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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6V 바이퍼 전투기
21세기에 맞춰 ‘매’에서 ‘독사’로 진화한 4.5세대 베스트셀러
정면에서 바라본 F-16V의 모습. 기수의 뾰족한 돌기는 피토관 외에 센서류이며, 조종석 좌우에 삼각형으로 튀어나온 부분이 여분의 연료를 탑재한 컨포멀 탱크(CFT: Conformal Tank)이다. (출처: Lockheed-Martin Corp.)
개발의 역사
1978년에 처음 실전 배치되어 50년 가까이 4,600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항공기인 F-16 시리즈는 역사적으로도 가장 성공적인 4세대 전투기로 손꼽힌다. F-16이 등장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인 경량형 전투기 사업(LWF: Lightweight Fighter Program)은 미 공군이 베트남 전쟁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추진한 야심작으로, 이는 조종사이자 연구자인 존 보이드(John Richard Boyd, 1927~1997) 대령과 국방부 관료인 동시에 수학자인 토머스 크리스티(Thomas Philip Christie, 1934~) 박사가 제창한 에너지-기동성 이론(Energy-maneuverability theory)에 입각하여 전투기의 요구도를 수립한 사업이었다. 이 이론의 골자는 최소한의 에너지 손실로 기동할 수 있는 작은 경량급 전투기가 향후 공중전에서 우세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으로, 이에 동조하는 집단은 “전투기 마피아(fighter mafia)”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보이드 대령(좌)과 크리스트 박사(우)는 에너지-기동성 이론으로 경량전투기 시대를 열었다. <출처: Public Domain>
미 공군은 이 이론에 기반하여 LWF 사업을 추진했으며, 1972년 제안요청서(RFP: Request for Proposal)를 발행하자 제네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 노스롭(Northrop: 現 노스롭-그루먼)을 포함한 5개 업체가 RFP에 회신했다. 공군이 그중 2개 업체를 추리면서 제네럴 다이내믹스의 모델 401(Model 401)과 노스롭의 P-600으로 추리자, 파이터 마피아는 LWF 사업이 반드시 추진될 수 있는 예산이 할당되도록 노력을 쏟아부었다. 이후 미 공군은 경합 끝에 제네럴 다이내믹스의 모델 401을 LWF 사업 기체로 선정했으며, 정식 제식 명칭으로 YF-16을 부여한 후 별칭으로는 매를 뜻하는 “팰컨(Falcon)”이 붙었다. 하지만 실제 야전에서는 독사를 의미하는 “바이퍼(Viper)”라는 별칭으로도 통용됐다.
이후 F-16의 활약은 전 세계적으로 눈부셨다. 2010년까지 전 세계 27개국에 4,500대가 넘는 F-16이 팔렸으며, 대한민국, 일본, 중화민국(타이완) 등에는 기술 이전 형태로 기술이 전수되어 F-16 설계에 기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T-50 골든이글(Golden Eagle)이나 일본 미쓰비시(三稜) 중공업의 F-2, 타이완 AIDC의 F-CK-1 징궈(經國) 전투기 등이 탄생했다.
F-16V의 전체적인 모습을 그린 CG. (출처: Lockheed-Martin Corps)
반세기 넘게 고객의 요구도 변화를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진화해 온 F-16 시리즈는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 최종 진화(進化) 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주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가맹국이나 미국의 동맹국 공군의 주 기종이 서서히 F-35 라이트닝 II(Lightning II)로 바뀌어 가고, 미 공군 역시 5세대 전투기인 F-22 랩터(Raptor) 및 F-35를 주 기종으로 운용하는 만큼 4세대 전투기인 F-16도 상호운용성 향상을 위해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 미래의 F-16이 기대받는 능력은 적 방공망 제압(SEAD: Suppression of Enemy Defenses) 임무 외에도 공대공, 공대지, 적지종심 작전 및 해상 차단 능력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주요 잠재 적국의 주 기종 역시 계속 능력이 진화하고 있으므로 이에 맞춰 F-16의 능력도 향상시킬 필요가 있었다. 특히 적기의 원거리 탐지 및 포착 능력, 실시간 추적 능력, 전천후 상황에서 탐지가 어려운 표적의 식별 능력 등이 필요해졌고, 무엇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운용 유지비를 최소화하는 것이 미래 F-16의 방향성이었다.
