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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임종이 가까워오면 대궐과 수도의 군사들에게 특별경계령이 내려진다. 특히 궁성 밖은 병사들이 사방을 에워싸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
왕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전임 대신과 현임 대신들이 대궐로 들어온다. 세자는 왕이 병석에 눕는 순간부터 동궁을 떠나와 왕을 모신다. 또한 혼인과 함께 대궐을 떠났던 자녀들도 모두 입궐한다. (.....)
그런데 조선시대 왕의 임종에는 한 가지 원칙이 있었다. 그것은 여인의 손에서 최후를 맞이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왕의 마지막 유언이 갖는 중요성 때문이었다.
만약 총애하는 후궁의 거처에서 병을 치료하다가 숨을 거두고, 그 후궁이 왕의 유언을 날조라도 하는 날이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그러므로 왕이 사랑하는 비빈의 처소에서 병을 치료받다가도 숨이 끊어질 징조가 보이면 신료들은 왕을 얼른 외전으로 모시고 나온다.
왕이 임종할 장소에는 포장을 치고 뒤에 도끼가 그려진 붉은 비단 바탕의 병풍을 놓는다. 왕의 임종을 지키는 사람들은 왕세자와 대신들이다. 왕의 유언을 함께 듣기 위해서다. 왕은 마지막 숨을 거두기에 앞서 왕세자와 대신들에게 유언을 한다.
왕이 돌아가시면 사망을 확인하는 절차를 행한다. 그것을 촉광례(觸纊禮)라 했는데, 부드러운 솜을 왕의 코에다 대고 숨이 끊어졌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예다. 조금의 숨이라도 붙어 있으면 솜이 움직여 이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사망이 확인되면 '상대점上大漸' 3자를 써서 발표하는데, 왕이 돌아가셨다는 공고였다. 동시에 사망시간, 사망 장소 등도 발표한다. 왕의 죽음이 발표되는 순간 대궐과 조선 팔도는 울음과 슬픔 속에 빠져들게 된다.
유교식 장례법에는 사람이 죽었을 때 행하는 복(復)이라는 의식이 있다. 죽은 사람이 생전에 입고 있던 옷을 들고 지붕에 올라가 '복'을 세 번 외치는 의식이 그것이다. 복이란 돌아오라는 뜻인데, 죽은 자의 혼령을 불러들이고자 하는 초혼 의식이라 하겠다.
왕이 사망해도 복을 했는데, 이는 내시가 담당한다. 복을 행하는 장소는 보통 왕이 살았을 때 집무를 보던 대궐 지붕이다.
왕의 죽음과 함께 빈전도감(嬪殿都監,) 국장도감(國葬都監,) 산릉도감(山陵都監)의 세 도감이
설치된다. 빈전도감은 왕의 시신을 임시 안치한 빈소의 제사와 호위 등을 담당한다. 국장도감은 왕의 장례에 관련된 업무를 관장하고, 산릉도감은 왕릉 축조를 맡는다. 이 세 가지의 도감은 으레 같이 설치되기 때문에 보통 3도감이라 통칭하며, 책임자로는 조정의 대신이 임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