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작고하시면 우리는 하늘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天崩입니다.
대신 자식이 먼저 세상을 뜨면 그 귀한 새끼를, 부모는 평생동안 자신의 가슴에 묻은 채 산다고 합니다.
그래서 慘慽입니다.
참혹한 아픔이자 가슴을 에는 근심이며 씻을 수 없는 형벌입니다.
그래서 천붕보다 참척이 훨씬 더 비참하고 견디기 힘듭니다.
천붕의 아픔과 참척의 슬픔은 같거나 비슷한 수준의 비통함이 아닌 것이지요.
요 근자들어 참척의 눈물을 자주 보게 됩니다.
천안함 사건 때에도, 연평도 도발 때에도, 모두 군대와 관련하여 참척의 애끓는 절규가 잦았습니다.
사랑하는 조카를 비롯한 많은 젊은이들을 이미 군대로 보냈고, 곧 이어 내 아들도 군대에 갈 나이인데, 싱그럽고 예쁜, 못다 핀 꽃망울들이 속절없이 스러지고 산화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억장이 사정없이 무너집니다.
그러니 참척을 당한 부모의 가슴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철저하고 무자비한 유린에 다름아닐테지요.
그러나 그런 애절한 질곡속에서도 우린 변함없는 한국의 희망을 봅니다.
연평도 포격사건이 터진 뒤로 첫번째 해병대 모집공고가 나갔는데 구름같은 젊은이들이 모여들었다고 합니다.
접수가 다 끝난 것도 아닌데 어렵고 악날하기로 소문난 해병대 수색대는 벌써 5.6:1의 결쟁률을 보였다고 하네요.
제가 해병대 출신이기에 특별히 들먹거리는 게 아니라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연평도가 바로 해병대의 주둔지인, 위험한 최전방 접경지역이기 때문입니다.
그걸 잘 알면서도 뛰는 가슴으로 지원자의 대열에 동참하는 대한의 젊은이들이 정말로 자랑스럽습니다.
한국전쟁 후에 쑥대밭이 된 우리 나라를
이처럼 짧은 시간안에 세계 7대 교역국으로 성장시킨 그 놀라운 저력이 바로 이런 청춘들의 불굴의 정신이자,
어려움 앞에서 더욱 용기백배하여 전진하는 한국인들 특유의 진취적인 기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동안 많은 아픔과 상처들이 생길 것입니다.
그러나 그리 머지 않은 장래에 우리는 통일된 우리의 강토를 환희의 눈물로 맞으며, 이 천혜의 아름다운 대지에 당당하게 서서 목놓아 울음 울 것을 믿습니다.
우리 세대안에, 분명 그리 될 것입니다.
이 아침, 이육사 선생님의 '광야'를 다시 한번 내 가슴속으로 읊조려 보고 싶습니다.
< 광 야 >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참아 이 곳을 범하던 못 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여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이 육 사 -
반 만년 역사속에 생채기는 여러 번 있었지만 끝내 그 어느 누구도 범하지 못했던 우리의 자랑스런 조국입니다.
도도한 세월의 흐름속에서 천붕의 아픔은 어쩔 수 없겠지만,
더 이상 육신과 영혼을 에는 참척의 눈물이 우리 강토에 단 한 방울이라도 뿌려지지 않기를 진심어린 마음으로 기도하는 아침입니다.
자랑스런 대한의 젊은이들이여.
그대들의 앞길에 신의 가호가 늘 충만하기를...
사랑한다.
대한민국.
사랑한다.
대한의 청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