F-16 초기형(A/B)을 도입했던 타이완이 기존의 기체를 현대적 요구에 맞게 최신형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바이퍼' 형상이 제안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무엇보다 구형 F-16의 업그레이드가 가장 절실했던 국가는 초기 형상인 F-16(A/B)을 도입한 타이완이었다. 타이완은 미국의 부시(George H.W. Bush) 행정부 시절이던 1992년,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에 의거하여 ‘피스 펭후앙(Peace Penghuang[鳳凰])’ 사업을 통해 150대의 F-16 블록 20형(120대의 A형과 30대의 B형)을 도입했다. 당시 타이완은 기존에 운용하던 노후 F-104 스타파이터(Starfighter)와 F-5E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해 F-16 도입을 타진했으며, 미국은 중국을 자극할 가능성 때문에 F-16 후기 형상(C/D)이 아닌 초창기 형상을 판매했다. 하지만 초기형 F-16 150대는 노후 F-5E만 교체할 정도의 물량이었으며, J-11 등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의 신형 기종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었으므로 타이완 정부는 계속 미 정부에 신형 전투기 판매를 요청했다. 타이완 정부는 최초 F-35 라이트닝 II 도입을 희망했으나 미 정부에서 끝내 판매 승인을 해주지 않자 F-16 C/D형 추가 도입으로 방향을 틀어 협상했다. 오랜 협상 끝에 미 정부는 1999년 타이완에 F-16 블록 52형으로 66대를 판매하기로 했으나, 2000년 5월, 타이완의 신임 총통으로 야당 민진당(民進黨) 소속의 첸슈이비엔(陳水扁, 1950~) 후보가 당선되자 국민당(國民黨)이 장악하고 있던 중화민국(타이완) 입법원(立法院)은 F-16C/D형 추가 구매 예산을 빼 버렸다. 미국은 이 상황에서 타이완과 계속 협상을 진행하고자 했으나 난항이 계속되자 2005년에 협상을 중단했다. 타이완은 2008년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1950~) 후보가 총통에 당선되자 다시 F-16 도입을 놓고 미국과 협상을 재개했으나, 이번에는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다. 당시 세계기후변화 이슈를 주도하던 미국은 중국의 협조가 필요했으므로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타이완에 대한 신형 전투기 판매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 시기부터 중국 인민해방군의 전력이 급속도로 현대화하면서 양안 간 재래식 전력의 대칭성이 크게 무너질 조짐이 보이자 오바마 행정부는 신규 전투기 판매 대신 기 보유 전투기의 업그레이드를 제안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1992년에 판매한 F-16 A/B형 중 약 100여 대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어쨌든 신규 판매가 아니므로 대만관계법을 위반하거나 중국을 자극할 명분을 주지 않았고, 타이완 입장에서는 신기종에 가까운 업그레이드 기체를 얻을 수 있으므로 쌍방을 모두 만족시키는 묘안이었다. 이에 따라 미국의 F-16 제조사인 록히드-마틴은 타이완의 현지 항공업체인 AIDC(Aerospace Industrial Development Corporation, 혹은 한샹항공공업고분유한공사[漢翔航空工業股份有限公司]와 공동 투자 형태로 F-16의 새 형상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이 최신 형상에는 “V”라는 형상 부호를 부여하기로 했다. 또한 별칭도 “V”라는 부호와 머리글자를 맞추기 위해 그간 비공식적으로 불러온 이름인 “바이퍼(Viper)”로 정했다.
