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미쳤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의 친척들이 예수님께 서 미쳤다는 소문을 듣고
예수님을 붙잡으러 나섭니다.(마르 3,21 참조)
그들은 예수님으로 인해 친족 전체가 수치를 당할까 우려하여 예수님을 붙잡으러 나선 것입니다.
그런데 왜 예수님께서 미쳤다는 소문이 돌았을까요?
그것은 예수님이 당시 사람들의 생각과 삶의 틀, 기존의 관습과 법 제도에서 벗어나
파격적인 행보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럼, 오늘 복음과 그 이전에 나오는 예수님의 미친 모습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예수님이 레위를 제자로 부르셨는데, 그는 세리였습니다.(마르 2,14 참조)
당시 사회에서 세리는 창녀와 함께 대죄인으로 간주하였습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대죄인을 제자로 부를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이 제정신이 아닙니다.
예수님이 많은 세리와 죄인과 식사하시며 형제애를 나누셨는데,
이 모습을 본 유다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비난합니다.(마르 2,15-16 참조)
왜냐하면 그 모습은 유다의 사회 규범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행위였기 때문입니다.
유다 지도자들은 이런 부류의 사람들과는 일절 상종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그들이 볼 때 예수님은 미친겁니다.
예수님이 안식일에 손이 오그라든 병자를 고쳐 주셨는데,
안식일 법에 따르면 안식일에는 생명이 위독한 경우가 아니면 치료 행위가 일절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안식일 법을 어기고 병자를 고쳐주셨습니다.
예수님에겐 법보다 사람이 먼저이고 사람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바리사이들과 달리 병자를 율법의 차원이 아니라 사랑과 자비의 차원에서 대했습니다.
법을 어기면서까지 병자를 고쳐주신 예수님은 그들이 볼 때 제정신이 아닌 겁니다.(마르 3,1-6 참조)
예수님은 구름떼처럼 몰려온 군중들 때문에 음식을 들 수조차 없었습니다.(마르 3,20 참조)
그 군중들 속에는 수많은 병자와 마귀 들린 자들이 있었습니다.(마르 1,32-34 참조)
예수님은 쉴 틈도 없이, 끼니도 거른 채 그들을 고쳐주시며 자신을 희생하셨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돈벌이나 자신의 영화와 안위를 위해서라면 예수님처럼 행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수많은 병자와 가난한 변두리 인생들을 위해 그렇게 행동하셨습니다.
미치지 않고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는 겁니다.
예수님은 정말 미쳤습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그리 세상을 거스르는 파격적인 삶을 살 수 있겠습니까?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그리 유다 지도자 들과 당당하게 맞설 수 있겠습니까?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그리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삶을 살 수 있겠습니까?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그리 죄 인을 위해 십자가에 목숨을 내어놓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스도인은 세상이 보기에 미친 사람 같아야 합니다.
세상으로부터 ‘미쳤다’라는 말을 들어야 예수님을 제대로 믿고 있는 겁니다.
세상을 살아가는게 익숙하고, 편하고, 세상에 잘 어울리는 사람은 그리스도인이 아닙니다.
여러분 모두 예수님에게 이 말씀을 듣기를 희망합니다.
“너도 나처럼 미쳤구나,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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