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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라기엔 이른 시간인 오전 5시 20분 쯤,
아직 잠자리에서 단잠을 자고 있는데 남편이 " 수리부엉이가 닭장에 들어 왔어." 하지 뭔가.
나는 아직 잠이 덜 깨어서인지 수리부엉이라는 이름을 듣고도 머리로는 다른 새로 착각을 했다.
그러니까 낮새인 매라고 생각을 했다.
낮에 매가 우리 닭장에 들어왔다가 들어온 구멍을 찾지 못해 갖혔나 보다 그랬다.
그런데 좀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밤에 활동하는 수리부엉이가 지난 밤에 먹이 사냥을 나왔다가 고만 닭장에 갖히는 신세가 되어 버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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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그새 인터넷으로 수리부엉이에 대해서 검색을 하더니 천연기념물이라며 가볍게 흥분을 했다.
천연기념물이라면 그야말로 우리가 소중히 보호해야 할 자연유산이 아닌가.
수리부엉이의 몸길이는 약 66㎝이다. 몸 전체가 황갈색을 띠며, 가슴·등·날개에는 검은 줄무늬가 있다. 그 밖의 부분에는 암갈색 무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텃새로 중부 이북 지방의 깊은 산 암벽과 강가의 절벽에서 생활한다. 낮에는 곧게 선 자세로 나뭇가지나 바위에 앉아 있고 주로 밤에 활동한다. 주로 꿩, 산토끼, 집쥐, 개구리, 뱀, 도마뱀 등을 먹는다. 올빼미와 부엉이류는 오염된 먹이로 인해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으며 번식지를 비롯한 월동지와 서식지의 파괴, 인간에 의한 마구잡이 등의 원인으로 나날이 그 수가 감소하고 있다. 올빼미와 부엉이류는 국제적으로 보호되고 있는 새들로서 우리나라에서도 10종 중 7종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출처 - 다음에서 검색한 자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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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닭이 좋아서 기르기 시작한 지 근 십여 년,
집 옆의 빈 터에 닭장을 만들어서 몇 십 수의 닭을 키우고 있다.
닭장이라고 했지만 나무로 만든 그런 작은 규모의 닭장은 아니다.
비닐 하우스를 만들 때 들어가는 재료로 닭장을 크게 지어서 닭들이 놀 수 있도록 해놓았다.
올 봄에는 그 옆에 또 잇대어서 놀이터를 하나 더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땅을 돋우느라 객토를 해서 그런지 풀이 나지 않았다.
먹잇감이 없어서 그런지 닭들은 통 그리 들어가서 놀지 않았다.
그래서 일껏 만들어 놓은 닭 놀이터는 늘 텅 비어 있었다.
마당에 닭을 풀어놓으면 놀이터를 따로 만들어 줄 필요가 없는데 뭐 하러 품을 들여 놀이터를 만들어 주었을까.
그것은 매 때문이었다.
이상하게 닭이 자꾸 줄어드는 것 같다며 남편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백 마리 이상을 부화시켜 키우다가 수탉이 좀 많은 듯 하여 잡아서 이웃들에게 선물로도 주고 또 우리도 간간이 보신을 하곤 했는데, 그렇게 하고도 남은 게 육칠 십 수 이상은 되었다.
그런데 언젠가 부터 닭이 좀 적은 듯 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도대체 우리 집에서 자라는 닭이 몇 마리나 되나 싶어 수를 세어보려고 했지만
닭들이 어디 한 자리에 가만히 있나.
그래서 정확한 숫자는 모른 체 어림짐작으로 예순 마리 쯤은 되겠지 생각하며 지냈다.
작년 가을의 어느 일요일 한낮이었다.
마당에 놀고있던 닭들이 꼬꼬댁거리면서 야단법석을 피우지 뭔가.
그래서 나가보니 매가 닭을 한 마리 잡아서 막 뜯어먹는 참이었다.
그제서야 그 동안의 궁금증이 풀렸다.
우리 집 닭들의 숫자가 적어진 듯 싶었는데 그게 매들의 짓이었구나.
그 이후로 닭들은 자유를 잃었다.
사람이 있는 주말에만 닭장 문을 열어주고 주중에는 늘 닭장 안에서 놀아야 했다.
그래도 매는 우리 집 위 하늘을 맴돌곤 했다.
언젠가 또 한 마리 낚아챌 틈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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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부엉이는 새로 만든 놀이터 안에 있었다.
주변에는 까마귀랑 까치 몇 마리가 날아다니며 시끄럽게 울고 있었고
우리 집 닭들도 보통 때와는 다른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부산스럽게 울어댔다.
참 희한도 하지.
도대체 어디로 들어온 것일까.
그물망을 해둘러서 들어올 구멍이 없는데 어디로 들어왔을까.
이리저리 사방을 둘러보며 궁리를 해봤지만 구멍은 보이지 않았다.
수리부엉이는 사람이 근처에 왔다갔다 하니까 불안한 모양이다.
내가 근처로 가면 저 쪽으로 휙 날아오르고 또 그 쪽으로 가까이 가면 반대편으로 날아오른다.