록히드-마틴이 사우스캐롤라이나(South Carolina)주 그린빌(Greenville) 공장에 설치한 F-16 블록 70/72형 조립 라인. 록히드-마틴은 2021년 현재 총 5개국으로부터 128대 주문을 받은 상태이므로 이곳에서 기체 양산을 실시 중이다. (출처: US Air Force)
한편 미 공군 역시 초창기형 F-16A/B형의 현대화가 필요해졌으므로 2012년부터 F-16 업그레이드 사업, 통칭 CAPES(Combat Avionics Programmed Extension Suite) 사업을 발주했으며, 원 제조사인 록히드-마틴(최초 제작은 제네럴 다이내믹스가 했으나, 1992년 항공 부문만 분리해 록히드에 매각)에 사업을 의뢰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미국과 타이완 양국은 공동으로 F-16 업그레이드 사업을 시작했으며, 우선적으로 집중한 부분은 F-16의 스텔스성의 향상과 능동형 전자주사식(AESA) 레이더의 장착이었다. F-16V는 AESA 레이더 장착 외에도 신형 전자전장비와 항전장비를 교체했고, 조종석을 전면 디지털식으로 바꾸었으며, 정보 교신량을 증가할 수 있도록 용량과 처리 속도가 향상된 데이터 링크 체계를 깔았다. 또한 항속 거리를 향상시키기 위해 F-16E/F에서 이미 적용된 적이 있는 항공기 외장 장착형 연료 탱크, 통칭 ‘컨포멀 탱크(CFT: Conformal Tank)’를 설치했다. 록히드-마틴은 F-16V 사양으로 업그레이드된 F-16 블록 70형을 같은 해 2월 15일에 열린 싱가포르 에어쇼(Singapore Airshow)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미국 에드워즈 공군기지에서 무장투하 테스트 비행 중인 대한민국 공군용 KF-16V의 영상. 인도 전이므로 미 공군 마킹이 새겨져 있다. (출처: 유용원 TV 유튜브 채널)
하지만 정작 미 공군은 CAPES 사업을 예산 문제로 진행을 못하다가 취소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이 절실했던 타이완은 자비 부담을 늘리면서까지 F-16V의 개발 및 시험 예산을 댔고, 그 결과 2015년 10월 16일에 F-16V의 초도 비행을 실시했다. F-16V는 이날 처음으로 AN/APG-83 “세이버(SABR: Scalable Agile Beam Radar)” AESA 레이더를 F-16V에 장착하고 비행했다. F-16V 업그레이드는 록히드-마틴과 타이완의 AIDC가 공동 투자하여 향후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F-16V의 업그레이드 혹은 F-16V의 신규 판매 수익을 배분하기로 했다. F-16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4,600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인 만큼 앞으로도 한참 동안 더 “바이퍼”로 진화한 “팰컨”이 전 세계 하늘을 누비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징
큰 틀에서 볼 때 F-16V의 외양은 기존 F-16의 모습과 유사하나, A/B/C/D 형상보다는 블록 60/62형인 E/F 형상에 가깝다.
우선 F-16V의 조종석 계기판 중앙에는 이스라엘 엘빗 시스템즈(Elbit Systems)에서 개발한 6”x8”의 대형 기둥형 디스플레이(pedestal display) 창이 설치됐으며, 최신형 미션 컴퓨터, 용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이더넷(Ethernet) 데이터 버스, 신형 자동 지상 충돌회피 시스템을 비롯, 항전장비와 전자장비 체계가 대폭 향상되었다. 특히 “V” 업그레이드는 블록 형상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현존 F-16을 대상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F-16V의 형상. 기존의 F-16과 유사하지만 블록60/62에 가깝다. <출처: Public Domain>
F-16V가 기존 F-16A~F형과 가장 현격한 성능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레이더 탐지 및 운용 능력이다. 제조사인 록히드-마틴은 기존 F-16 시리즈에는 통합이 어려웠던 AESA 레이더를 통합하는 핵심 기술을 개발해 초기형 F-16에도 AESA 레이더 장착이 가능해졌다. F-16V에는 노스롭-그루먼(Northrop-Grumman)사의 AN/APG-83 압축형 고속 빔(SABR: Scalable Agile Beam, “세이버”) 레이더가 채택되어 기존의 AN/APG-66이나 AN/APG-68 레이더를 대체한다. F-16V의 AESA 레이더는 다층 무선 영역에 레이더 신호를 뿌릴 수 있어 상대방에게 역탐지 당하거나 재밍(jamming) 당할 가능성이 낮으며, 반도체 소자를 이용해 항공기 주변의 탐지 영역과 범위,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AN/APG-83 레이더는 기존 기계식 레이더에 비해 처리 능력과 전송 속도가 높아졌으며, 원거리에서도 현저하게 뚜렷한 지상 지형을 그려낸다. AN/APG-83은 최대 탐지 범위가 370km를 넘으며, 대당 가격은 약 250만 달러로 알려졌다. AN/APG-83 레이더는 전천후로 표적 탐지 및 획득이 가능하며, 신형 능동/수동 내부 전자전체계(“바이퍼 쉴드[Viper Shield]”)가 통합되어 있어 전자전 대응이 가능해졌다.
