루어진 나라에 속하는 거죠.
저는 장하준 교수의 책을 읽고 그의 균형 잡힌 시각에 공감했고 신선했습니다.
부자 나라들이 관대함과 인간성을 저버리고 가난한 나라들을 무시하고 짓밟는 현 작태에 대해 다만 비난하지 않고, 신자유주의가 가진 한계를 욕하지 않고 다만 개발 도상국들이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진정으로 그들이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자는 인간적인 경제를 설득하는 과정이 읽는 내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첫댓글 사마리아인은 주전 700년경 앗시리아의 사르곤 2세가 유대 사마리아를 점령한 후 유대인과 혼혈된 사람들에게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사마리아인들을 혼혈이라 하여 이들을 적대했지만, 오히려 예수님은 이들을 친근히 대하셨고 특히 곤경에 처한 사람을 적극적으로 도운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나쁜 사마리아인이라는 제목이니 더욱 관심을 갖게 하는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독후감을 잘 읽었습니다. 그 나쁜 3총사도 이번 G20 회담에 참석했지요. G20의 구호가 shared growth beyond crisis.이더군요. 혁명의 시대는 물론 가고 개혁의 시대도 가고 이젠 관리의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불균형의 문제가 약자의 저항이 있을 때 해결되는 것이지 절대 강자의 시혜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게 제 생각인데....잘 정리한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마리안인의 얘기는 도덕과 정의에 대한 의무론과 공리론을 설명할 때 많이 인용되는 예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저항의 논리가 내포되어 있어서 기득권층 내지 계급이 지배하는 국방부에서 그렇게도 싫어하는 서적으로 자리한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