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에서 이세희(박단단 역)가 생모, 이일화(애나킴 역)와 다시 만나는 장면을 보면서 우리 딸도 언젠가 그런 기회가 있기를 바랬다. 물론,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ㅜ...
입양 당시 우리 부부도, 생모도 모두 만남 거부에 서명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딸이 또 다른 누군가의 아이로 인식되는 것 자체를 용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가 커가고 입양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많은 사례들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비공개보다 공개입양이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훨씬 더 유익하고, 무엇보다 일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출생에 관하여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 자아정체성 확립에 유익하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아이들은 입양사실을 알게 될 때와 사춘기를 거치고 자아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보통 두세 번의 혼란을 겪는다. 그럼에도 우리 딸은 어려움 없이 잘 자라고 있다.
생모와의 만남을 이야기할라치면 쿨하게 “이제와서 굳히 내가 왜?”라고 반문한다. 쿨한 답변에도 내 마음 깊은 곳은 칼 끝에 찔린 듯이 아프다.
“아빠가 꼭 약속지킬께! 물론, 민정이를 낳아준 엄마도 준비가 필요하기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언젠가 만날 수 있도록 아빠가 도와줄께!”