F-16V의 조종석 디스플레이 목업. 패널 중앙 하단에 기둥식 대형 디스플레이 창(CPD: Center Pedestal Display)이 특징적이다. (출처: Chris Pocock/AINOnline)
“V”사양 업그레이드 패키지는 고객국의 요구에 따라 바뀔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능동형 전자주사식(AESA) 레이더, 모듈식 미션 컴퓨터, 대용량 고속 이더넷(Ethernet) 링크 데이터 통신체계, AN/APX-125 고급 피아식별장치(IFF: Identification Friend or Foe), LN-260 내장형 GPS/INS, 고급 레이더 수신 경고장치(RWR: Radar Warning Receiver), 적외선 수색추적(IRST: Infrared Search and Track) 장비, AN/ALQ-213 전자전 관리장치, 합동 임무계획체계(JMPS), 합동 헬멧고정식 추적체계(JHMCS: Joint Helmet Mounted Cueing System) II, 자동 지상충돌회피체계(Auto Ground Coallision Avoidance System, Auto GCAS), 3-D 오디오 장착 디지털 의사소통 시스템(digital intercommunication system) 등이 교체 혹은 설치된다. 또한 엔진을 통제하는 디지털 비행 통제 컴퓨터도 성능이 개선되어 오토파일럿(autopilot)이나 오토 스로틀(auto throttle) 성능이 향상됐다.
엘빗시스템즈에서 개발한 헬멧 고정식 디스플레이 시스템(HMDS). F-16V에 탑재된 HMDS는 조종사 헬멧 바이저에 보기 쉽게 정보를 출력하며, 중력이나 기타 요인으로 바이저가 눌리거나 찌그러져도 영상은 눌리지 않은 상태로 표시한다. (출처: Elbit Systems)
F-16V는 AESA 레이더가 장착됨에 따라 스탠드오프(standoff) 계열 무장을 운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통합 가능해진 대표적인 무장은 GBU-54 레이저 합동정밀직격탄(LJDAM), GBU-39 소구경 폭탄(SDB: Small Diameter Bomb), CBU-105 풍향보정확산탄(WCMD: Wind-Corrected Munitions Dispenser), AIM-9X 사이드와인더(Sidewinder) 등이 있다. F-16V는 제한적으로 방공 제압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AGM-88 대방사미사일(HARM)이나 합동정밀직격탄(JDAM) 등을 운용하여 적 레이더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 F-16V에는 록히드-마틴의 스나이퍼 표적획득 포드(Sniper targeting pod)가 장착되어 있어 자동으로 표적을 식별 및 추적하며, 정확한 표적의 GPS 위치를 계산할 수 있으므로 스탠드오프 범위 안에 표적이 있다면 정밀 유도무기로 제거할 수 있다.
F-16V에 장착되는 AN/APG-83 “세이버” 레이더 소개 영상 (출처: 노스롭-그루먼 유튜브 채널)
록히드-마틴은 주로 기존 운용 중이던 구형 F-16을 대상으로 F-16V 사양 업그레이드를 실시하고 있으나, 향후 주문 고객이 있을 경우 처음부터 V 사양에 맞춰 개발한 형상인 F-16 블록 70/72형을 양산할 예정이다. 록히드-마틴은 현재 소수의 신규 국가가 새로 제작한 F-16V 구매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므로 조만간 F-16V의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록히드-마틴은 F-16V 사양 업그레이드를 적용할 경우 2060년까지도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운용 현황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F-16V 업그레이드 사업은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타이완의 AIDC사가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향후 전 세계에서 실시되는 모든 판매나 업그레이드의 수익을 양사가 계약 시 체결한 배분 비율에 따라 나누게 된다.
타이완은 2017년 1월에 중화민국(타이완) 공군용 F-16V의 초도 비행에 성공했다. 중화민국 공군은 2021년 3월부터 업그레이드가 완료된 F-16V 약 66대를 인수했으며, 해당 기체들은 대만 남서부에 위치한 자이(嘉義) 공군기지의 제4 전투비행단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화민국 공군은 2019년 3월 19일 자로 총 66대의 F-16V 추가 구매 발표를 했으며, 2019년 8월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행정부가 이를 승인함에 따라 곧 인도가 시작될 예정이다.