수리 부엉이에게는 안 됐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는 나는 자꾸 부엉이 근처로 다가갔다.
언제 또 이렇게 가까이에서 수리부엉이를 만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니 오늘 자세히 관찰을 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그물망을 제치고 닭장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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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조심 다가갔다.
수리부엉이는 콧바람을 일으키며 휙휙 하는 소리를 냈다.
가까이 오지 말라는 경고음 같이 들렸다.
그래도 한 발 한 발 살살 다가갔다.
몇 미터 앞에 멈춰서서 가만히 바라보니 저도 나를 가만히 본다.
마치 단추를 붙인 것처럼 동그란 눈을 깜박이지도 않고 계속 나를 주시한다.
주둥이 밑에 마치 하얀 손수건을 두른 것처럼 보이는 털이 계속 탈탈탈탈 떨린다.
입으로는 쉿쉿 소리도 간간이 낸다.
그러다가 휙 날아오른다.
날개바람이 세다.
새를 연구하는 아는 분에게 연락을 드리니 발톱을 각별히 주의하라고 하면서 놔주라고 했다.
호기심이 동해서 자세히 관찰해 보고 싶었지만 내가 접근할 수 있는 거리 이상은 가지 않았다.
육식 조류이니 발톱과 부리가 날카로울 것은 안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니 새에게서 눈을 떼지 말고 저도 또 나도 서로를 용인할 수 있는 거리에서만 관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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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와 까치가 주변을 계속 맴돈다.
전선에 앉아서 내려다 보다가 또 무리를 지어서 깍깍 대면서 짖어댄다.
밤에는 수리부엉이가 강자이지만 낮에는 저 놈들에게 당할 지도 모른다.
제왕의 풍모를 지닌 수리부엉이가 저런 오합지졸에게 치욕을 당하는 꼴을 어찌 두고 볼 수 있겠는가.
그래서 풀어주려던 마음을 접고 가만히 두기로 했다.
어둠살이 끼면 그물망을 잘라서 수리부엉이를 자연의 품으로 돌려 보낼 생각이다.
그러니 수리부엉이야, 불안하겠지만 그냥 지내거라.
다행히 우리 집 근방에는 사람이 별로 나다니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어둠살이 낄 때까지 조금만 참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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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마음씨가 이뽀요 꼭 돌려보내주세요
스스로 날아가도록 해놨더니 날아갔더군요.
저희는 오늘 둘 다 일이 있어서 아침부터 집을 비웠거든요.
그래서 날아가는 모습도 못 봤어요.
지금쯤 자기 자리에서 잘 지내고 있겠지요?
일이 있어 나가야 되는데 마음이 놓이지가 않네요.
마치 보물을 집 안에 둔 것처럼 집을 비우려니까 불안해요.ㅎㅎ
나갔다가 돌아올 때까지 잘 지내야 될 텐데...
귀한새 수리부엉이 잘보았어요 미감님~~^^
네, 정말 잘 생긴 새였어요.
아주 잘 생겼더군요.
와우 동물원이 아닌 자연에서 수리부엉이를 보다니, 미감님이 부럽습니다. 사진 좀 많이 찍으셨어야죠. 한 500장 쯤 ㅎㅎㅎ
정말 귀한 경험을 한 복도 많은 미감님 축하드립니다. 건강하세요.
선생님을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오셨더라면 작품 많이 찍었을 텐데...
지금에사 생각해보니 아쉽네요.
ㅎㅎㅎ
주범을 가둬 놓으셨군요^^
저도 상계동 수락산 밑에 살때는 수리부엉이. 소쩍새 많이 보았어요... 밤송이 같은 소쩍새집도 훔쳐보구
오랬만에 붜엉이 구경 잘했습니다.
스스로 알아서 날아갔답니다.
오늘 출근해서도 내내 수리부엉이를 걱정했는데, 그 놈은 그렇게 잘 날아갔더군요.
제가 어렸을때 키워봐서 좀 아는데 얼릉 풀어주세요...
먹이는게 장난이 아닙니다.
근데 지붕도 그믈망이 있는데 들어왔어요....???
그러게 말이에요.
도대체 어디로 들어왔는지 통 알 수가 없어요.
오늘 아침에 김쌤이 출근하면서 그물망을 찢어놓고 갔어요.
자기 스스로 알아서 날아가라고 크게 그물망을 십자로 쭉 찢어놓고 갔는데,
아침 10시 까지는 그대로 있었는데, 저녁에 퇴근해 보니 날아갔는지 안 보이더군요.
아주 많이 서운하고 아쉬웠어요.
다시 원없이 훨훨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거든요.
작년에 수리부엉이 부상당해 조류보호단체에서 와서 구해준적 있어요
그때 생각이 나네요~얼마나 불쌍한지..
사진좀 보실래요
낚시마늘이 부리에 꽂혀있어 먹지도 못해 탈진해있었던 수리부엉이예요~
어쨌든 미감님도 별 경험을 다 하시네요..나도 그런데..ㅎ
맞아요.
작년에 초콜렛님이 수리부엉이를 구조해준 적이 있지요?
수리부엉이가 그렇게도 멋진 동물인 줄 처음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