F-16V의 인도 MMRCA 후속 사업 제안용 형상인 ‘F-21’의 소개 영상 (출처: 록히드-마틴 유튜브 채널)
F-16은 전 세계적으로 4,500대가 넘게 팔린 명작인 만큼 업그레이드를 필요로 하는 물량이 많아 향후 시장 전망도 밝다. 우선 현재까지 가장 먼저 계약을 체결한 국가는 바레인으로, 총 16대의 F-16을 블록 70/72형 업그레이드 계약을 2018년에 체결했고, 슬로바키아는 2018년 7월 11일 자로 14대의 신규 F-16V 블록 70/72형을 구매할 의사를 밝혔다. 록히드-마틴은 인도의 MMRCA 사업이 용두사미로 끝난 뒤 잔여 소요를 놓고 다시 사업이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자 2019년 2월, F-16V를 인도 공군 요구도에 맞춰 제안서를 작성하면서 “F-21”로 명명했다. 싱가포르 또한 2014년부터 약 60대의 F-16 블록 52형의 업그레이드 사업을 24억 3천만 달러로 체결했으며, 록히드-마틴을 주 사업자로 선정하여 2021년 말부터 F-16V를 인도받을 예정에 있다. 싱가포르는 F-15SG도 40대가량 운용하고 있으므로 두 기종 간의 상호연동성에 가장 큰 중점을 두고 있다. 이외에 러시아 접경 국가로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핵심 국가로 부상한 폴란드도 비공개로 F-16 일부 기체를 V 사양으로 업그레이드했다는 보도가 있으며, 실제 촬영된 기체도 있으므로 어느 정도 사실로 보인다. 일부 언론은 폴란드가 기술 현대화 계획을 단행하면서 최근 도입한 F-35A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일부 F-16을 부분적 혹은 전면 개조하여 2021년부터 블록 70/72 스탠더드로 업그레이드를 실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중고 F-16을 도입하여 운용 중인 인도네시아도 최근 록히드-마틴과 F-16V 신규 판매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인도네시아는 당초 F-35 도입을 희망했으나 미 측에서 수출 승인을 내주지 않을 조짐을 보이자 2019년 10월부터 F-16V 2개 비행대대분 도입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록히드 측은 미 정부와 협의 후 “만약 인도네시아가 F-16V를 도입한다면, 미 정부가 이를 막진 않겠다"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2021년 5월에 발표했다. 한편 미국의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2021년 6월 24억 3천만 달러 규모로 필리핀 군에 F-16 블록 70/72형 수출 승인을 공시했으므로 양국 정부 간 판매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미 공군의 KC-135 공중급유기에 공중 급유를 받고자 접근 중인 폴란드 공군 소속 F-16V의 모습. 2020년 6월 폴란드에서 실시된 발틱 작전(Baltic Operations) 연습 간 촬영된 것이다. (출처: Sgt. Emerson Nunez/US Air Force)
한편 대한민국 공군이 KF-16을 대상으로 단행한 F-16 업그레이드 사업은 큰 난항을 겪었다. 지난 2012년, 대한민국 공군은 초창기에 도입한 KF-16(F-16C/D) 134대를 사실상의 “V” 사양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사업을 발주했다. 이 사업은 미 정부의 대외군사판매(FMS: Foreign Military Sales) 방식으로 계약하기로 되어있었으므로 미 정부가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방위사업청은 미국 정부와 계약을 체결했어야 하나 방위사업청은 미 정부와 상의나 양해 없이 사업자를 경쟁 입찰 형태로 선정한 데다 총 사업비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로 미 정부의 수락서(LOA: Letter of Acceptance)에 서명했다. 방위사업청은 경쟁 입찰을 거쳐 AN/APG-83 AESA 레이더 대신 레이시온(Raytheon)사의 AN/APG-84 “레이서(RACR: Raytheon Advanced Combat Radar)” AESA 레이더를 선택해 록히드-마틴보다 저가로 입찰한 BAE 시스템즈(BAE Systems/미국 법인)를 주 계약 업체로 선정했다. 이 당시 BAE 시스템즈는 F-16 업그레이드 사업에 처음 참여했으므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격을 낮춰 제안했던 것으로 보인다. BAE 시스템즈는 일단 사업을 수주하면 추가 예산은 긴급소요예산 등에서 당겨올 수 있다는 국내 에이전트의 조언만 믿고 가격을 낮춰 입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록히드-마틴이 인도네시아 공군(TNI-AU)에 수출 타진 중인 F-16 블록 72의 CG. (출처: Lockheed-Martin Corps.)
하지만 미 정부는 당 사업이 FMS 형태임에도 한국 정부가 임의로 계약 업체를 선정했으므로 절차를 위반했다고 해석했다. 게다가 미 정부는 BAE 시스템즈가 F-16 업그레이드와 관련한 사업 이력이 없었으므로 사업 차질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미 정부는 방위사업청과 BAE 시스템즈가 계약한 사업비를 인정하지 않았고, BAE를 통해 사업비를 약 17억 달러 정도를 예상하던 방위사업청은 미 정부가 사업비로 24억 달러를 책정하자 사업을 계속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결국 방위사업청은 BAE 시스템과 체결한 계약을 취소했으며, 사업은 3년 넘게 좌초하다가 결국 2015년 12월에 록히드-마틴과 사업비는 19억 2천만 달러로 새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BAE 시스템즈와 파트너를 맺고 있던 레이시온 역시 함께 사업에서 제외되면서 레이더가 레이시온의 AN/APG-84로 선정됐던 것이 노스롭-그루먼의 AN/APG-83 “세이버” AESA 레이더로 변경됐으며, 노스롭-그루먼은 이 사업을 통해 F-16과 AN/APG-83 레이더의 체계통합 비용을 해소했으므로 이후 “V” 업그레이드를 실시하는 국가는 자연히 동일한 노스롭-그루먼사의 레이더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사업 초창기에 미국으로 보낸 대한민국 공군 KF-16 두 대(F-16C, F-16D 각 1대)는 사업이 좌초하면서 미국에 방치된 상황이었는데, 이 또한 록히드-마틴이 인수하여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사업이 다시 시작된 뒤인 2016년 5월, 대한민국 감사원은 방위사업청이 사업 절차를 무시하고 임의로 업체를 선정하는 바람에 사업을 4년 이상 지연시키고, 그 과정에서 예산도 1,054억 이상 날린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당시 감사원이 지적했던 내용은 입찰 조건에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 F-16 계열 전투기 성능 개량 실적”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었으나, 단순한 부품 납품 실적을 해외 성능개량 사업 수주 이력으로 인정하여 BAE 시스템즈에게 입찰 참가 자격을 주었다는 점이었다. 또한 앞서 지적됐던 바와 같이 이 사업은 정부 간 거래인 FMS 형태로 진행되므로, 방위사업청이 임의로 업체와 협상을 할 수 없었음에도 임의로 경쟁 입찰을 통해 사업 업체를 선정한 점도 문제로 보았다. 수사 의뢰를 접수한 검찰은 방사청이 F-16 업그레이드 사업에서 특정 해외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놓고 수사를 진행했다. 방위사업청은 사업이 좌초하게 된 책임으로 BAE 시스템즈에 소송을 걸어 위약금 4,325만 달러를 청구했으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0년 2월 21일 판결로 소송을 각하했다. 이유는 정부 간 합의 절차로 진행해야 하는 성격의 사업이므로 대한민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부적법하다는 이유였다. 방위사업청이 4,325만 달러를 청구한 이유는 이것이 지명 경쟁 입찰에 참가하기 위한 입찰 보증금이었으나, 2011년 사업 개시 당시 BAE 시스템이 이를 내지 않고 방위사업청이 ‘입찰 보증금 지급 각서’를 대신 써주면서 경쟁 입찰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파생형
F-16 블록 70: F-16V 형상 중 제네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GE)사의 F110-GE-129 터보팬 엔진을 장착한 형상.
아래에서 올려다 본 F-16V. (출처: US Air Force)
F-16 블록 72: F-16V 형상 중 프랫앤위트니(Pratt & Whitney)사의 F100-PW-229EEP 터보팬 엔진을 장착한 형상. 기존의 대한민국 공군 KF-16C/D 전투기를 바이퍼 사양으로 개조한 KF-16V가 여기에 해당한다.
에드워즈 공군기지에서 시험 비행 중인 대한민국 공군용 F-16V의 모습. (출처: Ethan Wagner/US Air Force)
F-16IN 슈퍼 바이퍼(Super Viper): 인도가 2007년에 제안요청서(RFP: Request for Proposal)를 발행하면서 추진한 일명 ‘지상 최대의 방산 사업’인 중형 다목적 전투기 교체사업(MMRCA)에 록히드-마틴이 제안했던 형상. 인도 측이 최초 정보요청서(RFI: Request for Information)를 통해 F-16C/D 블록 52+형을 요청했으므로 록히드-마틴은 F-16 블록 60형을 바탕으로 제안서를 작성했으며, F-16 블록 60형과 현재의 F-16V(블록 70/72) 중간 정도의 사양으로 제안해 사실상 4.5세대 전투기로 입찰에 참여했다. 기본적으로 컨포멀 탱크(CFT: Conformal Tank)를 장착해 항속 거리를 1,700km 이상 늘리고, 탑재 중량은 1,500kg에 달하며, 노스롭-그루먼(Northrop-Grumman)제 AN/APG-80 “세이버(SABR)” AESA 레이더를 장착할 예정이었으며, 엔진은 FADEC 통제가 가능한 GE사의 F110-132A 엔진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록히드-마틴은 만약 인도가 MMRCA에서 F-16IN을 채택할 경우 향후 추가로 F-35 라이트닝 II(Lightning II) 전투기의 패키지 판매를 제안할 계획이었다. F-16IN은 MMRCA 사업 2단계의 비행 시험 절차에서 탈락했으며, 인도 정부는 2011년 8월 라팔(Rafale)을 제안한 프랑스의 다쏘(Dassault)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사업은 가격 협상과 인도국방획득체계(DPP: Defense Procurement Procedure) 상의 ‘85% 인도 국내 생산 규정(“메이크 인디아” 규정)’ 때문에 난항을 겪다가 2015년 7월 30일 자로 공식 취소되었다. 인도 국방부는 다쏘로부터 라팔 전투기를 소량만 직도입으로 도입하면서 사업을 마무리했다.
인도군의 MMRCA 2.0에 제안 중인 F-16V의 인도군 형상인 F-21의 CG. (출처: Lockheed-Martin Corps.)
F-21: F-16V 블록 70형을 인도군의 MMRCA 후속 사업(“MMRCA 2.0”) 요구도에 맞게 준비한 형상 제안.
제원(F-16 블록 70)
용도: 전투기
제조사: 록히드-마틴(Lockheed-Martin)
승무원: 1명
전장: 15.027m
전고: 5.090m
날개 길이: 9.449m
자체 중량: 9,207kg
최대 이륙 중량: 21,772kg
추진체계: 131,48kN급 제네럴 일렉트릭(GE) F110-GE-129 터보팬 엔진 x 1
최고 속도: 2,120km/h
실용 상승 한도: 15.2km
중력 한계: +9G
수명 시간: 12,000시간
페리 범위: 4,215km(증가 탱크 장착 시)
전투 범위: 550km
기본 무장: 제네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 M61A1 20mm 기관포 x 1
장착 무장:
ㄴ AIM-120B
ㄴ AIM-9L/M/P/X 사이드와인더(Sidewinder) 공대공미사일
ㄴ AGM-65 매버릭(Maverick) 공대지 미사일
ㄴ AGM-154 JSAW
ㄴ AGM-88 HARM 대방사미사일
ㄴ 콩스버그(Kongsberg) 펭귄(Penguin) Mk.3 대함미사일
ㄴ CBU-103/104/105 풍향보정확산탄(WCMD)
ㄴ GBU-31/32 합동정밀직격탄(JDAM)
ㄴ GBU-54 LJDAM
ㄴ GBU-39 소구경폭탄(SDB)
ㄴ DASA DWS 39 글라이드 확산탄
레이더: AN/APG-83 “SABR” 능동형 전자주사식(AESA) 레이더
대당 가격: 약 6,400만 달러(2021년 3월 기준, 블록 72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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